※ 브르노 부차라티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kasen0132.wix.com/dream
여름의 끝
written by Esoruen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나자 매서운 더위도 한풀 꺾였다. 아직은 후덥지근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한여름이라고 하기에는 바람이 시원한 여름의 끝자락. 브루노 부차라티는 어느 때와 같이 그녀의 레스토랑에 발을 들였다.
오늘은 손님이 없는 걸까. 레스토랑 안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빈 의자와 흰 식탁보로 덮인 테이블 만이 반기는 가게 안. 이탈리아의 늦여름을 담은 햇볕이 작은 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안에 있는 건가?’ 혹시 몰라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그는 주방 쪽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 저쪽이었나. 야무지게 다물고 있던 입으로 미소 지은 부차라티는 이제는 도저히 입에서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시레나”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지 않았는데도 제 목소리는 잘 전해진 걸까. 부엌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이 소리를 멈추고 순식간에 다가왔다.
“어서 와요, 부차라티. 오늘은 늦었네요?”
“음, 포르포랑 대화가 조금 길어져서”
“앉아있어요, 설거지만 다 하고 차를 가져올게요”
역시 손이 부족해서 바쁜 걸까. 그는 적당히 아무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었다.
아직 10대 중후반인 그녀는, 자신보다 한 살 연상이었지만 확실히 다 컸다고 하기엔 무리인 나이였다. 아무리 이 레스토랑이 작다고 하고, 파시오네의 관리 아래에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소녀 혼자서 어떻게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겠는가.
테이블에 엎드린 그는 제 위로 쏟아지는 햇볕이 견딜 수 없이 포근해 두 눈을 감았다. 약간 졸린 것은 날씨 때문일까, 아직 이른 오전이기 때문일까. 그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그날의 장례식이 떠오른다.
원래도 병약한 사람이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오히려 그런 지병들을 안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딸까지 돌본 것이 기적이지. 올해 초여름. 시레나의 모친이 병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지만 부차라티는 그럴 수 없었다. 제 주변사람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도 잘 알고, 사실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떻게 슬퍼하는 그녀 앞에서 그런 말을 하겠는가.
시레나는 장례식이 끝날 때 까지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할 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그녀는 억지로 슬픔을 참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이미 아버지의 죽음에서 무언가 배운 것이 있는 걸까. 의연하게 제 혈육의 죽음을 받아드린 그녀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앓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역시 혼자서 다 하려니까 조금 힘드네요, 새삼 어머니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모친이 죽기 전에도 대부분 힘든 일은 그녀가 했는데, 크게 달라진 게 있나. 다른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부차라티는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아무리 일의 양이 비슷해도, 의지할 곳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컸다.
“힘들면 말 해. 도와 줄 수 있는 건 도와줄 테니까”
“괜찮아요, 부차라티는 다른 일이 많잖아요? 정말로 부탁할 일이 있으면 할 테니, 너무 괘념치 마세요”
도대체 그녀의 입에서 ‘괜찮다’가 떨어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부차라티는 맨 처음 그녀를 만났던, 10대 초반의 어느 날부터 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 ‘제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만 하는 시레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을 처음부터 배우지 않은 사람 같았다.
지나치게 의존적인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짊어지려는 사람도 문제인데.
점점 흐려지는 초여름의 초상과 이런저런 걱정.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눈앞이 흐려지는 그를 일깨운 것은 향긋한 허브티의 향이었다.
“부차라티?”
“아”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왔구나.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가 허리를 들었다. 오늘도 단정하게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반만 묶은 시레나는 능숙하게 찻잔에 차를 따르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제 날이 제법 추워졌네요, 다른 사람들은…?”
“다들 조금 있다가 올 거야. 내가 너무 일찍 도착한 거지”
“그런가요? 나란챠랑 푸고를 위해서 간식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할까…”
마치 자식을 챙기는 어머니마냥 훈훈한 미소를 지은 시레나가 찻잔을 내밀었다. ‘고마워’ 반사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내뱉은 부차라티는 아직 제 시야 안에 있는 그녀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쳤다.
여름이 끝나가는 무렵이라 그런 걸까.
새하얀 손은 따스한 햇살 아래서도 너무나도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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