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JOJO's

행복을 위한 주문 / 오블리비아테

Esoruen 2017. 1. 15. 21:07


※ 쿠죠 죠타로, 카쿄인 노리아키 양날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http://happyspell.postype.com/

 

 

 

오블리비아테

written by Esoruen

 

 

 

잠들지 못하는 밤은 언제나 괴로웠다. 특히 그것이 제대로 된 호텔방이나 건물 안이 아닌, 바깥에서의 노숙일 경우엔 더더욱 그랬다. 차라리 피로에 지쳐 기절하듯 자버린다면 속 편해질 텐데. 반디는 싱숭생숭한 얼굴로 바닥에 피워놓은 모닥불 옆으로 다가갔다.

 

잠이 안 오나요? 호타루 씨

으악!”

 

별 생각 없이 불가로 간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는 줄 알았는데, 깨있었던 걸까. 어쩌면 잘 자고 있던 걸 제가 움직이다가 낸 소음으로 깨워버린 걸 수도 있겠지. 비뚤어진 안경을 고쳐 쓴 반디는 어색하게 웃으며 제 동료에게 인사했다.

 

좋은 밤. 카쿄인 군

좋은 밤이네요. 호타루 씨

 

호타루. 그가 지어준 애칭. 반디는 이젠 제 이름만큼 익숙해진 그 별명이 좋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더 편하게 부르기 위해 애칭을 지어준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애칭이 제 본명과 뜻은 같지만 발음하기는 더 쉽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 그래도 이 애칭을 부르는 건 일본인인 카쿄인이나 죠타로 뿐이었지만 말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놀라게 한 건가요?”

? 아냐, 확실히 놀라긴 했지만사과할 일은 아니니까

그런가요. 그런 것 치곤 굉장히 놀란 얼굴이었지만요

, 웃지 마

 

, 웃음을 삼키며 그녀의 옆에 앉은 카쿄인은 들고 있는 담요를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참으로 다정한 성격이다. 어쩌다 이런 착한 남자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여정에 참가해야 했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졸리진 않나요?”

그다지잠이 안 오네. 긴장한 건가?”

확실히, 점점 이집트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DIO와 만날 날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DIO. 이 여행을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자신들에게 육아를 심었던 원수. 죠타로가 아니었다면 평생 그의 수하로 살았을 반디와 카쿄인은 DIO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서로가 느낄 불안을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할 수도 있었다. 그건 둘에게 있어 좋은 점이기도 했고, 나쁜 점이기도 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어쩌면 이집트에 도착하고 나서가 제일 힘들겠네

, 상대가 상대니까요

이길 수 있으려나비관적인 건 좋지 않지만, DIO의 수하도 아직 많이 있을 거고

 

타닥타닥. 마른 나무가 타는 소리가 두 사람의 말소리를 잡아먹었다. 어느새 말이 없어진 두 사람은 달보다 밝은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 일렁일 때 마다, 과묵한 그림자 두 개만이 요란하게 춤을 췄다.

 

한 밤중에 청승인가?”

 

또 한 명 더 깨버렸군. 반디는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보고 웃었다.

 

좋은 밤, 죠죠

죠타로, 너도 잠이 안 오는 거야?”

너희들 목소리 때문에 깬 거다. 정말이지, 안 자고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자다가 깨었다는 말은 정말인지 그의 눈에는 피곤함과 짜증이 가득했다. 아무리 강력한 스탠드를 가진 거구의 남자라 해도 역시 수면 부족은 치명적이겠지. 괜히 미안해진 반디는 비어있는 제 옆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쪽에 와서 불이라도 쬐어. 금방 졸려질 거야. 담요도 줄까?”

내가 애냐. 신경 쓸 필요 없어

애 취급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지 카쿄인 군?”

그럼요

 

아주 쿵짝이 잘 맞는군. 죠타로는 기가 찬다는 눈으로 카쿄인과 반디를 보다가 결국 그녀의 옆에 앉았다. ‘결국 올 거면서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제가 덮고 있는 담요를 내밀었지만, 커다란 손은 그 호의를 거절했다.

 

난 됐으니 너나 덮어

정말?”

그래. 난 춥지 않으니까. 애초에 본인보다 덩치가 훨씬 큰 남자를 챙기는 건 너 뿐일 거다

 

하긴 따지고 보면 웃긴 풍경이긴 하다. 키뿐만이 아니라 체격도 좋은 고등학교 남학생 둘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여대생이라. 어색하다곤 할 수 없지만, 비주얼 적으로 보면 좀 묘할지도. 제 옆의 동료들을 번갈아 본 반디는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뭐가 웃기지?”

아니, 아니. 확실히 DIO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경험을 해보긴 했을까 싶어서

이런 경험? 노숙 말인가?”

그게 아니지 죠타로. 호타루 씨는 아마 이 여행 자체를 말하는 걸 거야

 

카쿄인의 말이 맞았다. 반디는 제가 이렇게 전혀 다른 국적의 남자들과 여행하게 된 것 자체가 너무나도 신기했고 즐거웠다. 비록 이 여정에서 만난 여러 위협은 웃어넘길 레벨이 아니었다 해도, 만난 인연은 모두 소중하다. 죠셉도, 폴나레프도, 압둘도, 죠타로도, 카쿄인도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 다.

 

생각해 보면 재밌는 일도 많았지

꼭 여행이 끝난 것처럼 말하는군

하하, 이상한가? 죠죠나 카쿄인 군은 즐겁지 않았어?”

확실히, 죽을 뻔 했던 적도 많았지만 즐거웠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죠

 

다들 좋았던 일만 떠올리려고 하는 걸까. 세 사람은 또 말이 없어졌다.

바람과 모닥불의 소리는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머나먼 고향과 평화로운 일상. 그 그리움을 이겨내고 나면 다음으론 여정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적 스탠드 유저와 싸운 일, 다 같이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느라 말다툼을 한 일, 노숙을 하며 벌레를 쫒아냈던 일까지. 추억에 잠긴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소리를 낸 것은 반디였다.

 

죠죠, 카쿄인. 잠깐 이리 와봐

?”

이 이상 어떻게 다가가면 되는지 모르겠군

, 말이 이상했나? 아 그냥 가만히 있어봐!”

 

3개 국어나 할 줄 아는 그녀지만, 결국 모국어가 아니면 말문이 막힐 때가 있는 법이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두 남자를 번갈아 보던 그녀는 대뜸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해 서로의 간격을 좁혔다. 나란히 붙은 세 머리통이 정겹다. ‘호타루 씨?’ ‘뭐냐, 호타루반디는 양 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작게 읊조렸다.

 

오블리비아테

뭐라고?”

 

죠타로의 되물음에 대한 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두 사람의 어깨를 놓아주고 허리를 똑바로 세운 그녀는 카쿄인이 준 담요를 곱게 개었다.

 

오블리비아테(Obliviate), 좋은 기억만 남게 하는 주문이야

 

지금 우리에게 제일 필요할 것 같아서뒤늦게 답한 그녀는 담요를 카쿄인에게 돌려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계가 없어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머리 위에 떠있던 달이 제법 기울었다. 지금 잠들지 못하면 정말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난 잘게. 두 사람도 얼른 자

, 주무세요

잘 자라

 

어차피 두 사람은 그녀 때문에 일부러 깨어있던 것이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곧 자러갈 것이었다. 딱 사람 한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던 죠타로와 카쿄인은 반디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할 때 까지 조용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좋은 녀석이란 말이지

. 여정이 끝나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일본과 한국은 그다지 멀지 않고

, 무사히 여정이 마친다면 말이지

하하,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죠타로

 

아무도 죽지 않을 거야카쿄인의 그 말에 죠타로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래, 아무도 죽지 않으면 좋겠지. 하지만 어째서일까. 죠타로는 이 여정이 끝난 후 모두가 웃으며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날 밤, 죠타로는 꿈을 꾸었다.

반디와 카쿄인이 자신을 두고 둘이서만 어디론가 가 버리는 꿈이었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눈부신 빛이 내리쬐고 있어 죠타로는 동료들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잘 있어 죠타로’ ‘건강해야해, 죠죠그런 인사를 남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은 아픔도 슬픔도 없이, 마치 좋은 기억만 가득한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상한 꿈이다. 꿈에서 깬 아침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는 머지않아 이게 그냥 꿈이 아닌 것을 알게 되겠지. 조금 가까운 미래. 이집트의 어느 도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