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합작 미쁨 / 1시
※ 글 합작 미쁨에 제출했는데 합작 공개도 안되고 해서 그냥 올려버림
※ 디스티 드림
1시
written by Esoruen
12월 22일 AM 01:03
제국군과의 253번째 교전 종료. 부상자 45명. 사망자 13명. 실종자 2명.
적의 피해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반란군의 피해보다는 몇 배나 클 것으로 예상 됨. 적의 장교로 보이는 자를 사살. 재료는 충분.
본인의 부상 상태에 관하여.
왼쪽 손가락에 찰과상. 오른쪽 손목에 멍이 들었지만 정도는 심각하지 않음. 수술은 필요 없을 것으로 사료됨.
코일 대위는 무사. 총통도 부상 없음. 열차 상태는 양호한 편. 포격으로 일그러진 부분은 천천히 수리해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엔진 기관과 중요 시스템, 군의관의 연구실에 피해는 없으며 열차는 곧 국경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교전의 예상은 3일 뒤, 제국군의 중요 연구시설에 돌입하기 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시설에 대한 자료는 총통만이 알고 있으며, 누설되지 않게 코일 대위에게 보호를 명령한 상태.
잉크가 다 떨어져 간다. 보급품이 필요하다.
“중위.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이게 일기라고 할 건 아니겠지?”
“굳이 따지자면 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무언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맑은 녹색 눈동자에는 거짓이라곤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정말 저것을 일기라고 생각하고 쓴 것이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이란 말인가. 새삼스럽지만 디스티는 애교라곤 없는 그녀의 글씨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건 애초에 개인 수첩보다는 보고서에나 어울릴 법한 글인데. 그녀는 그걸 알 리가 없겠지. 아니, 애초에 개인적인 글 이란 걸 써본 적이 있을까. 함부로 단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는 셀렌이 자신을 위해 글을 써 본적이 없음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인간이라기 보단 군인으로 만들어져 길러진 존재인데. 인간적인 행동에 능숙하다면 그건 모순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아니다만, 내가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닌데”
“그거 유감이군요”
그리 간단히 말하고 끝날 일인가. 디스티는 어깨를 으쓱 이고 낡은 수첩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며칠 전, 그녀에게 일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한 것은 분명 자신이었다. 조금 더 자신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뭐든 적어서 남겨보는 것이 좋다며 추천해 주긴 했지만 그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평소엔 절대 읽을 수 없는 그녀의 생각을, 어떻게든 조금 살펴보기 위해. 그러니까, 마치 수술 전 엑스레이를 찍거나 MRI을 촬영하는 것처럼, 그에게 있어 누군가의 일기란 일종의 해부 예습서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기대한 것과 달리 그녀가 쓴 것은 제 내부의 것이 아닌 외부의 것들뿐. 이래서야 엑스레이가 아니라 평범한 사진이지 않는가.
“뭐, 이것도 보고서라고 치면 나쁘지 않지만. 뭐든 하면 느는 법이니 계속 써보라고. 중위”
“일기에도 실력이 있습니까?”
“일기에는 없지만, 글에는 있지”
제가 그렇게 글이 서투른가? 아직도 디스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셀렌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