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기타

드림 할로윈 합작 / 할로윈을 위하여

Esoruen 2017. 11. 1. 00:27


※ B-project 아슈 유타&아이조메 켄토 양날개 드림 + 신가리 미로쿠 드림. 드림주가 두 명 나옵니다.

※ 합작 홈 주소 → https://moonmist.wixsite.com/halloweendream




할로윈을 위하여

written by Esoruen




좋아, 좋아. ! 카네시로, 조금 더 고개를 들어봐!”

거 참, 이렇게 말입니까?”

그래, 그래! 딱 좋아! 자 다들 포즈 잘 유지해 주고!”

 

역시 언제 봐도 일 할 때만 얌전해지는 고우시는 신기하다. 쿄우는 믿기지 않는 다는 얼굴로 헛웃음 지으며 스태프가 나눠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흡입했다. 진한 카페인의 맛. 단 한 모금 마신 것뿐인데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인의, 일에 찌들어 카페인이라는 엔진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A&R의 현실일까. 커피보다도 씁쓸한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어머, 벌써 할로윈 촬영? 빠르네?”

아아, 할로윈 겸 2주년 기념사진이라, 어라?”

 

반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던 쿄우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입을 닫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이 촬영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었나? 게다가 이 목소리, 어디서 분명 들어본 기억이 있다. 슬쩍 고개를 돌린 그녀는 제 옆에 선 작은 그림자에 깜짝 놀라 커피를 떨어뜨릴 뻔 했다.

 

, 아구이 씨!”

안녕~? 뭘 그렇게 놀라?”

아니, 보통 잘나가는 아이돌이 갑자기 나타나면 놀라거든요?!”

 

잘나가는이라는 말은 립 서비스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당장 어제 제가 사본 패션잡지의 표지에도 찍혀있던 것이 바로 그녀, 아구이 에리제다. 노래도 분명 잘 팔리지만, 뷰티 잡지의 모델로는 라이벌이라 할 상대조차 잘 생각나지 않는 게 그녀인데. 잘나간다는 말이 어떻게 과장일 수 있겠나.

 

요 옆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있었거든. 아까 전에 끝나서 곧장 집에 가려고 했는데, 글쎄 미쨩이 여기 있다는 거야. 그래서 와봤지.”

미쨩, , 신가리 군이요? . 있어요. 오늘은 브레이브 쪽 식구들만 촬영 중이거든요. 다이고쿠는 내일이고요.”

그렇구나, 흐음.”

 

자신보다 연예계에 오래 있어왔으니, 제게는 안 보이는 것들도 한 번에 캐치할 수 있는 걸까. 촬영 현장을 가만히 보고 있던 에리제는 씩 웃으며 좋네, 좋아.’ 라고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무의식적인 평가에, 쿄우는 안심하고 다시 빨대를 물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밥 먹듯이 촬영을 해온 엘리제가 좋다고 하면 좋은 거겠지. 천하의 아구이 에리제는 아무리 친한 상대에게도 빈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좋아 잠깐 휴식! 다들 너무 멀리 나가면 안 된다!”

 

촬영 결과물들을 살펴보던 촬영 감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3시간만의 휴식이다. 지금 쉬지 않으면, 다음 휴식은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른다. 피곤한 얼굴로 취했던 포즈를 푼 멤버들은 물을 찾거나 화장을 고치러 가는 등 제 할 일을 하러 갔지만, 유타는 달랐다.

 

하아~, 드디어 쉰다~! 쿄우쨩! 나 어땠어?”

 

컷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쿄우에게 달려온 유타는 양 손에 스라이브 멤버를 하나씩 꽉 쥐고 있었다. ‘, 잠깐. !’ ‘머리 정리 중이라고, ?’ 고우시와 켄토는 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얌전히 유타의 손에 끌려왔다. 정말이지, 사이좋은 유닛이다. 쿄우는 거의 다 마신 커피를 내려놓고 스라이브 멤버들을 맞아주었다.

 

완전 멋있었어. 셋 다 수고했어요. 커피 마실래요?”

, 부탁할게 공주님.”

난 됐어. 좀 쉬게 내버려 둬.”

 

아까 전 감독 앞에서 보여주던 고분고분함은 어디로 간 걸까. 까칠한 고우시의 반응에 입술을 삐죽인 쿄우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듯 짓궂게 웃어보였다.

 

아아 나도 다음에 감독이나 할까?”

그거 무슨 의미냐, 사나미?”

아니 제가 감독이 되면 카네시로 씨가 말도 곱게 해주지 않을까 해서요.”

나 놀리는 거지, 지금!”

 

왜 아니겠는가. 하지만 쿄우는 대꾸도 않고 고개만 휙 돌렸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건 일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서로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경우라면 보통.

 

이런, 공주님에게 화내지 마. 맞는 말만 했는데. 그렇지?”

고우칭! 너무 케이쨩에게 심술궂게 굴면 안 돼! 우릴 위해서 매일 철야로 일하는데!”

 

이렇게 나머지 두 사람이 제 편을 들어주니 걱정이 없다. ‘나 참.’ 고우시는 이 패턴은 지겹다는 듯 혀를 차더니 소지품을 챙겨 자리를 떴다. ‘푸흡.’ 에리제는 사이좋은 네 사람을 보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삼켰지만, 아무래도 당사자들에게는 그녀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우리 중에서 고우칭만 늑대인간인 거, 재미있지 않아?”

, 그 녀석은 뱀파이어보다는 개과인 늑대인간이 어울리지 않아? 아니, 개과보단 고양이가 더 어울리려나.”

그럼 케이쨩은 뭘까?”

공주님은 공주님이지. 뱀파이어 공주님. , 공주님도 콘셉트 촬영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고딕 풍 드레스라던가, 그렇지?”

 

쿄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언제나 제 편을 들어주는 건 좋은데, 가끔 이렇게 자신을 두고 둘이서 눈앞의 제 이야기를 할 때면 민망해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진다. 차라리 욕을 먹는 거면 낫지. 이런 지대한 관심이라니. 물론 아슈와 켄토의 관심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바로 옆에 있는데 칭찬을 듣거나 공주님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니 전 그냥 A&R일 뿐이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케이쨩은 귀여우니 괜찮아.”

맞아. 나중에 따로 개인촬영 같은 거 할까?”

사양하겠습니다!!”

 

질색하고 외치는 쿄우 덕분에 결국 참았던 웃음이 터진 에리제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실컷 웃어버렸다. ‘하하하하!’ 옛날부터 유쾌한 아이들이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였다니. 이래서야 같은 소속사가 아닌 게 억울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당신,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서 뭐 하고 있어?”

.”

 

한참 웃던 그녀는 제 뒤에서 다가온 목소리에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미쨩, 안녕?”

언제 왔었어? 문자한지 얼마 안 되는데 금방 왔네.”

그거야 바로 옆 스튜디오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난 미쨩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는걸?”

하아, 그래. 이런 사람이었지, 당신은.”

 

부끄러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에리제를 보고 미로쿠는 작게 한숨 쉬었다. 이건 연상의 여유, 아니, ‘자신감이 가득 차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겠지. 물론 미로쿠도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겸손한 신인과 베테랑인 선배는 같을 수 없었으니까.

 

미쨩은 늑대인간이구나. 잘 어울리는데?”

그런가? , 고마워.”

나도 곧 할로윈 촬영 있는데, 난 아마 마녀 분장일거야. 촬영 후 B컷이라도 꼭 하나 보내줄게?”

마녀라니, 당신이랑 딱 어울리네.”

 

미로쿠의 말은 칭찬에 가까웠다. 물론, 완전히 칭찬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있을지 몰라도 그는 일단 칭찬하려고 꺼낸 말이었으니 상관없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에리제는 그 칭찬이 아닌 부분도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표정을 구기진 않았다. 똑똑하고, 지배적이고, 마법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악녀. 그야말로 제 이미지가 아닌가.

 

그럼 할로윈 당일에는 미쨩에게 마법을 걸러 가볼까?”

그날은 스케줄이 있어서.”

어머, 누군 없는 줄 아니? 하여간 농담이 안 통한다니까? 물론, 그런 점이 좋은 거지만.”

 

에리제는 너무나도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웃었다. ‘진짜 마녀 같다니까.’ 미로쿠는 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흘러내리는 반다나를 정리했다.

아니, 어쩌면 마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마녀가 아닐까? 진짜 마녀라서 이렇게 얄미운 걸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별 생각을 다 하네.’

 

하아. 미로쿠의 한숨은 조용해서, 한창 즐거워하는 중인 에리제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