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기타

드림 음식합작 / 스콘

Esoruen 2017. 12. 23. 01:10



※ 흑집사 스네이크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이 펑되어 그냥 올립니다..




스콘

written by Esoruen




테리사.”

 

. 지금 자신을 부른 거였나?

바쁘게 정원 쪽으로 향하던 트릭은 이제는 겨우 기억만 하고 있을 뿐인 제 본명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급히 멈춰 섰다. ‘이크.’ 기우뚱하고 기운 몸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웠지만, 서커스 단 출신인 그녀에겐 이정도 비틀거림은 문제 될 정도의 위기가 아니었다.

 

, 블랙. 아니, 세바스찬 씨?”

잠깐 이리 와보겠습니까? 그리고, 그 호칭은 이제 그만 듣고 싶군요.”

아하하, 하하.”

 

버릇이란 무섭기도 하지. 트릭, 아니 테리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 저택에서 최고로 유능한 사용인에게 다가갔다. 서커스단에서 나간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는데, 왜 자신은 아직 트릭이라는 예명이 더 익숙한 걸까. 이제 자신은 더 이상 마술사가 아닌데.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여기는 서커스단이 아니라 귀족의 저택. 그것도 그냥 귀족이 아닌 여왕의 번견이라 불리는 팬텀하이브 가의 저택이었다. 자신도 이 으리으리한 저택에 어울리는 사용인이 되어야 하는데, 마음과 달리 몸은 옛날 버릇을 잊질 못한다. 그래도 아주 옛날, 메이드를 했던 시절 일도 잊지 않고 있는 건 유일한 다행일까. 제법 올곧은 자세로 세바스찬 앞에 선 그녀는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메이드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슨 일이세요? 뭔가, 더 시키실 일이라도?”

아니요. 당신에게 시킬 건 이제 없습니다. 그래서 부른 거지만.”

?”

 

뭔가 앞뒤가 안 맞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할 때 세바스찬이 그녀 앞에 내민 것은 따끈따끈한 스콘과 차가 놓인 쟁반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건 간식이니 드시고 하시지요.”

와아! 감사합니다! 저 혼자 먹어도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다른 분들 몫은 다 있지만. 다들 아직 자기가 친 사고도 수습을 못 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사용인들이 모두 일이 서툴다는 건 제법 눈물 나는 이야기겠지만, 세바스찬은 이것도 이젠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 저택의 모든 일들은 결국 만능 집사인 그의 손을 거쳐 가게 된다. 그녀는 팬텀하이브 가의 메이드가 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저것 하나 만큼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신이라도 제대로 일을 해줘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메이드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서커스단에 있었던 기간이 길어 다 잊어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빨리 기억나서 다행이지 뭐예요?”

, 인간은 학습과 적응의 동물이니까 말이죠. 어쨌든 티타임이라도 가지며 조금 쉬시죠. 저녁 준비 때 다시 부르겠습니다.”

 

그녀의 손에 쟁반을 넘겨준 세바스찬은 시계를 확인하고 어딘가로 바쁘게 사라졌다. ‘어디 가세요?’ 그를 도와주기 위해 그렇게 말하려던 테리사는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홍차 향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말았다.

서커스단에 있을 때는 물론, 옛날에 일하던 저택의 메이드로 있을 때도 이렇게 좋은 홍차를 마실 일은 없었다. 도대체 세바스찬은 이런 좋은 차를 어디서 구해오는 걸까. 아니, 이건 세바스찬보다는 팬텀하이브가의 재력에 더 대단함을 느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맛있겠다.’

 

홍차도 홍차지만, 갓 구워 따끈따끈한 스콘도 군침을 돌게 한다. 여기에 크림과 딸기잼을 발라 한입 베어 물면, 아침부터 해온 고된 노동의 힘듦도 잠시 잊을 수 있겠지.

 

!”

 

제 방으로 돌아가 간단한 티타임을 즐기려 했던 그녀는 사용인들의 방 쪽으로 향하다가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게 좋은 걸 자신만 누릴 순 없다. 물론 일이 끝나면 다른 사용인들도 티타임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녀는 이 행복을 지금 당장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쟁반의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서 창고로 간 그녀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뒷모습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스네이크!”

 

최대한 목소리를 작게 내어 상대를 부르자, 조금은 멍한 표정을 한 얼굴이 제 쪽으로 돌아보았다. ‘.’ 짧은 감탄사를 낸 스네이크는 들었던 상자를 원래 자리에 고이 놓아두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트릭? 이라고 오스카가 말했어.”

 

쉬이익. 그의 어깨에서 놀고 있던 뱀이 익숙한 사람의 체취에 고개를 돌렸다. ‘안녕 오스카?’ 자신을 보는 뱀에게 눈인사를 건넨 그녀는 익숙한 호칭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서커스단에 있을 때부터 각별히 친한 사이였던 두 사람은, 새로운 직장을 얻은 후에도 늘 서로를 예명으로 불렀다. 어차피 테리사는 스네이크의 본명을 몰랐지만, 아마 알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에게 트릭 스네이크, ‘마술사이자 뱀 술사일 테니까.

 

간식을 받아서,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어!”

간식? 이거 말이야? 라고 에밀리가 말했어.”

! 차는 하나뿐이지만, 나눠 마시자! 스콘에는 뭘 바르는 걸 좋아해?”

 

테리사, 아니. 트릭의 질문에 스네이크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서커스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 안에 갇힌 볼거리 신세였고, 서커스단에선 티 푸드를 먹어볼 기회가 드물었던 그에겐 지금 이 질문은 너무나도 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트릭이 좋아하는 걸로 발라줘, 라고 키츠가 말했어.”

! 그럼 먹고 일하자, 먹고.”

 

아직 따뜻한 스콘을 반 잘라 그 위에 딸기잼을 바른 그녀는 손이 더러운 그를 대신해 기꺼이 입가로 간식을 가져다주었다. 코끝에 진동하는 달콤한 딸기 향. 버터와 밀가루가 만들어낸 부드러운 갈색. 먹음직스러운 스콘과 화사한 트릭의 미소를 번갈아 본 그는 수줍게 눈을 아래로 내려 깔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고마워.”

 

진심을 전하는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끝에 따라붙는 말버릇이 없었다.

베어 문 스콘에선 행복의 맛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