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진단 메이커 합작 / 붉은 노을 아래
※ 키아웨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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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아래
written by Esoruen
생일은 보통 ‘좋은 날’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태어난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기쁜 날.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걸 보며, 생일선물을 받기도 하는 특별한 날. 그것이 보편적인 정서였지만, 생일이 모두에게 그저 좋은 날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었다. 작년까지는 기뻤던 생일이 올해는 재앙 같을 수도 있는 게, 다 사람 사는 인생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나도 슬슬 은퇴네!”
시원섭섭한 얼굴로 외치는 람부탄의 목소리는 해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침울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그건 캡틴이라는 직무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는가. 일주일 뒤 2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그녀는 순식간에 다가온 자신의 은퇴를 불평도 없이 기꺼이 받아들였었다.
‘역시 람부탄은 화끈하다니까!’ 라이치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키아웨는 도저히 이 상황에서 웃어 보일 수가 없었다.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닌가요?”
“응? 그런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규칙이고. 무엇보다 난 그동안 캡틴 생활하며 즐겁게 살았으니 미련도 없어!”
“뭐, 그건 그렇지만요…”
그래. 아마 미련이 있는 건 자신뿐일 것이다. 키아웨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만 하는 상대에게 뭐라고 반박하지 못하고 코 밑만 문질렀다.
은퇴. 단순히 은퇴하는 것뿐이다.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캡틴 람부탄’이라는 이름에서 앞에 붙었던 단어만 사라지는 것뿐인데, 자신은 어째서 본인이 은퇴하는 것 마냥 이렇게 아쉬운 걸까?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우스웠다.
“그나저나 다음 캡틴은 누가 될까. 역시 너겠지?”
“저요? 왜 그런 생각을….”
“응? 그거야 키아웨는 책임감도 강하고 강하니까. 게다가 벨라화산공원에 대해선 나만큼 잘 알잖아? 전통 춤을 배우고 있기도 하고. 라이치 언니도 널 다음 캡틴으로 할까 생각중이던데?”
캡틴뿐만이 아니라 섬의 여왕까지 자신을 높게 평가해 주고 있다는 건 부담스럽지만 뿌듯한 일이다. 경박하게 기뻐해도 이상하지 않은 좋은 평가지만, 키아웨는 본디 과묵해서 쉽게 들뜨지는 않았지.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을 미룬 그는 자신의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람부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람부탄은 분명 자신보다는 한참 연상으로 보여도 어른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였는데, 지금 보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른이다. 벌써 19살이니 무리도 아니지. 일주일만 더 있으면 앞자리 수도 바뀌었으니까. 정신연령 쪽은 뭐라 판단하기 힘들지만, 확실히 이제 몸은 어른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게, 말이다.
‘그에 비해서 난 아직 꼬맹이일 뿐이지.’
성장의 속도는 자신 쪽이 빨랐다. 제가 더 어리고, 더 커야할 세월이 길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녀가 어른이 될 동안 자신은 어린아이에서 소년까지밖에 자라질 못했다. 10살의 나이차이란 그런 거지. 키아웨는 어른마냥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 왜 한숨 쉬어? 한숨 쉬면 빨리 늙는다!”
“제 나이에 늙는다는 소리는 안 어울리지 않아요?”
“애늙은이라는 말도 있잖아. 겉이 아니라 속이 늙는다고!”
그거라면 이미 푹 늙어버린 것 같은데. 그렇게 대꾸하려던 그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웃어보였다.
키아웨의 웃음이 람부탄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진 걸까. 대답 대신 웃기만 하는 상대방을 지그시 보던 그녀는 호탕하게 외치며 작은 등을 팡팡 두드렸다.
“너무 걱정 하지 마!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잖아? 아직 이 이후에 뭘 할진 결정하지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답을 찾아 볼 거니 한숨 쉴 것 까지도 없어!”
“걱정 하는 건 아니에요, 누나라면 뭐든 잘할 테니까요.”
“그래? 그거 기쁘네! 하하! 우린 아직 젊잖아. 미래가 있다고! 나는 캡틴이 된 키아웨가 보고 싶어. 분명, 나보다 융통성 있고 멋진 캡틴이 되겠지.”
“칭찬 고마워요.”
“고맙기는. 난 언제나 네 편이야, 키아웨.”
저런 말은 지금 자신보다는 그녀가 들어야 맞을 텐데. 어쩐지 선수를 빼앗긴 기분이라 분하지만, 마냥 분통해 하기엔 람부탄의 애정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하늘을 가득 물들인 노을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키아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제 몸을 그녀에게 기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