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Dungeon & Fighter

드림 발렌타인데이 합작 / 비매품

Esoruen 2016. 10. 18. 01:43



데스페라도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moonmist.wix.com/valentine


 


비매품

written by Esoruen

 


 

6년차에 가까워진 커플에게 기념일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사귄지는 약 5년. 동거한지는 약 6년이 넘어가는 데스페라도와 루엔에게는, 기념일이란 이벤트라기 보단 1년에 몇 번 있는 선물교환과 외식의 날일뿐이었다. 애정이 식었다거나, 권태기가 왔다던가, 그런 차원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무덤덤함. 매일매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는 무법자들에겐, 기념일을 즐길 여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선물을 나누거나, 평소보다 느긋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정도일 뿐.

그리고 애초에, 선물에 대해서도 ‘주면 감사하고 안 줘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응, 미안. 요즘 바빴잖아. 우리?”

 

정말로 선물을 안 준비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데스페라도는 진지하게 제 귀가 맛이 가거나, 그녀가 뭔가 착각한 것이 아닌지 고민했다. 약 5년간, 제 연인은 귀찮아도, 바빠도, 번거로워도, 심지어 제가 ‘필요 없다’고 못 박아 두더라도 선물을 준비하곤 했는데.

 

“…그래 바빴지”

“응, 응. 게다가 얼마 전 난 죽을 뻔 했고”

“죽을 뻔 했다고 말하는 것 치곤 너무 여유롭지 않냐, 너”

“뭐 어때, 우리 사이에”

 

그래. 매일 카르텔의 머리를 날려주고 사는 두 사람이니, 그만큼 죽을 위기도, 다치는 일도 많았지. 결국 죽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농담거리와 무용담이 될 뿐. 무법지대는 그런 곳이었다.

 

“어쨌든, 올해는 없어 초콜릿. 어차피 단거 싫어하잖아”

“그렇지”

“설마 아쉬워?”

“누가 아쉽다고 그래?”

 

거짓말 하고 있네. 루엔은 데스페라도의 표정만 보고도 그가 실망하고 있음을 눈치 챘다. 같이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이젠 눈만 마주쳐도 뭘 생각하고 뭘 말하고 싶은지 뻔히 보이는 관계인데, 이렇게 거짓말을 하다니.

뭐, 그래도 귀여운 거짓말이니 넘어가 주도록 할까. 소리죽여 웃은 루엔은 제 코트 안을 뒤적거렸다.

 

“아쉬우면 뽀뽀라도 해 줄까?”

“매일 받는 건 필요 없어”

“아 정말? 뽀뽀 안 해줘도 돼?”

“안 해줘도 돼. 하고 싶으면 내가 할 거니까”

 

어휴, 대단한 상남자 나셨네. 미간을 찌푸리고 툭툭 말을 내뱉는 그가 귀여워 보인다면, 제가 이상한 걸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눈치도 보지 않고 폭소해 버릴 것이다. 그녀는 제 웃음의 한계점에 도달하기 전, 거짓말을 멈추기로 했다.

 

“미안해, 미안. 사실 준비했으니까”

“…어?”

“후후, 방금 전 까지 긴장했지? 내가 안 사줄까봐?!”

 

지금도 장난을 하는 건가. 아니면 이제까지 자신을 간본 걸까. 눈치를 살피는 데스페라도는 그녀가 주머니 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는 것을 보고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올해도 준비했군. 안도감과 함께 몰려오는 것은, 약간의 분노.

 

“너 지금 나 간 본거냐?”

“왜? 매일 필요 없다, 필요 없다고 거짓말해서 나도 해 본거야. 거짓말”

“……”

 

누가 제 애인 아니랄까봐. 저렇게 까지 자신을 잘 알 필요는 없는데. 아무 말 없이 초콜릿을 받아 든 그는 기껏 받아놓은 발렌타인 초콜릿을 식탁위에 던져버렸다.

 

“역시 됐어”

“에?”

“난 다른 걸로 받아갈게”

 

그렇게 말하고 번쩍, 그녀를 안아든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 이건 위험하다. 루엔은 제 안의 무법자로서의 직감이 지금 자신은 아주 곤란한 처지에 처했다는 걸 알려주는 걸 느꼈지만, 도망 칠 방법은 없었다.

 

“잘 먹을게”

“아니, 저기?! 나는 비매품 입니다!!!”

“웃기지 마”

 

다음엔 그냥 얌전히 내놔.

당황하는 그녀의 귀에 속삭인 데스페라도는 나갈 채비를 하는 것도 관두고 도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녀를 든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