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드림합작 / 적과 흑
※ 리조토 네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kasen0132.wix.com/dream
적과 흑
written by Esoruen
죽음이란 것은 안 좋은 의미로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았다. 아무리 선인이라도 아무리 악인이라도, 죽으면 거기서 끝. 그렇기에 인간은 죽음을 피하려 들고 추하고 힘들어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법이지. 그것은 파네 비안코에게도 똑같은 일이었다.
죽음의 무게가 무거운 만큼, 죽음에 비견할 만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죽음과 같은 무게를 가지는 건 다른 누군가의 죽음 뿐. 그렇기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10대 소녀인 파네는, 자신은 죽지 않고 제 가족들의 죽음에는 복수하기 위해 갱스터의 길을 걷게 되었다.
굳이 파시오네였던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갱이 파시오네와 적대관계였으니까.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곳에 온 것일 뿐. 사실 다른 조직에서 기회를 준다고 했다면 굳이 파시오네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파네는 제 조직과 자신의 만남을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한 남자의 만남으로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리조토 네로, 나이는 생각보다 적네… 흐음’
그 암살팀의 리더라기에 어떤 남자일까 했는데. 꽤 미남이잖아. 정보 관리팀의 아지트에서 나와 택시에 몸을 실은 파네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이왕 일할 거라면, 이런 미남을 상대하는 쪽이 즐겁지. 속물이라 할지 몰라도 그녀는 기본적으로 즐거운 걸 쫒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자아, 그렇다면 이 남자는 무슨 이유로 파시오네의 식구가 된 걸까. 나쁜 버릇이긴 했지만, 만나야 할 사람의 과거를 캐내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는 이번에도 큰 기대 없이 리조토의 신상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해 나갔다.
‘호오’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그의 과거에서 뭔가 흥미로운 점이라도 느낀 걸까. 무성의하게 다음 장으로 넘기려던 손가락이 멈추었다.
‘사촌 동생의 죽음에 원수를 갚기 위해서 살인을 하고 뒷세계 사람이 되었다, 라’
자신과 똑같다. 아니, 자신과 완전히 같지는 않나? 자신은 부모와 남동생. 세 명이나 죽었고, 의지할 곳도 없어서 당연히 갱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어째서 그는 굳이 원수를 죽인 걸까. 자료에 의하면 사촌 동생을 죽인 운전사는 분명히 수년형의 벌을 받았는데.
‘재밌는 사람이겠는걸. 리조토 네로’
운명이란 말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면 이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진지하게 서류를 정독한 파네는 그가 타깃을 처리하러 간 건물 앞에서 하차했다.
자, 과연 어떤 남자인가. 그 과거만큼이나 음울한 남자일 것인가, 아니면 그 얼굴만큼이나 번듯한 신사일까. 잔뜩 기대를 품고 간 그녀는 제가 생각한 그 어느 쪽도 아닌 리조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인상적인 첫 만남으로부터, 과연 몇 년이나 흘렀을까.
소르베가 젤라토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그 날, 파네는 확실히 암살팀의 아지트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들었었다.
“리조토, 어떻게 할 거야?”
의미 없는 물음이라 생각할까. 하지만 그녀는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다. 명령을 어기고 보스에게 처단당한 동료, 보통이라면 모른 척 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암살팀은 사정이 달랐다.
가장 더럽고 험한 일을 하는 자신들인데, 대우는 그 어떤 집단보다 못하다. 누구라도 억울할 상황에서 들고 일어난 것이 그 두 사람이었다.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라니.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거지?”
“글쎄다? 리더는 어떻게 생각해?”
‘리더’라니. 올바르지 않은 호칭인데, 어색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암살팀도 아닌데 왜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걸까. 정보 관리팀의 리더는 이 사실을 알기는 할까. 깊은 한숨을 내뱉은 리조토가, 시선을 저 옆으로 돌렸다.
“네가 네 본분을 다하고 있다면, 아마 ‘죽어도 싸다’던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같은 대답을 원하겠지”
“으흠”
“그리고 네가 평소처럼 그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한 거라면, 보스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식의 대답을 원하겠고”
“잘 아네? 그런데 왜 물은 거야?”
“나는 네가 정보 관리팀 소속으로서 여기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한 명의 여자, 파네 비안코로서 여기 있는 건지 모르니까”
그 다운 현명한 대답이다. 파네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난 그냥 물어본 것뿐이야. 잘 알잖아? 내가 조직에 그다지 충성하지 않는다는 건. 파시오네는 결국 내 복수의 수단이었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하지. 난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다”
“보스에게 복수 할 거야?”
“그랬다간 모두 죽겠지”
하긴, 굳이 수로 따지지 않아도 이 일은 너무나 위험했다. 보스에 대한 건 절대 비밀. 알려고 드는 순간 죽는다. 정보 관리팀인 그녀조차도 보스에 관한 건 전혀 모르는데, 알려고 들지 않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째서 보스는 그렇게 까지 자신에 관란 걸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건가. 파네는 그 이유도 궁금했지만 목숨이 아깝기에 알고 싶어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그녀는 조직과 리조토 중에서 망설임 없이 후자를 골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
“기회를 노릴 거다. 언젠가, 확실하게 보스의 뒤를 캐내어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야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어? 리더”
“기다려 주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어머, 예리해라”
언제 이뤄질지 모를 복수극이고, 이뤄지기 전에 발각된다면 둘 다 확실하게 죽은 목숨이었다. 하지만 리조토와 파네는 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당연하게 소르베와 젤라토의 복수를 맹세했고, 거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파네만 그랬다는 게 맞았을까. 리조토는 단 한 가지, 그녀에게 의문점이 있긴 했다.
“그런데 파네. 너는 암살팀도 아닌데, 정말로 그 녀석들의 복수를 도와줄 셈인가?”
“섭섭하게 무슨 소리야. 나는 한 번도 리더에게 ‘친동생도 아닌 사촌 동생의 죽음에 왜 살인까지 저질렀냐’고 물어본 적 없잖아?”
“……”
한방 먹었군. 그런 표정으로 웃은 리조토가 어깨를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