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테일 드림합작 / 별종들
※ 그릴비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moonmist.wix.com/underdream
별종들
written by Esoruen
스노우딘에 유난히 눈이 많이 온 날, 그릴비는 가게로 가던 길에 눈밭에 쓰러져있는 낮선 괴물 한 마리를 발견했다.
보호자는 어디 간 걸까, 어쩌다 이렇게 혼자 버려지게 된 걸까.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자그마한 몸에 걸친 줄무늬 셔츠는 이 괴물이 아직 어린 꼬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런 꼬마아이를 혼자 두고 가는 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릴비는 출근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꼬마를 거두어 가주었다. 제가 기르거나 돌봐줄 예정 까지는 없었지만, 이대로 두었다간 분명히 얼어 죽을 테니까.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지만, 지금은 일단 이 아이의 목숨이 최우선이었다.
가게에서 몸을 녹이게 하고, 정신이 들 때 까지 가게를 열 준비를 하던 그는 잠든 꼬마가 어떤 괴물인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무인가?’
머리에 돋아난 작은 싹. 따뜻한 갈색의 피부. 누가 보아도 나무 괴물로 보이는 꼬마는 긴 머리와 풍성한 속눈썹으로 짐작하건데, 아마도 여자아이인 걸로 보였다. 추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는 많다지만, 이 근처에서 나무 괴물이 살던 집이 있던가?
“으음…”
첫 손님이 들어올 때 쯤 정신이 든 꼬마는 바에서 잔을 닦고 있는 그릴비와 새의 모습을 한 손님을 번갈아 보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 불안한 걸까.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소녀는 제 몸 위에 덮어진 담요를 끌어안았다.
“……”
“…아, 그릴비가 너보고 ‘괜찮아?’ 라고 묻고 있어!”
그릴비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인데, 그 눈빛에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읽은 걸까. 새 괴물은 마치 통역이라도 하듯 불타는 바텐더의 말을 꼬마에게 전했다.
“…괜찮, 아요. 여긴 어디에요?”
“여긴 그릴비야. 내 단골 가게… 이자 여기 있는 바텐더 그릴비의 가게지! 꼬맹이는 누구야?”
“앗, 저, 나는 드리아스! 드리아스라고 불러 주세요!”
“오오, 뭐야 씩씩한 꼬마네. 그릴비, 얜 어디서 데려온 거야?”
원래 과묵한 그에겐 이렇게 길게 이야기해야 하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그릴비는 제 손님과 드리아스를 번갈아 보다가, 저 멀리 놓여있는 물을 가리켰다. 자신은 화염이니 만질 수 없다는 건가. 망설이던 드리아스는 쭈뼛쭈뼛 싱크대로 가, 물 한잔을 받아마셨다.
“…다행이군요”
뭐에 안도한 것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드리아스는 무뚝뚝하게 자신이 이야기 할 기회를 주는 바의 주인을 바라보다가, 방긋 웃어보였다.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오는 가게. 그 구석에 앉아 간단한 요기를 한 드리아스는 제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나를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워터풀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미아라고 했다. 무슨 경위로, 어떻게 스노우딘까지 온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드리아스는 꽤 당당하게 자신을 외지인이라고 소개하며 그릴비의 신상을 물었다. 자신을 구해준 고마운 사람이니, 신상 정도는 알고 싶겠지. 그릴비는 ‘잠시만’ 이라는 대답만 남기고 가게 일에 집중했다가, 손님이 다 사라지고 난 후 그녀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갈 곳은?”
드리아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기억을 잃고 미아가 된 어린아이에게 돌아갈 곳이 있을 리 없지. 그릴비는 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외에는 달리 물을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릴비 씨는 이제 집에 가요?”
“……”
말 대신 고개를 끄덕여 의사표현을 하자, 소녀가 재미있다는 듯 킥킥 웃었다. 아직 어린 꼬마아이에겐, 과묵한 바텐더조차도 재미있는 것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갈색 팔을 피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춥진 않나요?”
“으음, 사실 밖에선 추워서 견딜 수 없었어요. 그래서 쓰러진 걸까요? 그런데, 그릴비 씨는 따뜻해서 곁에 있으면 따뜻해요!”
이런, 나무 괴물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기쁘지 만은 않은데. 그릴비는 그렇게 말하는 소녀에게 냉정하게 ‘돌아가라’ 거나 ‘내가 거둬줄 수는 없다’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잠깐 고민한 그릴비는 담요채로 드리아스를 안아 올렸다.
“우리 집으로 가죠”
“신난다!”
해맑게 웃는 금색 눈동자가 별처럼 빛났다. 태생이 태생이니 본능적으로 자신을 무서워 할 줄 알았는데.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무라. 음료를 다루는 불의 괴물만큼 기묘했다.
‘어쩌면’
특이한 존재들 끼리,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가자, 놀랍게도 펑펑 내리던 눈이 모두 그쳐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