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기타

언더테일 드림합작 / 기계와 나비

Esoruen 2016. 10. 21. 02:38



※ 메타톤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moonmist.wix.com/underdream

 

 

 

기계 나비

written by Esoruen

 

 

 

새삼스럽지만, 육체란 기본적으로 튼튼할수록 좋은 것이었다.

 

메타톤은 제 손에 잡혀있는 가녀린 날개조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답지 않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리고 말았다. 설마 살짝 만진 정도로 이렇게 간단히 부서질 줄이야. 놀란 그와 달리 정작 날개 일부를 잃어버린 당사자인 그녀는 ‘아’라는 짧은 감탄사만을 내뱉더니,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돌려줘”

“응? 아, 아아. 미안해요 자기. 아프지 않아요?”

“괜찮아”

 

‘어차피 원래 내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프시케의 표정은 지나칠 정도로 무감정했다.

강제로 빙의당한 유령. 원래는 썩어서 없어졌어야 할 몸.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영혼과, ‘더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 육체. 그 딜레마 사이에 선 것이 바로 그녀. 프시케였다. 메타톤이나 더미들과는 달리, 본래는 육체 같은 걸 원하지 않았던 그녀는 제 몸이 부서지거나 상처 입은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통각이 없으니 조금 다친 정도는 큰 영향을 주지도 못했으니까.

 

“나중에 돌아가서, 머펫에게 고쳐달라고 해야겠네”

“자기, 아직 그 여자랑 살아요? 오, 그러지 말고 알피스에게 고쳐달라고 해요, 네? 알피스 자기는 유능하니까…”

“아냐, 신세를 지고 싶지 않으니까. 됐어”

“그래도, 모처럼 연구소인데!”

 

확실히 지금 이렇게 연구소에 와 있는 이상, 저 멀리 머펫에게 가는 것 보다는 여기 있는 알피스에게 치료받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차피 제 몸은 살아있다고 하기 보단 ‘썩지 않게 유지되는 몸’이니, 최첨단 치료보다는 거미줄로 대충 엮는 보수가 더 어울렸다. 프시케는 꽤 간절하게 부탁하는 메타톤의 얼굴을 보고도 차분하게 고개만 저었다.

 

“프, 프시케. 괜찮아?”

 

바쁜 일은 끝난 걸까. 온몸에 개밥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알피스는 오늘도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며 마주앉아있는 두 사람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주변을 맴돌았다. 분명, 두 사람은 옛날부터 아는 사이고 관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가끔씩 이렇게 스노우딘의 추위도 울고 갈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가 되는 걸까.

 

‘가, 가치관의 차이. 라는 거겠지?’

 

한입도 마시지 않았는데 차갑게 식은 커피를 들고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우선 메타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늘은 그 몸, 그러니까 ‘메타톤 EX’ 모드의 정비와 수리를 위해 그를 부른 거였는데. 하필 타이밍 나쁘게도 프시케도 거미 도넛을 전해주기 위해 연구소를 들러버렸다. 두 사람이 만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로 흘러갈 걸 어느 정도 예상했었더라면 제가 좀 더 주의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

 

“오, 자기! 내가 보고 싶어 온 건가요!?”

 

매번 냉담한 반응만 보이는데, 지치지도 않을까. 메타톤은 바구니 가득 도넛과 사이다를 들고 온 프시케를 불완전한 몸으로 맞이해 주었고, 프시케는 그런 그를 보며 웃는 것도 찌푸린 것도 아닌 표정으로 ‘안녕, 햅스타’라고 대답해 주었다.

 

‘이왕이면, 사,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메타톤은 원해서 육체를 얻었고, 그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프시케는 원치 않게 육체에 갇혔고, 어떻게든 그 몸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유령의 모습이었을 때는, 그렇게도 다정했는데. 왜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걸까. 남녀관계의 문제는 원래 복잡하다. 그래서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아니, 애초에 유령이었던 그들에게는 성별이란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저기, 자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을 건 것은 메타톤이었다.

 

“역시 그냥 그대로 살지 않을래요? 자기는 그 모습이 어울려요. 알피스 자기에게 부탁해, 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면…”

“……”

 

저 말도 벌써 몇 번이나 했었지. 그리고 그때마다 프시케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단칼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걸까. 가만히 메타톤의 말을 곱씹던 그녀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햅스타는 그 몸이 좋아?”

“예? 아아, 물론이죠! 알피스 자기가 저를 위해 만들어 준 몸이니까요! 위대한 알피스 박사의 걸작, 그게 저 아니겠어요?”

“메, 메타톤. 부끄럽게…”

 

‘걸작’ 그렇다. 알피스에게 있어 메타톤은 자신을 왕실 과학자로 만들어 준 고마운 걸작이자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표면적 모습일 뿐. 알피스는 최근 메타톤 EX의 육체가 완성되면, 그가 자신을 떠나버리진 않을지 내심 걱정하고 있는 참이었다. 소중한 친구를 잃는 것은 누구든 싫은 법. 육체를 준 것은 분명 자신인데도, 알피스는 가끔 제가 한 일이 잘 했던 일인가에 대한 걸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선, 프시케처럼 신중한 쪽이 좋을지도. 알피스는 불완전한 몸을 겨우 일으키는 나비괴물의 몸을 한 유령을 보았다.

 

“나는 이 몸이 싫어. 언젠가 썩어버릴 몸이라면, 없는 편이 좋아”

 

실로 유령다운 생각. 느리게 새까만 눈동자를 깜빡인 그녀가 거미사이다 하나를 메타톤에게 내밀었다. ‘방송 힘내’ 응원의 말 치고는 너무나도 기운 빠지는 한마디만을 남긴 프시케가, 기척도 없이 연구소를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