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D

드림 문장합작 / 안녕

Esoruen 2016. 10. 21. 23:59



※ MCU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피터 퀼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moonmist.wix.com/dream-sentence

 

 

 

written by Esoruen

 

 

 

어느 날 네가 안녕이라고 말했다.

안녕, 벨. 안녕. 다른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작별인사만 계속 말하는 너는 확실히 이상했기에 나는 지금 내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꿈이거나, 환상이거나, 확실하게 뭐라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현실은 아닌 이곳.

애초에 너는 지금 내 곁에 없는데, 뭘 굳이 작별인사를 하러 오겠는가. ‘잘 있어’ 라던가 ‘또 보자’ 같은 인사는 진작 주고받았었다. 너는 네 동료들과 떠나고, 나는 우리의 추억이 남은 라바저에 남겨졌다.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 슬프거나 쓸쓸할 것도 없었지만, 멀리 떨어져 살아간다는 것은 늘 이런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뭐라 해도 우리는, 같이 몇 년은 살아온 사이였으니까. 그 정도 불편함도 없다면 세월이 야속하지 않겠는가.

 

“왜 안 가고 그러고 있어?”

 

고장 난 워크맨에서 노래 한 구절만 흘러나오듯, 반복적으로 안녕이라는 말만 내뱉던 네가 입을 닫았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매정한가? 보통의 너라면 너무하다며 우는 소리를 냈겠지만 무의식 속의 너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꿈밖의 너도 이렇게 조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한 나였지만 잠깐 이어지다 끊길 줄 알았던 침묵이 길어지자 내 바람은 그저 투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뭐라고 라도 대답해 보란 말이야. 나지막하게 혼잣말 하자 너는 겨우 입을 열었다.

 

“많이 보고 싶지?”

“…그래, 보고 싶다 어쩔래?”

“다행이네. 보고 싶어 해서!”

 

오. 어차피 꿈이라면 한 대 정도는 쳐도 되겠지? 아니야. 이왕 때릴 거면 저 이죽이죽 웃는 얼굴에 딱 세 번만 주먹질 하고 싶은데. 내가 주먹을 꽉 쥐는 걸 본걸까. 슬그머니 미소를 감춘 네가 어울리지 않게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혹시 보고 싶다고 훌쩍거리거나 하면 안 될 테니 와봤어. 앞으로 못 보게 된 다 해도 우리 아가씨가 기죽어 사는 꼴은 내가 못 볼 거 같거든”

“퍽이나.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이 남길 거 같은 말 하지 마.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음…”

 

뭐지. 왜 망설이는 거지? 나는 능청 떨지 않는 네가 어색해 추궁조차 하지 못했다. 왜 말을 멈추는 거야.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어쨌든, 난 이 말을 하러 온 거니까. 이만 갈게. 안녕, 벨”

 

우리 아가씨. 예쁜이. 귀염둥이. 허니. 그런 호칭도 없이 내 이름을 부른 너는 우주와 같은 어두운 꿈속에서 스르륵 사라졌다.

 

 

 

“…?”

 

꿈에서 깬 나는 습관적으로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했다. 오전 10시. 평소보다는, 늦잠을 잤지만 그래도 정오 전에는 눈을 떠서 다행인가.

‘이만 갈게’ 마치 영원히 이별하러 온 사람 같던 꿈속의 너는 깬 후에 생각해도 찝찝한 기분이 들게 했다. 설마 진짜 죽은 건 아니겠지?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이런 꿈을 꾸고 나면 누구라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어쩔 수 없네. 혀를 차며 상체를 일으킨 나는 라바저 코트를 걸쳐 입고 본선으로 연락을 넣었다.

 

“욘두. 나 잠깐 볼일이 있어서 며칠간 자리 비울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차마 ‘잘나신 스타로드를 찾으러 간다’고 말할 순 없던 나는 그런 애매모호한 메시지만 남기고 우주선의 궤도를 바꾸었다. 솔직히, 어디 있는지 감도 안 잡히지만 내가 괜히 라바저의 일원인가. 정보란 돈이고, 돈이 되는 거라면 뭐든 약탈하는 것이 우리였다. 이 우주에 오게 된 후 익혀온 방식들을 모두 동원한다면 설마 그 말썽꾸러기 집단도 못 찾을까봐.

 

“만나기만 해봐”

 

보고 싶었던 만큼 때려줄 테니까. 작게 중얼거린 나는 장난스럽게 웃는 너의 얼굴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