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기타

드림 양날개 합작 / 그 아이

Esoruen 2016. 10. 22. 02:52



※ 마츠노 쵸로마츠, 마츠노 토도마츠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홈 주소 →  http://dreams-triangle.tistory.com/57 

 

 


아이

written by Esoruen

 

 

 

미리 말해두겠는데, 나에게 남의 애인을 빼앗는 고약한 취미는 없다.

 

내 이름은 마츠노 토도마츠.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들에겐 톳티라 불리고, 형제라 쓰고 원수라 읽는 녀석들에겐 드라이 몬스터니 잔망스러운 막내니 온갖 멸칭으로 불리는 마츠노가(家) 여섯 쌍둥이 중 막내다.

어찌되었든, 갑작스럽게 내가 여기서 자기소개랑 자기변호를 하는 건 지금 나에게 상당히 심각하고 중요한 고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이야, 어제도 연락해 봤거든? 근데 안 받는 거 있지?!”

“뭐야 그거, 엄청 예의 없네. 뭐니 그 애?”

“헤어져, 헤어져. 네가 훨씬 아까운데 왜 계속 사귀니?”

 

시끄러운 패밀리 레스토랑 안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무리. 까르르 웃다가도 금방 심각해지고, 슬픈 분위기로 가다가도 금방 분노의 장터가 되어버리는 여고생들의 집합은 생기와 발랄함으로 넘치고 있었다. 아아, 저때가 좋을 때지. 음료수를 마시며 옆 테이블에 앉은 여고생들을 힐끔힐끔 보던 나는 익숙한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누가 봐도 염색한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인공적인 금발, 짙은 고동색 눈동자. 친구들이 이야기 할 때 마다 표정이 휙 휙 바뀌는, 귀여운 얼굴.

이름이 뭐였더라, 카도와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성씨는 아마 저랬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그거야 나와 그녀는 일단은 ‘구면’이니까.

 

“앗, 나 학원 갈 시간!! 미안, 먼저 갈게?”

“응? 그러고 보니 나도 슬슬 가야 해! 오늘 녹화 할 방송 있어서!”

 

한참을 떠들더니 그것도 이제 끝인가? 그녀와 함께 있던 두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서 가방을 챙겼다. 이대로 가버리는 건가. 난 잠깐 실망했지만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다.

 

“뭐야, 둘 다 바쁘기는… 먼저 가. 나 여기서 공부 좀 하다가 갈래. 음료수 값 아까워”

“오호, 우리 미쨩 열심히 하네~?”

“저번에 성적 조금 떨어진 거 가지고 너무 스트레스 받는 거 아냐~?”

“그런 거 아니니까 얼른 가! 늦어서 불평해도 난 모른다?”

 

미쨩? 별명인가? 여고생다운 별명이긴 하지만, 도대체 본명이 뭔지는 조금도 짐작 할 수 없어서 조금 슬픈걸. 그래도 이건 찬스다. 마치 더 이상 망설이고 고민하지 말라는 듯 찾아온 절호의 찬스 말이다.

뭐 이쯤 말했으면 눈치 챘겠지만, 지금 내 고민은 그녀에게 작업을 걸까 말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안 되는 거 아냐?’ 그렇게 대답 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아예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그 글러먹은 여섯 쌍둥이 중 유일하게 여자들에게 인기 만점인 나인걸? 그건 내가 그만큼 상식이 있다는 뜻 아니겠어? 쵸로마츠 형은 자기가 이중에서 제일 정상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어차피 동정의 생각. 들을 가치도 없다.

 

‘아직 사귀는 거 아냐’

 

쵸로마츠 형은 분명 그녀에 대해서 저렇게 말했었다. ‘아직’ 이라. 그건 곧 자기가 어떻게든 여자 친구로 만들어 볼 생각이 있다는 거겠지만 결국 아직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 아닌가. 형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건 아웃, 이라고 해도 과연 카도와키도 쵸로마츠 형을 좋아하는지는 모르는 문제니 상관없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로 쵸로마츠 형을 좋아한다면 내가 작업 걸어도 알아서 튕기겠지.

친구들이 자리를 뜨고 혼자 남은 카도와키는 가방에서 교과서와 공책을 꺼냈다. 정말로 공부 하려고 남은 거였구나. 솔직한 게 귀여운걸. 용기가 생긴 나는 그녀 옆에 대뜸 앉아 친근하게 말을 걸어봤다.

 

“저기”

“네?”

 

‘아’ 일단 반사적으로 대답했던 그녀가 내 얼굴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그… 축제에서…”

“기억하고 있구나? 응, 맞아. 쵸로마츠 형 동생이야”

“안녕하세요…”

 

역시 날 기억하고 있구나. 당연히 기억해야지.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고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내 쪽이 더 잘생겼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

 

“난 토도마츠라고 해. 여기서 뭐 해? 공부?”

“아, 네… 토도마츠 씨라고 하면, 막내 분…?”

“어? 알고 있네? 역시 형이 말해준 거야?”

“네. 드라이 몬스터에 여자랑 같이 다니는 잔망스러운 녀석이라고…”

“……”

 

이 동정마츠가 무슨 소릴 한 거야. 나는 구겨지려는 표정을 억지로 펴고 최대한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안 넘어 올 수 없는, 막내 전매특허의 달콤한 미소를.

 

“쵸로마츠 형도 참, 그런 짓궂은 말이나 하고 하하하”

“…그, 마츠노… 아니 토도마츠 씨는 무슨 일로 여기에…?”

“응? 아아. 약속이 있었는데 그만 취소되었지 뭐야? 그래서 돌아가려는데 아는 얼굴이 보여서!”

“그런가요…”

 

역시 이런 미남이 말 걸어 주니 부끄러운 걸까? 카도와키는 자꾸 시선을 피하며 핸드폰만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핸드폰에 뭐가 저렇게 달린 게 많담? 핸드폰 고리 모으는 게 취미인 걸까? 이것도 여고생다워서 귀여운 걸. 그 까다로운 쵸로마츠 형이 계속 만날 정도의 여자라면 뭔가 특이한 면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내 착각이었을까? 지금 내 눈앞의 여고생은 평범하게 꾸미길 좋아하고 약간은 성실한, 여고생의 스트레이트 타입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그쪽 이름은 못 들었는데, 이름이 뭐야?”

“네? 어… 카도와키 메구미라고 해요”

“그럼… 메구미 쨩?”

“아니, 성으로 불러줬으면 하는데…”

“왜? 부끄러워? 그나저나 어디에 그렇게 문자 보내는 거야? 친구들?”

“궁금해요?”

 

그때였다. 카도와키가, 메구미가 처음으로 눈을 맞춘 건.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입술. 생기 넘치는 눈동자. 방금 전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의 모습과 거의 흡사한 모습에 나는 내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제일 중요한 건 경계를 풀게 하는 거고, 나는 그런 건 우리 형제들 중 제일 잘했으니까. 좋아, 이제 조금 뒤 라인만 물어보면 완벽해. 아니, 아예 전화번호를 딸까? 지금 이 분위기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 기대에 부푼 나는 핸드폰을 꺼냈지만,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너 뭐하냐, 토도마츠?”

“……응?”

 

어깨를 잡은 손에는 분노가 가득하다. 나는 내 어깨 위에 올라온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직감으로 알아채고 말았다.

뒤돌아 본 그곳에는 아이돌 콘서트라도 다녀온 건지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있는 쵸로마츠 형이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모순적인 웃는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와, 이러다 공공장소에서 사람 칠 기세네. 분명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뭘 저렇게 화낸담?

 

“왔어? 마츠노 씨?”

“응?!”

“아아. 제가 불렀어요. 마침 이 근처라기에. 동생 분이랑 있다고 하니 금방 오겠다고 해서”

 

세상에.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는 누가 봐도 모르는 척 하며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버렸다. 마냥 귀여운 여자애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영악한 면도 있었나? 아니면, 설마 내가 쵸로마츠 형보다 별로였다던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다른 형제면 몰라도 이 동정마츠에게?!

 

“잠깐 나랑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 톳티”

“뭐?! 잠깐 나 때릴 거 아니지?”

“네 대답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쵸로마츠 형, 지금 백퍼센트 칠 기세거든?! 쵸로마츠 형? 형!?”

 

‘잠깐 실례’ 가방을 빈자리에 놓아둔 형은 나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섰다. 망했다. 설마 형이 올 줄은 절대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는 능청스럽게 앉아있는 그녀에게 구해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그녀가 보낸 대답은 간단하고도 도발적이었다. 싫, 어, 요. 한 글자씩 끊어서 입모양으로 말하곤 살짝 혀를 내민다.

 

“아…”

 

이런,

어쩌지.

방금 전까지는 진짜 얄밉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전까지는 그냥 쵸로마츠 형이란 친한 여자애라서 꼬셔보려고 한 건데.

 

‘귀엽네’

 

진짜로 좋아하게 되어버릴 거 같아, 메구미 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