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페라도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http://happyspell.postype.com/
YOLO
written by Esoruen
“데스페라도, 잠깐 시간 괜찮아?”
언제는 안 괜찮았나. 데스페라도는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황급히 라이터 불을 껐다. 루엔이 저런 식으로 말을 걸어올 때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진지한 대화를 할 때뿐이었다. 몇 년을 같이 살아와 벽이라곤 없는 자신들 사이에서 굳이 ‘시간 있냐’는 표현이 나올 정도면 거의 안 좋은 쪽으로 심각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오늘 그녀의 표정은 나쁘지 않다. 아마 최악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루엔의 몸짓과 목소리에서 나쁜 기색은 읽지 못한 데스페라도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무슨 일이야? 그 귀족 나으리가 부르던?”
“음, 유르겐 공은 만나고 왔지만 그 사람 일 때문에 부른 건 아냐”
“그럼? 혹시 루크 쪽 일?”
죽은 자의 성을 다녀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슬슬 다음 행보를 정할 때도 되었지. 데스페라도는 저 멀리 보이는 흉측한 성에 시선을 돌렸다.
주인이 이미 마계로 떠나버린 성은 고도로 발달한 기술로 만들어진 기계와 호문클루스만 가득했다. 과연 여기서 루크의 흔적을 발견할 수는 있는 걸까. 회의적인 예측과 달리 천계와 제국의 합동 조사단은 성 내부에서 루크의 흔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대로라면 루크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자신들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유르겐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림시커와 모험가 길드까지 합해 세 집단이서 발견한 것들을 모아 루크를 추적중인 거겠지만, 잘난 합동 조사단의 높으신 분들은 자신들의 공기 제일 크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지…’
분명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신들은 카르텔이나 잡으며 지냈던 것 같은데, 일이 너무 커졌다. 이게 다 그놈의 안톤 때문이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일이었다.
본디 두 사람의 목적은 무법지대를 어지럽히는 카르텔에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복수를 하는 것 뿐.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카르텔이 황도를 침공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황도군에서 ‘목적이 같으니 같이 카르텔을 처리하지 않겠냐’고 연락이 오고, 거기에 승낙해 가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카르텔 침공의 원인이 된 안톤의 전이도 알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들은 그 안톤을 잡기 위해 군함까지 타게 됐었다. 여기까지는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무법지대에서 태어나 거기서만 자랐다고 해도 이건 천계 전체의 일이고, 안톤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간 카르텔 같은 집단이 또 생겨나 황도와 무법지대에서 난리를 피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안톤을 해치우고 나니, 그 뒤의 또 다른 배후가 있다며 죽은 자의 성이 있는 젤바까지 끌려온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역시 그때 돌아가자고 해야 했어’
데스페라도는 분명 안톤이 죽었던 그때 루엔에게 무법지대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었다. 자신들의 일은 여기서 끝이라고. 돌아가서 카르텔의 잔당이나 처리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루엔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듯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된 거 일을 이렇게 꼬이게 한 녀석 얼굴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 그 녀석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지 않으면 무법지대로 가도 자랑할 것도 없다고!”
어디서 저렇게 터프한 아가씨가 나왔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헛웃음만 난다. 물론 자신은 루엔의 저런 면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녀 의견에 동조한 거니 할 말은 없지만, 일이 이렇게 꼬일 줄 알았다면 조금 고집을 부려 돌아가자고 했을 것이다.
‘이왕이면 아무 소득이 없으니 돌아가자는 이야기면 좋겠군’
젤바는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것뿐이었다. 황도군과 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동 조사단이 부려먹으려는 것도 열 받는데, 모험가 길드 쪽에선 유르겐을 믿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지 않나, 그림시커에선 루크를 죽이면 안 된다고 설득하려 들고… 심지어 이곳엔 제너럴도 와있었다. 그러니 제발, 돌아가자는 이야기이길 바랬는데.
“응 루크 일이야!”
“…그래? 뭔데?”
그의 기대는 최악의 방향으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루크를 쫓아 마계로 갈 방법이 생겼데, 우리도 가자!”
“……”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침묵하는 입 대신 데스페라도의 두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제가 바랐던 말과는 정반대의 말이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긴 하지만 ‘마계’라는 단어엔 정말이지 현기증까지 나려고 했다. 지금 그러니까 제 연인은, 다른 세계로 가자고 하는 건가. 천계를 떠나 완전히 미지의 세계로?
“진심이냐…”
“당연하지. 말했잖아? 일을 이렇게 꼬이게 한 녀석 얼굴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세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잖아? 그 세계에는 당연히 천계와 무법지대고 포함되어 있고…”
“…하아”
루엔은 황소고집이다. 그건 그녀와 오래 같이 살아온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아마 정색하고 싫다고 하면 시무룩하며 포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들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녀 쪽에서 울던지 화내던지 하며 비장의 수를 쓰겠지.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고 누가 그랬더라. 남의 말은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아마 자신은 평신 그녀에게 이렇게 져주며 살겠지. 정말 연애는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이 불리했다.
“그래, 그래. 네가 그러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냐”
“그러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가기 싫다고 나 혼자 보낼 것도 아니잖아?”
“당연하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너랑 같이 갈 거니까”
“헤헤, 데스페라도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저렇게 웃으면 화를 내기도 민망하다. 데스페라도는 결국 집어넣었던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상황이 상황이니 루엔도 이해해 주겠지. 애초에 실내에서만 피우지 않으면 크게 잔소리를 하지도 않았으니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그러게”
“…네가 ‘그러게’라고 하면 안 되잖아. 어이”
“하지만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지는 몰랐으니까. 그래도 인생은 한번 뿐이니, 갈 때까지 가 보는 게 좋지 않겠어?”
말 하나 만큼은 청산유수다. 후우. 길게 한숨 쉬듯 담배연기를 내뱉은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성의 꼭대기 까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제 연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한 번 뿐인 인생을 나랑 이렇게 보내서 행복해?”
“당연하지 넌 아냐?”
“아니, 나도 행복하지”
행복하지 않다면 진작 그만뒀을 거다. 그는 싫은 걸 견뎌가며 누군가와 인연을 유지할 만한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제 인생은 루엔을 만나고 나서 변했고, 그녀도 자신을 만나 많이 변했다. 한 번 뿐인 인생이지만 어찌 되든 상관없다 생각하던 날들을 ‘한 번 뿐인데’ 라는 말로 바꿔준 것도 다 그녀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예 천계를 벗어나게 되는 이런 전개도 나쁘지 않지. 루엔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어찌되든 좋다고 생각하고 고민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럼 됐어. 아니라고 했으면 주문이라도 걸어주려고 했는데”
“무슨 주문? 마계 간다고 주문까지 배워왔냐”
“아니 마법은 아니고 그냥 주문일 뿐이니까. 폰이 가르쳐 줬거든. 손 좀 줘봐”
폰이라면 모험가 길드의 헌터 폰 이야기인가. 분명 그 꼬마, 마계인 이었지. 어쩐지 ‘그냥 주문이다’는 말이 별로 믿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손을 내어주는 건, 평범한 천계인인 그녀가 마법을 쓸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오른손을 슥 내민 그는 루엔이 제 손 위로 무언가를 쓰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Y, O, L, O. 축약어인가. 소리 내어 읽어봐도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게 뭔데?”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말이야”
“…이걸 헌터 폰이 가르쳐 줬다고?”
“응”
겨우 15살짜리가 무슨 저런 주문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폰도 결국은 모험가였다. 죽을 위기도 여러 번 겪고, 엿 같은 일도 많이 봤겠지. 그리고 자신들은 그 폰의 고향으로 가게 된다. 여러 의미로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그럼 가는 걸로 결정 났으니 황녀에게 보고하고 올게”
“에르젤 황녀?”
“아니, 제국 쪽 황녀. 담배 다 피면 들어와!”
담배는 지금 당장이라도 끌 수 있지만, 이자벨라 황녀를 보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연인을 보낸 그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제 손바닥을 보았다.
주문인지 주술인지 몰라도, 썩 나쁘진 않은 문구다.
형체도 없는 문자를 손바닥에 새기듯 손을 가볍게 쥐었다 펴는 데스페라도가, 입꼬리만 올려 살짝 웃었다.
'2D > Dungeon & Figh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후군 드림 합작 / 시선 (0) | 2017.03.19 |
---|---|
드림 한복 합작 / 설빔 (0) | 2017.01.28 |
드림 정장 합작 / 뱀굴에 손을 넣을 때는 남의 손을 빌려라 (0) | 2016.12.03 |
기념일 드림 합작 / 키스데이 (0) | 2016.11.27 |
지인제 드림합작 :: 인어 / 인어공주 (0) | 2016.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