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야마 코타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s://thirteen1004.wixsite.com/bridal-wedding
가장 찬란한 순간에
written by Esoruen
솔직하게 말하자면, 타네구치 미하네는 제가 결혼을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딱히 독신주의자인건 아니지만 결혼에 대한 욕구는 그리 강하지 않다. 웨딩드레스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거나 누군가의 결혼식을 보며 멋지다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죽어도 결혼 못해!’ 라고 말하진 않아도, 결혼 할 거냐 말 거냐는 질문엔 ‘하기 싫은데요?’라 답할 자신이 결혼하는 날이 오다니. 인생이란 정말이지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 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쩜! 미하네 너무 예쁘네, 정말!”
“고마워. 미부치 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신랑 대기실로 가버렸어. 난 너부터 보겠다고 먼저 온 거고. 그 녀석 턱시도 차림은 별로 크게 안 궁금하지만 미하네의 웨딩드레스는 궁금했거든!”
“그래?”
미하네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대꾸하고 면사포를 만지작거렸다. 저 말도 벌써 30번 넘께 들었다. 제 지인도, 하야마의 지인도, 모두가 제게 와선 역시 결혼식의 꽃은 신부라는 듯 말한다. 그 의견을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제 웨딩드레스 차림이 그렇게 특별한 볼거리인가에 대해선 공감할 수 없다. 물론 신부화장과 웨딩드레스로 무장한 지금 제 모습은 평소에 비하면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긴 하지만, 어차피 식장에서 볼 텐데 뭘 그리 조급해 하는 걸까.
“그나저나 북적북적하네. 미하네 쪽 하객은 유명인사도 있고!”
“유명인사라 하니 꼭 연예인 같네. 뭐, 연예인만큼 많이 번 작가님은 있지만. 코타로 쪽 하객도 유명한 선수가 많이 왔으니까 피차일반 아닐까. 미부치 군도 그 중 하나지만.”
“어라, 미하네도 참!”
사실이라도 칭찬으로 들으면 부끄러운 걸까. 미부치는 여성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그럼 난 이만 갈게. 피로연에서 또 보자?”
“응. 와줘서 고마워.”
“뭘. 너희 둘의 결혼식인데 안 올 리가 없잖아?”
‘그럼 이만.’ 신부 대기실을 나갈 때 까지 미하네의 드레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 그는 같이 온 동료들이 있을 신랑 대기실로 향했다. ‘후우.’ 작게 한숨 쉰 미하네는 열린 문틈으로 북적거리는 식장을 엿보았다.
프로선수인 하야마의 하객들은 대부분 스포츠 쪽 지인들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팀메이트나 같은 프로팀의 선수들, 혹은 스포츠 해설자나 기자까지. 다들 TV에서 한번 쯤 봐온 얼굴들인데 비해 제 쪽의 하객들은 얼굴만큼은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원래 소설가란 어지간히 유명하지 않는 이상 이름을 듣는다면 누구나 ‘아하!’ 하지만 얼굴만 봐선 한 번에 알아보기가 힘들지. 자신만 해도 꽤 유명하지만, 얼굴은 크게 노출 시키지 않았으니 말이다.
‘편집장 님, 얼마나 떠들고 다니신 거지….’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생활을 해온 그녀는 아주 유명하진 않아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작가였다. 그러다보니 직접 친분이 없어도, 출판사를 통해 인연이 닿는 작가들은 편집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녀의 청첩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편집장 덕에 제 쪽의 하객들도 조금 호사스러워지고 말았다. 조용한 결혼을 바랬던 그녀는 취재기자가 아무도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기로 했다.
“정말로 하는구나, 결혼.”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어뜨린 미하네는 곧 시작될 결혼식에 긴장하지 않기 위해 숨을 가다듬었다. 역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제가 결혼이라니. 혹시 꿈이 아닐까 싶지만 아플 정도로 쿵쾅거리는 심장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하야마와 사귀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쯤이었다. 지금 제 나이가 25살이니, 대충 8년하고 몇 개월 정도 사귀었다고 보면 될까. 꽤나 긴 연애였지만, 그동안 미하네는 하야마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 다투고, 서먹해지고, 연락이 뜸해지는 기간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모두 연애의 흐름이었지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꼭 결혼을 하는 건 아니니, 결혼에 대한 건 생각하지 않았는데.
‘있잖아, 우리 결혼할까?’
작년 겨울, 그러니까 두 사람이 사귄지 딱 8년 쯤 되었을 때. 하야마는 데이트를 끝내고 그녀를 배웅하다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프러포즈라고 하기엔 참 멋없긴 하지만, 미하네는 그 말에 잠깐 숨 쉬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었다. 제 연인도 자신처럼 결혼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아무리 오래 된 사이라 해도, 미하네로선 충분히 놀랄만한 고백이었다.
그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최근 팀 메이트의 애인이 수술이 필요할 수준의 병으로 의식을 잃었는데, 팀 메이트는 정식으로 가족이 아니라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행이 그 애인은 뒤늦게 병원으로 온 가족들의 서명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지금 회복중이지만, 만약 조금만 더 늦었어도 위험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팀 메이트에게 들은 하야마는 문득 ‘결혼해야겠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하네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미하네가 위험할 때 내가 버팀목이 되고 싶어.’
이렇게까지 현실적인 문제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미하네는 하야마의 그 말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다가와 조금 울어버리고 싶었다. 책임이 더해진 사랑은 무겁다. 결혼이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수단이었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 만큼이나, 너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름답다. 그 안에는 로맨틱함과 함께 책임감이 들어가 있었으니까. 감동의 눈물이 차오르는 게 당연했지.
“미하네, 울어?”
“…응?”
생각에 푹 빠져있어 누가 들어온 것도 몰랐던 미하네는 코앞에 다가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제 앞에 걱정스러운 눈으로 서있는 것은, 제 연인이자 남편이 될 남자였다.
“코타로?”
“곧 식 시작해서, 보러 왔어! 긴장하고 있을까 걱정됐고!”
“…말은 하고 온 거지…?”
“당연하지. 허락 받고 온 거라고?”
그렇다면 됐다. 하야마는 워낙 가만히 있질 못해서 식이 시작되기 전 한 번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안심한 미하네는 허리를 곧게 펴고 자신의 신랑과 눈을 맞추었다.
“안 울어. 그냥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긴장은?”
“약간 했지만 이제 괜찮아. 코타로는?”
“난… 음, 긴장했나?”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솔직한 감상에 하야마는 화도 내지 않고 웃었다. ‘하하하!’ 눈을 깜빡이고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 그는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1학년 때와 변함없이 솔직하고 순수하며 눈부시다. 역시 이렇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마냥 꾸밈없는 게 그의 매력이지. 방긋 웃는 그를 보던 미하네가 자연스럽게 같이 웃어버렸다.
“나 긴장 풀리게 뽀뽀해줘!”
“립스틱 지워지면 안 되는데.”
“그러지 말고, 응? 어차피 나중에 키스할 거잖아!”
“시작부터 지워져 있는 거랑 나중에 지워지는 건 달라.”
“으으.”
금방 풀죽는 것조차도 귀여워 보이면 그건 콩깍지가 씐 거겠지. 이 정도 사귀었는데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는다면, 역시 언젠간 결혼하게 될 운명이었을까. 조금 감상적이게 된 그녀는 못 이기겠다는 듯 하야마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자, 이제 긴장 풀렸어?”
“…응!!”
“그럼 식장에서 보자. 얼른 가봐.”
“알았어! 사랑해, 미하네!”
‘나도 사랑해.’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하야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간 후였다. ‘잠깐 보고 온다더니 왜 이렇게 늦었어?!’ 어렴풋이 미부치의 잔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정말 바쁜데 잠깐 들린 것 같으니 이해는 하지만, 대답 정도는 듣고 가도 좋지 않은가.
‘…뭐, 상관없으려나. 앞으로 많이 들을 거고.’
입술 화장을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본 미하네는 살짝 붉어진 제 귀를 감추기 위해 면사포를 고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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