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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黒子のバスケ

드림 웨딩합작(2017) / 가장 찬란한 순간에



※ 하야마 코타로 드림. 오리주 주의.

합작 홈 주소 → https://thirteen1004.wixsite.com/bridal-wedding




가장 찬란한 순간에

written by Esoruen




솔직하게 말하자면, 타네구치 미하네는 제가 결혼을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딱히 독신주의자인건 아니지만 결혼에 대한 욕구는 그리 강하지 않다. 웨딩드레스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거나 누군가의 결혼식을 보며 멋지다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죽어도 결혼 못해!’ 라고 말하진 않아도, 결혼 할 거냐 말 거냐는 질문엔 하기 싫은데요?’라 답할 자신이 결혼하는 날이 오다니. 인생이란 정말이지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 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쩜! 미하네 너무 예쁘네, 정말!”

고마워. 미부치 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신랑 대기실로 가버렸어. 난 너부터 보겠다고 먼저 온 거고. 그 녀석 턱시도 차림은 별로 크게 안 궁금하지만 미하네의 웨딩드레스는 궁금했거든!”

그래?”

 

미하네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대꾸하고 면사포를 만지작거렸다. 저 말도 벌써 30번 넘께 들었다. 제 지인도, 하야마의 지인도, 모두가 제게 와선 역시 결혼식의 꽃은 신부라는 듯 말한다. 그 의견을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제 웨딩드레스 차림이 그렇게 특별한 볼거리인가에 대해선 공감할 수 없다. 물론 신부화장과 웨딩드레스로 무장한 지금 제 모습은 평소에 비하면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긴 하지만, 어차피 식장에서 볼 텐데 뭘 그리 조급해 하는 걸까.

 

그나저나 북적북적하네. 미하네 쪽 하객은 유명인사도 있고!”

유명인사라 하니 꼭 연예인 같네. , 연예인만큼 많이 번 작가님은 있지만. 코타로 쪽 하객도 유명한 선수가 많이 왔으니까 피차일반 아닐까. 미부치 군도 그 중 하나지만.”

어라, 미하네도 참!”

 

사실이라도 칭찬으로 들으면 부끄러운 걸까. 미부치는 여성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그럼 난 이만 갈게. 피로연에서 또 보자?”

. 와줘서 고마워.”

. 너희 둘의 결혼식인데 안 올 리가 없잖아?”

 

그럼 이만.’ 신부 대기실을 나갈 때 까지 미하네의 드레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 그는 같이 온 동료들이 있을 신랑 대기실로 향했다. ‘후우.’ 작게 한숨 쉰 미하네는 열린 문틈으로 북적거리는 식장을 엿보았다.

프로선수인 하야마의 하객들은 대부분 스포츠 쪽 지인들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팀메이트나 같은 프로팀의 선수들, 혹은 스포츠 해설자나 기자까지. 다들 TV에서 한번 쯤 봐온 얼굴들인데 비해 제 쪽의 하객들은 얼굴만큼은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원래 소설가란 어지간히 유명하지 않는 이상 이름을 듣는다면 누구나 아하!’ 하지만 얼굴만 봐선 한 번에 알아보기가 힘들지. 자신만 해도 꽤 유명하지만, 얼굴은 크게 노출 시키지 않았으니 말이다.

 

편집장 님, 얼마나 떠들고 다니신 거지.’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생활을 해온 그녀는 아주 유명하진 않아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작가였다. 그러다보니 직접 친분이 없어도, 출판사를 통해 인연이 닿는 작가들은 편집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녀의 청첩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편집장 덕에 제 쪽의 하객들도 조금 호사스러워지고 말았다. 조용한 결혼을 바랬던 그녀는 취재기자가 아무도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기로 했다.

 

정말로 하는구나, 결혼.”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어뜨린 미하네는 곧 시작될 결혼식에 긴장하지 않기 위해 숨을 가다듬었다. 역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제가 결혼이라니. 혹시 꿈이 아닐까 싶지만 아플 정도로 쿵쾅거리는 심장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하야마와 사귀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쯤이었다. 지금 제 나이가 25살이니, 대충 8년하고 몇 개월 정도 사귀었다고 보면 될까. 꽤나 긴 연애였지만, 그동안 미하네는 하야마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 다투고, 서먹해지고, 연락이 뜸해지는 기간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모두 연애의 흐름이었지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꼭 결혼을 하는 건 아니니, 결혼에 대한 건 생각하지 않았는데.

 

있잖아, 우리 결혼할까?’

 

작년 겨울, 그러니까 두 사람이 사귄지 딱 8년 쯤 되었을 때. 하야마는 데이트를 끝내고 그녀를 배웅하다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프러포즈라고 하기엔 참 멋없긴 하지만, 미하네는 그 말에 잠깐 숨 쉬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었다. 제 연인도 자신처럼 결혼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아무리 오래 된 사이라 해도, 미하네로선 충분히 놀랄만한 고백이었다.

그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최근 팀 메이트의 애인이 수술이 필요할 수준의 병으로 의식을 잃었는데, 팀 메이트는 정식으로 가족이 아니라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행이 그 애인은 뒤늦게 병원으로 온 가족들의 서명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지금 회복중이지만, 만약 조금만 더 늦었어도 위험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팀 메이트에게 들은 하야마는 문득 결혼해야겠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하네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미하네가 위험할 때 내가 버팀목이 되고 싶어.’

 

이렇게까지 현실적인 문제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미하네는 하야마의 그 말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다가와 조금 울어버리고 싶었다. 책임이 더해진 사랑은 무겁다. 결혼이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수단이었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 만큼이나, 너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름답다. 그 안에는 로맨틱함과 함께 책임감이 들어가 있었으니까. 감동의 눈물이 차오르는 게 당연했지.

 

미하네, 울어?”

?”

 

생각에 푹 빠져있어 누가 들어온 것도 몰랐던 미하네는 코앞에 다가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제 앞에 걱정스러운 눈으로 서있는 것은, 제 연인이자 남편이 될 남자였다.

 

코타로?”

곧 식 시작해서, 보러 왔어! 긴장하고 있을까 걱정됐고!”

말은 하고 온 거지?”

당연하지. 허락 받고 온 거라고?”

 

그렇다면 됐다. 하야마는 워낙 가만히 있질 못해서 식이 시작되기 전 한 번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안심한 미하네는 허리를 곧게 펴고 자신의 신랑과 눈을 맞추었다.

 

안 울어. 그냥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긴장은?”

약간 했지만 이제 괜찮아. 코타로는?”

 , 긴장했나?”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솔직한 감상에 하야마는 화도 내지 않고 웃었다. ‘하하하!’ 눈을 깜빡이고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 그는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1학년 때와 변함없이 솔직하고 순수하며 눈부시다. 역시 이렇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마냥 꾸밈없는 게 그의 매력이지. 방긋 웃는 그를 보던 미하네가 자연스럽게 같이 웃어버렸다.

 

나 긴장 풀리게 뽀뽀해줘!”

립스틱 지워지면 안 되는데.”

그러지 말고, ? 어차피 나중에 키스할 거잖아!”

시작부터 지워져 있는 거랑 나중에 지워지는 건 달라.”

으으.”

 

금방 풀죽는 것조차도 귀여워 보이면 그건 콩깍지가 씐 거겠지. 이 정도 사귀었는데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는다면, 역시 언젠간 결혼하게 될 운명이었을까. 조금 감상적이게 된 그녀는 못 이기겠다는 듯 하야마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 이제 긴장 풀렸어?”

!!”

그럼 식장에서 보자. 얼른 가봐.”

알았어! 사랑해, 미하네!”

 

나도 사랑해.’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하야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간 후였다. ‘잠깐 보고 온다더니 왜 이렇게 늦었어?!’ 어렴풋이 미부치의 잔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정말 바쁜데 잠깐 들린 것 같으니 이해는 하지만, 대답 정도는 듣고 가도 좋지 않은가.

 

, 상관없으려나. 앞으로 많이 들을 거고.’

 

입술 화장을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본 미하네는 살짝 붉어진 제 귀를 감추기 위해 면사포를 고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