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UM 달스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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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written by Esoruen
생사도 알 수 없는 이별은 쉽게 사람을 좀먹었다.
테네라가 연락두절이 된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누군가는 그녀가 죽었을 거라 쉽게 결론 내렸고, 누군가는 그녀가 배신을 한 게 아니냐는 소문을 흘렸다. 가벼운 추측, 가벼운 소문. 모두 당사자와 가깝지 않기에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겠지. 달스는 그 모든 것이 상대 할 가치도 없이 추잡하다 생각했지만, 무표정한 얼굴 위에 감도는 살벌한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다.
“곧 빛나는 그분이 깨어나, 다른 차원의 빛을 빼앗으러 가겠지.”
“우리의 기술도 이젠 한계야. 조사단은 왜 아직 움직이지 않는 거야?”
“소문 못 들었어? 선발대가 실종되었다고 하잖아. 알로라라는 곳에 도착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던데.”
“객사 한 거야? 무섭네, 그거.”
행인들의 수군거림엔 악의가 없었다. 그들은 언제라도 네크로즈마가 깨어날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조사단에 거는 기대,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저렇게 지껄이는 거겠지. 괜히 화를 내고싶지 않은 시오니라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 일일이 대꾸하는 건 미련한 짓이고, 자신은 조사대의 대장이니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았으니까.
“미린, 달스랑 아마모는?”
“루나아라를 데리고 홀 앞으로 갔어요. 출발 준비는 이미 마쳤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 가서 협력자를 만나고 이것저것 조사해야 하니,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겠지.”
저번엔 혼자 보내서 이 사단이 났으니, 이번엔 두 명이서 한 조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울트라메가로폴리스 주민들의 의견이었고 시오니라도 그것에 동의하긴 했지만, 마음 속 찝찝함은 도저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 누구도 조사대의 실패에만 주목할 뿐, 실종 된 대원은 신경 쓰지 않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모르는 테네라를 걱정하는 건 같은 조사대 대원들뿐이었다. 그중에서도 달스는, 내색을 하지 않을 뿐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었지. 오죽하겠는가. 자신을 곁에서 가장 챙겨주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행방불명되었는데.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시오니라는 울트라홀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원들을 발견하곤 급히 입을 닫았다.
“앗, 대장님! 미린!”
“아마모, 달스. 준비는 다 되었나.”
“응! 루나아라도 준비 됐데!”
아마모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답하지만, 달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제 의사를 드러낼 뿐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예상한 일이라는 듯 가볍게 콧수염을 매만진 시오니라는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이는 동료에게 다가갔다.
“달스.”
“대장님.”
“테네라에 대해서는 남은 우리가 잘 조사해 볼 테니, 너는 아마모와 함께 포켓몬 배틀과 알로라의 빛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주길 바라네. 그 아이는 내게도 딸 같은 존재니까 말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 할 생각은 없어.”
“…….”
충고인지 위로인지 모를 말이지만, 적어도 테네라를 신경 쓰는 건 너 혼자만이 아니라는 뜻은 전해졌을 것이다. 시오니라는 그렇게 믿었고, 그렇기에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행스럽게도 달스는 어느 정도 말 속의 의미를 눈치 챈 건지 소리 내어 대답하고 바이저를 썼다. ‘그럼, 가자!’ 아마모의 말에 두 사람을 태운 루나아라는 홀 안으로 몸을 던졌고, 강렬한 빛이 울트라홀에서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이 잘 도착해야 할 텐데 말이죠.”
순식간에 사라진 동료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린 미린은 슬쩍 시오니라의 눈치를 살폈다. 시오니라는 미린이 자신을 왜 그렇게 힐끔힐끔 보는지 안다는 듯 가만히 콧수염만을 만지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달스가 걱정이군.”
그렇게 보여도 복잡한 녀석인데.
중얼거림 뒤에 덧붙인 말은,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한 조사대원이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문구였다.
눈부신 빛을 몇 번이고 통과할 때 마다, 달스의 정신은 아득해져갔다.
몇 십, 몇 백 광년을 넘어 도달한 목적지는 어떤 곳인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모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알로라에 대한 기대로 신이 나있었지만, 달스는 눈부신 빛들을 볼 때 마다 생사도 알 수 없는 동료가 생각나 눈앞이 깜깜해졌다.
과연 테네라는 무사히 도착은 한 것일까. 아니면 도착도 하지 못하고 수많은 울트라홀 중 한 곳에 떨어져 조난당했을까. 배신하여도 좋고, 도망쳐도 좋으니, 살아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이 이별은, 영원한 것이 아니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은 너무 무른 것일까? 고민에 빠져 아래만 보는 달스는 아마모가 본인을 부르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달스, 달스!”
“응?”
“걱정 마! 테네라는 잘 있을 거야! 돌아올 땐, 꼭 셋이서 오자!”
“…….”
아아. 자신보다 더 낙천적인 사람은 눈앞에 있었다. 달스는 슬쩍 눈을 찌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제가 너무 부정적이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직 아무 정보도 없는데 당장 최악만 생각 하는 건, 당사자인 테네라에게도 미안한 일이겠지. 마음을 다 잡은 달스는 아마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가, 눈부신 빛이 바이저 너머로 파고드는 바람에 눈을 감고 말았다.
“…!”
이 빛은 분명 홀을 통과할 때 뿜어져 나오는 빛이다. 잠깐 수다를 떨었을 뿐인데, 벌써 도착한 것인가. 달스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빛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 새하얀 세계 속, 아마모도 루나아라도 보이지 않는 와중 그리운 얼굴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테네라?”
이름을 부르자, 상대는 웃음으로 답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보았던, 그립고도 눈부신 미소였다.
제 얼굴을 매만지다 바이저를 벗기는 손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다. 체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시체 같은 차가움. 하지만, 분명 눈앞의 테네라는 자신을 향해 웃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달스는 그걸 바로 눈치 챌 정도로 눈치가 빠르지는 못했다.
“넌, 너는….”
“…….”
“무사한 건가? 아니면….”
입을 열기만 했는데도 어째서인지 목이 막혀와, 달스는 아주 간단한 것을 묻는 것에도 온 힘을 다 짜내야 했다. 다소 필사적인 물음과 굳어버린 몸. 위태롭다고 밖에 수식할 말이 없는 달스를 지그시 보던 테네라는 발끝부터 천천히 무너져, 빛의 입자로 변해갔다.
잠깐. 기다려. 테네라.
아주 짧은 세 마디를 내뱉는 달스의 입에선,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달스!”
눈부신 빛이 시야를 뒤덮고, 새하얀 시야가 무너져 내리자, 처음 보는 색의 하늘과 낯선 땅의 냄새가 그를 반기고 있었다. 아까 그것은 무엇이었는가. 그걸 판단할 틈도 없이 상체를 들어 일어난 달스는 자신을 보며 안도하는 아마모와 눈이 마주쳤다.
“다행이다! 정신이 들었구나!”
“아마모?”
“정신이 들었어? 아 맞아! 우린 무사히 알로라에 도착했어!”
“…아, 그런가.”
그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방금 제가 본 것은….
“다 허상이라는 건가.”
달스는 자신에게 무엇 하나 자각할 틈도 주지 않고 되풀이된 이별에 얼굴을 감싸 쥐었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이별은, 쉽게 사람을 좀먹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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