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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Pokémon

드림 진단 메이커 합작 / 엉켜버린 시선을 따라


※ 마적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dreamshindanmaker.creatorlink.net/index/




엉켜버린 시선을 따라

written by Esoruen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공정하기 힘들어,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쉽게 부정적으로 치닫거나 긍정적이게 미화되곤 했다.

누군가는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가난하다고 한탄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강하다고 자부하기도 했지. 어느 쪽이든 한심하긴 마찬가지지만, 그걸 비난 할 수는 없다. 인간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못한 생명체니까, 억지로 노력하거나 천성이 타고나지 않은 이상, 스스로에게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공정하다는 오만을 가지고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비담은 제 자신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했다.

 

능력이나 성격에 대한 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 누가 뭐라 하던지 간에, 그녀는 자신이 유능하고 성격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비사교적이고, 제멋대로며, 이기적이기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교류하게 만들 만큼 연구 실적이 좋다. 그것이 자신, 비담이라는 인간이었지.

그렇다면 그 외의 것은 어떤가? 포켓몬 배틀의 실력이나 재력, 교우관계 같은 건 뭐라 하기 힘들지만 외모 하나 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은 그렇게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어려 보이는데다가 충분히 미형에 속하는 얼굴이라고.

제 얼굴에 대해 자각한 것은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였을까.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어릴 때는 더더욱 연애에 관심이 없던 자신에게, 남성이란 그저 성별이 다른 생명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자든 남자든 유능하고 말이 잘 통한다면 그만이지.’ 그렇게 생각하던 제게 연애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던 남자가 몇이나 있던가.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자랑을 떠벌일 정도는 못 되지만, 적어도 두 손으로 꼽을 정도는 된다. 그리고 그 남자들 중 과반수이상은, 자신의 외모에 끌려 다가온 남자들이었지 다른 것들에 끌린 것은 아니었다.

비담 양은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으니까 말이야. 중성적인 미인상이라고 할까?’ ‘솔직히 네가 성격이 좋은 건 아니지. 하지만 곱상하게 생겼으니 됐어.’ ‘선배는 능력도 좋고 예뻐서, 다른 건 어떻든 상관없어요.’

저런 말을 칭찬이랍시고 하던 남자들을 떠올리면 속이 메스꺼워진다. 굳이 칭찬할 거라면 연구 성과나 잔뜩 칭찬해 줄 것이지. 관심도 없는 상대가 외모를 칭찬해 주는 건 품평일 뿐이란 걸 모르는 걸까. 물론 비담은 자신보다 멍청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낄 정도로 눈이 낮은 사람은 아니었다. 식사나 한 끼 하거나 술이나 한잔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그 누구도 자신과 특별한 관계는 될 수 없었지. 제가 적당히 관심 없다는 투로 대하면, 상대도 오래 끌지 않고 금방 포기해 버렸으니까. 물론 이 적당한 대처가 먹힌 것은 어디까지 제가 뛰어난 미인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제가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할 만한 얼굴이었다면, 매몰차게 거절했어도 들러붙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꼴이 말이 아니군.”

그렇습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곱상한 외모라도, 잘 관리하지 않는다면 볼품없어 지는 법.

비담은 자신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훑어보는 마적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기억하기엔 자네가 요 최근 자는 꼴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얼마나 밤을 샌 거지?”

잠은 자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그래서 꼴이 그렇고?”

대신 보고서는 완벽하죠.”

 

말이나 못하면.’ 들으라는 듯 중얼거린 마적은 그녀가 넘긴 서류를 훑어보면서 몇 번이고 비담을 향해 힐끔힐끔 시선을 던졌다.

거뭇거뭇한 눈 밑, 잔뜩 말라서 갈라진 입술, 담배냄새가 잔뜩 밴 가운은 소매부분이 새까맣게 얼룩져있고, 손톱은 깨지고 부러져 엉망이다. 그야말로 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모습인 건 잘 알고 있지만, 뭐 어떤가. 씻는 것 하나 만큼은 하루에 한 번씩 제대로 하고 있고, 이제 일이 끝났으니 돌아가 푹 쉬기만 해도 훨씬 보기 좋은 꼴이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비담은 제 상사이자 애인이 빨리 서류 검토를 완료해주길 바랬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한 줄 읽고 힐끔. 한 줄 더 읽고 또 힐끔.

저렇게 집중을 못해서야 언제 내용을 다 읽겠는가. 아니, 정독이 아니라 훑어보는 거라고 해도 이래서야 한나절이 걸릴 게 분명하다. 비담은 마적이 자신을 왜 그렇게 신경 쓰는지 알고 있었지만, 잠이 부족해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녀는 서류와 제 얼굴 사이를 오가느라 복잡하게 엉킨 시선을 억지로 잘라버리기로 했다.

 

그만 보시고 서류에 집중하시죠. 리더 마적.”

, 그러지. 불쾌했다면 사과하겠네.”

불쾌한 건 아닙니다. 별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다행이군.”

 

후우. 한숨을 내쉰 마적은 안경을 고쳐 쓰곤 마저 글을 읽어 내려갔다.

뭐가 그리도 다행이라는 걸까. 비담은 문득 그의 대답이 조금 우습게 느껴져서 웃어버렸다. 이미 불순한 의도가 담긴 시선은 전부터 지겹도록 주고받지 않았던가. 이전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물론 자신도 전혀 미안하지 않으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 새삼스러움은 꽤나 해학적이게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우스움에 조금 정신이 든 그녀는 가볍게 마른세수를 하고 상대방을 훑어보았다. 아래에서 위로. 발끝부터 시작해 천천히 올라가는 그 시선은 확실히 불순했지만 마적은 서류에 집중하느라 눈짓을 눈치 챌 수 없었다.

 

단정하시기도 하지.’

 

약간 닳긴 했지만 더럽다고는 할 수 없는 신발, 매일 다림질이라도 하는지 구김이 거의 없는 옷가지는 각이 제대로 살아있다. 원래 윗사람일수록 모양새를 갖춰야 품격이 살긴 하니, 한 집단의 우두머리인 그가 옷을 잘 차려입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담이 정말 감탄한 건 옷이 아니었다. 이 남자, 마그마단 리더 마적의 진짜 단정함은 그 얼굴에 있었으니까.

지적인 용모와 흐트러짐이라곤 없는 근엄한 표정. 날카로운 눈빛은 소심한 조무래기라면 눈만 마주쳐도 숨을 멈추게 하기 충분하고, 꾹 다문 입은 고집스러움이 가득하지만 단정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애인이라고 너무 고평가 해주는 게 아냐?’라는 반문이 들어올 법한 서술이긴 하지만, 사실인 걸 어쩌란 말인가. 비담은 옛날부터 그의 얼굴 하나만큼은 제 주변을 알짱거린 남자들 중에서는 제일 번듯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잘생겨서 매력적이었다기보다는, 성격이나 언행이 취향인 쪽에 가까웠지. 듣고 싶지도 않은 외모칭찬 대신 능력만 제대로 평가해 준 것도 좋았고 말이다. 하여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근사한 남자였다.

 

?”

 

얼굴에 머무르던 시선을 이제야 눈치 챈 걸까. 아니면 또 습관적으로 자신을 힐끔거리기 위해 고개를 돌린 걸까. 비담은 갑자기 고개를 든 마적과 시선이 마주쳤지만 먼저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제가 뭐가 무서워서 물러서겠는가. 자신은 그저, 잘난 애인을 면밀히 뜯어보며 잘생겼다고 감탄했을 뿐인데.

 

왜 그러십니까. 리더 마적?”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사람을 빤히 보고.”

그냥 잘생겨서 봤습니다.”

.”

 

기가 차다는 듯 웃은 그는 마지막 장까지 넘겼던 서류를 가지런히 정리해 책상 위에 올렸다.

 

좋군. 따로 손볼 곳은 없네.”

그렇습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도 될까요?”

간다고?”

?”

 

마적의 반문엔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느낌상 비꼬려고 하는 말이나 제가 뭔가 잘못해서 꺼낸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러는 걸까. 비담은 이해가 안가는 질문에 똑같이 물음으로 답했다. 제가 방금까지 뭘 했는지는,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말이다.

 

그렇게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보더니 그냥 간다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입매가 가늘게 휘고, 날카롭던 시선에는 은밀한 애정이 차오른다. 제게 성큼 다가오며 묻는 그의 말과 표정에서 아까 전 질문의 속뜻을 눈치 챈 비담은 결국 소리 내서 웃어버렸다.

 

. 제 꼴이 이 모양인데 괜찮습니까? 리더.”

그 꼴이 예쁘지 않다고 한 기억은 딱히 없다만.”

평소에도 외모 이야기는 안 해주셨던 것 같은데.”

그런 거 안 좋아하잖나?”

. 정답입니다. 질색이죠.”

 

하지만 당신에게라면 들어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게 이어 말하려던 비담은 제 말이 너무나도 낯간지럽게 느껴져, 열린 입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대신 코앞으로 다가온 반듯한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