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금과 착란에 대한 묘사가 많이 있습니다. 드림캐가 드림주를 정신적으로 밑바닥까지 몰아세웁니다
※ 원천군이랑 우정드림 비슷한 관계있습니다. 우정이라고 할까 동료라고 할까 어쨌든 연애관계는 아닙니다.
※ 왕천군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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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속의 새는 망가진 세계를 원한다
written by Esoruen
망가진 것은 원래 예측이 불가능 한 법이었다. 어느 날은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고, 늘 고장 난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멀쩡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지.
불안정한 모습. 불안정한 행동.
무엇이든 일관적이지 않은 건 사람을 긴장하게 했고, 긴장은 오래 지속될수록 사람을 망가지게 한다.
망가진 것을 마주하다 자신도 망가진다. 전형적인 악순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칠 수 없는 것은, 언제나 제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음 때문이었다.
가벼운 환청과 무뎌지지 않는 고통의 끝에 깨어난 담운은 새까맣게 말라붙은 피의 문자가 가득한 천장에 차가운 숨을 뱉었다.
“아직 정신이 붙어있나?”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부른다. 뭐라고 대답을 하려던 그녀는 바싹 마른 목에서 아무 소리도 나오질 않아 도로 입을 닫았다. 평소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말에 답신을 하려 했겠지만, 지금은 도무지 그럴 기운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기운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최악의 경우엔, 둘 다 바닥 난 걸지도 몰랐고.
“흐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제 머리맡에서 멈춘다. 담운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새까만 눈동자 한 쌍과 천장의 문자를 번갈아 보았다.
죽어. 나는 누구야? 죽어. 죽어. 누구야.
일그러지지도 않는 선명한 환청은, 코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다.
“아직 인가.”
‘죽어.’
“참 질기다니까. 너도.”
‘죽어.’
느리게 깜빡이던 그녀의 눈이 지그시 감겼다. 이렇게 보니 마치 시체 같다. 미동도 않고 옅은 호흡을 하는 담운을 가만히 응시하던 왕천군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어디 조금 더 힘내보라고.”
지금은 꺼내주지 않겠다는 소리겠지. 상대의 말을 간단히 직역한 그녀가 다시 눈을 떴다.
핏빛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천장뿐이었다.
왕천군의 화풀이는 돌발 이벤트가 아니었다. 십천군에게 왕천군과 담운의 갈등은 일상의 일부 같은 것이었고, 그 결과 또한 놀라울 것도 없이 늘 비슷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는 담운은 늘 왕천군에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했고, 왕천군은 그 사실을 언제나 제게 유리한 방향으로 써먹는다. 그런 둘의 다툼이니, 손해를 보는 건 언제나 한 사람 뿐이었다.
‘원래 남녀 관계란 복잡한 거지, 휘말렸다가 피 보기 싫으면 그냥 내버려 둬.’
요천군은 그렇게 말하며 쓸데없이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 경고했지만,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 두기엔 상황이 좀 심각했다. 다른 십천군 소속원들과 달리 담운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원천군은 오늘도 비어있는 그녀의 방을 확인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으음.”
이걸로 그녀가 사라진지도 일주일째다. 하지만,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담운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들 관심이 없으니 찾으려 들지 않는 거겠지. 어쩌면 관심이 있어도 함부로 묻기 힘들어 입을 닫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가장 난리를 쳐야 할 왕천군이 조용히 있는 탓에, 다들 그가 무슨 짓을 벌였다고 추측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자신도 같은 예측을 하고 있긴 했다. 평소의 왕천군은 제 시야에 담운이 보이지 않으면 한 시도 가만있질 않고 돌아다니며 그녀의 행방을 찾았는데, 최근 그는 담운이 없어도 이상할 정도로 여유롭고 즐거워 보였으니까. 이렇게까지 극명하게 반응이 달라지면, 의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눈가를 짚은 원천군은 작은 딜레마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역시 직접 물어보는 건 좀 그렇단 말이죠.’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건 둘째쳐도, 쓸데없는 참견에 불쾌해진 왕천군이 보패라도 썼다간 정말로 피를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협력을 부탁하기엔 다들 왕천군의 눈치를 보고 있을 테고, 결국 남는 건….
‘문중이라면 흔쾌히 협력해 주겠지만, 금오삼강의 힘을 빌릴 거라면 혼자 허탕 치는 게 낫지.’
아무리 급해도 금오삼강 중 한 명과 손을 잡을 정도로 자신은 자존심 없는 선인이 아니다. 한숨인지 콧방귀인지 모를 짧은 숨을 내뱉은 원천군은 먼지가 쌓인 방을 조용히 벗어났다.
최근엔 곤륜산도 조용하고, 하계에도 별 일이 없기 때문일까. 대화상대가 사라진 금오도는 무서울 정도로 적막하게 느껴졌다. 제가 특별히 소란스러운 걸 바라는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이 정도로 한적하게 되면 쓸데없는 잡념이 떠올라서 곤란하다. 제 섬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우두커니 서있던 원천군은 별처럼 수놓인 섬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어쩌면 저 섬들 중 어딘가에, 담운이 있지 않을까? 왕천군의 방은 가보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면 모르는 척 가서 아무 용건이나 말해볼 기분이 든다.
변덕과 신중함의 갈림길 앞. 북슬북슬한 털 사이에 파묻힌 눈을 깜빡이는 그는 오랫동안 멈춰있던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가, 발끝에 닿는 것이 없는 걸 깨닫고 경악했다.
“뭣…!”
쿵. 커다란 털 뭉치 같은 몸이, 갑자기 나타난 공간보패의 입구 안으로 떨어진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원천군은 바닥에 곤두박질 친 아픔을 느낄 틈도 없이 주변을 살폈다. 금오 안에서도 공간보패를 쓰는 이는 극히 한정적이다. 그리고 그 한정적인 인원 중, 제게 갑자기 적의를 드러내 공격해올 상대는 없었지. 그렇기에 원천군은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말로 하면 될 걸, 누가, 왜, 자신을 납치하듯 제 공간으로 들인 것인가.
“아.”
똑바로 서서 어지러운 시야가 정리 될 때 까지 기다린 그는 처음 보는 커다란 철창에 시선을 빼앗겼다. 제 예상과 달리, 여긴 누군가의 공간보패 속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원래는 공간보패가 이 부근을 기점으로 펼쳐져 있었지만, 자신을 출입시키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소멸 된 걸지도 몰랐지. 눈앞의 철창 속에 있는 인물이 쓰는 공간보패라면, 지금까지 한 가정이 전부 맞아떨어질 수 있었으니까.
“담운.”
“…….”
이름을 부르자 눈꺼풀 속에 숨어있던 탁한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에 쓰러져 자신을 보는 그녀는 두 눈의 초점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일단 숨이 붙어 있다는 것 정도는 확일 할 수 있었다. 이걸 다행이라 해도 좋은 걸까. 예상보다 심각한 담운의 모습에 원천군이 침묵을 유지하자, 갈라진 목소리가 뒤늦은 대답을 해왔다.
“원천군이구나. 다행이야.”
“여기서 뭘 하고 있습니까? 왕천군은….”
“알고 있어.”
그런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게 아닌데. 핀트가 어긋난 담운의 말에 침묵한 원천군은 낯선 철창 속 풍경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바닥도, 천장도, 벽도, 검붉은 색으로 적힌 저주의 문구가 가득하다. 분명 어디선가 본 필체라는 것도 거슬리지만, 담운의 글씨는 아니라는 생각부터 떠올라 등골이 오싹해졌다.
앞뒤 상황을 모르는 제가 보기엔, 지금 담운은 악의가 가득한 공간에 몇날며칠을 갇혀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왕천군이 이걸 알고 있다면, 아마도 이런 짓을 한 것은.
“꺼내달라고 부른 겁니까?”
굳이 물어보는 이유는 한 가지 뿐. 담운은 언제나 왕천군을 중심으로 행동했고, 그가 죽으라면 시늉이 아니라 정말로 죽어버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화풀이에도 그녀는 크게 싫은 소리도 없이 왕천군의 행동을 다 받아주었고, 남들에게 그걸 티내지도 않았지.
그런 담운이, 이렇게 제 3자인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듯이 굴다니.
다른 사람에겐 누가 봐도 명백한 구조신호로 보일지 몰랐어도, 원천군은 그녀의 의도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모, 르겠어….”
“모르겠다니. 그럼 왜?”
“아무도… 안 오니까. 뭐가, 현실인지 모르…, 겠어서.”
“…괜찮은 겁니까? 담운.”
분명 괜찮지 않아도 평소의 그녀라면 괜찮다고 답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원천군이 저런 질문을 한 것은, 정말로 그녀가 제가 알던 그녀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같아지면….”
“…?”
“나도, 그렇게 되어야, 혁이는….”
마른 입술이 뻐끔거리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말라비틀어진 말들이 침묵 속에 쌓이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녀가 얌전히 널브러져있던 손을 들었다.
슥. 스윽.
아무것도 없는 손가락이 바닥에 보이지 않는 글씨를 완성했을 때 쯤.
멍하니 서있던 원천군은 주춤거리다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담운이 돌아온 것은 원천군이 그녀를 발견하고 48시간이 지났을 때쯤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왕천군의 옆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에게선 작은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대부분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했다.
‘왕천군이 어디 가둬놓기라도 했나 보지. 문중에게 못 가게 말이야.’ 장천군은 재미있는 소문거리라도 찾은 사람처럼 질 나쁜 소릴 하며 웃었지만, 원천군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제가 보고 들은 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왕천군은 제가 거기 있었다는 걸 눈치 챘을 것 같지만, 이왕이면 모르길 바랐다. 왕천군이라면 분명 담운의 그런 꼴은 본인 혼자서 보고 느끼고 싶었을 테니, 제 방문 같은 건 방해만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이 말은 해두어야 한다. 담운이 혼자 방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기다렸던 원천군은, 그녀가 잠들기 전 우두커니 앉아있을 때 다가가 혼잣말 하듯 입을 열었다.
“나는 무슨 일 때문에 당신이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는 모릅니다. 어차피 저로서는 납득이 안 가는 이유일 테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니까요.”
여전히 초점이 흐릿하지만 완전히 정신을 놓지는 않은 두 눈이, 조심스럽게 자신과 시선을 마주한다. 오늘따라 더 탁하게 보이는 붉은 눈동자에서, 살아있는 것의 혈액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의 편을 들 생각도, 당신의 편을 들 생각도 없지만. 그렇게 죽여 달라고 해서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마, 왕천군도.”
“…….”
“…괜한 소릴 해버렸군요. 쓰다듬게 해드릴까요?”
“…응….”
자신을 끌어안는 손은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차가웠다. 흔치 않게도 인형처럼 얌전히 안겨준 원천군은, 제 머리통에 닿는 건조한 숨에 동정하듯 혀를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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