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농 유사부녀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s://startown1995.wixsite.com/dreamsecretcollabo
※ 봉신연의 외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썼지만 시점은 봉신연의 시간대입니다.
※ 작품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비밀이란다
written by Esoruen
아가. 자고 있니? 아가.
나무그늘 아래 누워 낮잠을 자던 백액호는 제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누가 자신을 부르는 것일까. 신공표는 아니다. 그는 볼일이 있다면서 자신만 쏙 내버려 두고 흑점호랑 가버렸으니까. 애초에, 그는 백액호를 ‘아가’ 같은 귀여운 애칭으로 부르지도 않았다. 신공표는 그녀를 어여삐 여기긴 해도 자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부모처럼 여겨지길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호기심과 경계심, 그 사이의 어딘가를 헤매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나무 위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남자가 누구인지 한 번에 알아본 그녀는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뻗었다. 마치 부모를 발견한 아이처럼, 한 치의 거리낌도 없는 모습이었다.
“파파!”
“백액호.”
이것이 몇 년 만의 만남이던가. 아니, 몇 년이라는 말로는 부족하지. 무려 숫자 단위만 네 자릿수인 공백이다. 아무리 이 별과 함께 억 단위의 시간을 살아온 자신이라 해도, 몇 천 년 만에 자식과 재회하는 건 마음이 떨려오는 법이었지.
신농은 나무에서 내려와 자신을 찾는 작은 생명체를 두 팔로 품었다. 오랜만에 본 제 피조물은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밖에 자라있지 않았다.
“잘 지냈어? 건강해 보이구나.”
“네! 신공표 님이 옷도 주시고, 먹을 것도 많이 주시고, 보패도 줬어요!”
“그래? 다행이네. 말도 잘 하고 있고.”
사실 말은 제가 옛적에 다 가르쳐 놨지만, 기억과 함께 언어능력도 초기화시켜 놨었으니 지금의 언어능력은 모두 신공표의 노력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신농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신과 수인, 축융이 정성들여 만든 생명체인데 아무렇게나 자라면 곤란하지. 아무리 복희를 돕기 위해 만들어 놓은 존재라 해도 일단은 자신들의 작품인데. 제 피조물의 불행을 바라는 창조주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기억나니? 내가 한 말.”
“네! 파파의 동포를 막기 위해 제가 복희 님과 선도들이랑 같이 싸워야 한다고 했어요!”
“잘 기억하고 있네. 그래. 무의식에 있는 기억이라 날아갔을지도 모르니 온 거였는데 잘 남아있다면 됐어. 우리는 자연 그 자체라 파워스폿에서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탓에, 혹 잊어버렸다면 움직일 수도 없어 곤란하니 말이야.”
아직 봉신계획은 한창이고, 복희도 지금은 ‘복희’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뛰어다니고 있다. 여와는 곧 봉인에서 깨어날 것이고, 두 동포가 싸우게 되는 순간 이 별의 운명도 그 전장 위에 전리품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뭘 할 것인가. 만물 그 자체가 된 자신들은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역시 자연인 이상 태어날 생명에게 특별한 힘을 전해주는 건 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낸 것은 수인이었고, 갓 새끼를 밴 암컷 백호를 골라온 것은 축융이었다. ‘갓 잉태된 이 생명에게, 우리가 힘을 주자.’ 그렇게 결정한 셋은 아직 세포일 뿐인 생명에게 자연의 기운을 듬뿍 주었고, 태어난 후에도 무탈하게 도력을 쌓아 요괴선인이 될 때 까지 보살폈다.
그렇다면 수인이 계획을 세우고 축융이 간택을 할 때, 자신은 무엇을 했는가. 당연히 이 어린 생명을 키우는 일을 맡았다. 아직 인간형을 갖추지도 못하는 요정시절부터, 인간으로 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까지. 여와의 눈을 피해 파워스폿에 눌러앉아, 이 어린 것을 쓸 만한 선도로 성장시켰다. 그 과정은 분명 재미도 있었지만 고통이 더 컸었지.
말과 글을 가르치는 것은 쉬웠다. 오히려 고생 한 것은 자신들의 정체를 이해시키고 탄생의 이유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오직 최초의 인간들만이 기억할 사실을 알려주고, 몇 번이고 멸망한 이 땅의 역사를 가르쳐 주고 나자, 시간은 천 단위로 흘러 이별의 순간도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계획의 마무리는 자신들이 사육한 이 요괴선인을 복희가 필요로 할 때 까지 잘 숨겨두는 것 뿐. 세 사람은 어떻게 해야 여와의 눈을 피해 그녀를 숨길지 고민했고, 오랜 생각 끝 이 피조물의 기억을 봉인한 채 강하고 믿음직한 선도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넌 이름이 없었지. 흠. 그래, 백액호가 좋겠구나. 이 파파가 지어준 거니, 잊지 마렴. 부디 네 역할을 다 하길 빌게.’
그렇게 백액호는 이별 전 받은 제 이름만을 기억한 채 방생되었고, 신공표에게 주워졌다.
…라는 것이, 벌써 2000년 정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긴 시간 고생했어. 곧 너도 활약할 때가 오겠지. 그러니 아직은 그 도사 밑에서 몸을 사려야 한단다. 알겠니?”
“네! 걱정 마세요! 파파의 말, 하나도 잊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래. 어차피, 이 꿈에서 깨면 또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을 말들이지만.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어. 네가 꼭 필요해 질 때, 싫어도 이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를 테니.”
“꿈?”
자신은 방금 잠에서 깼는데, 왜 신농은 꿈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백액호가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자, 신농의 새하얀 손이 그녀의 양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알겠지, 아가. 파파에 대한 건 모두 비밀이란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다 잊어버리렴. 모든 게 끝난 후, 또 보자꾸나.”
속삭이는 목소리는 상냥한 듯 비정하다. 제가 길러낸 것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춘 신농은 나무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흐릿해지는 시야, 서서히 사라지는 신농의 모습처럼 아득해지는 의식.
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던 백액호의 몸이 휘청거릴 때 쯤, 그녀는 무언가가 제 팔을 잡는 걸 느꼈다.
“백액호, 일어나세요.”
“…?”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두고 갔던 신공표와 흑점호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잠깐의 침묵이 두 사람과 한 마리 사이를 스쳐지나갔고, 그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잠이 덜 깬 백액호였다.
“파파…?”
‘아아. 이런.’ 흑점호는 털이 쭈뼛 설 정도로 움찔하고 신공표의 눈치를 살폈다. 이 세상에 제가 애정을 쏟는 여자에게 아버지 취급당하고 싶은 남자는 별로 없을 테고, 그건 독특한 미학을 가지긴 했어도 특이한 성벽은 없는 신공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백액호가 이유 모를 습관으로 자신을 ‘파파’라고 부르는 걸 싫어했고, 그렇게 부를 때 마다 작은 심술을 부렸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런 방식으로.
“…아직 잠이 덜 깼나 보군요. 제가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요?”
“으악!”
신공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결코 기분 좋아 보이진 않는 억양으로 꾸짖으며 백액호의 볼을 꼬집었다. 번개 같은 아픔이 뺨에서부터 정수리까지 흐르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제가 잠에서 깨어났다는 걸 제대로 인지했다.
“죄, 죄송해요! 신공표 님, 아파요!”
“정신이 들었습니까? 그럼 가지요. 당신과 같이 갈 곳이 있습니다.”
“저랑 같이? 좋아요! 갈래요, 갈래!”
기운이 넘치는 그녀는 굳이 싸움판에 끼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금방 기분이 좋아진 백액호는 기지개를 펴 몸을 풀고, 언제든 출발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하듯 보패를 발동시켜서 공중에 떠올랐다.
“어디 가는 거예요? 얼른 가요!”
“푹 자고 일어났더니 평소보다 기운 넘치는 것 같군요. 꿈이라도 꾸는 지 혼자 웅얼거려서 잠을 설치나 걱정했는데.”
“…꿈?”
그러고 보니, 제가 꿈을 꿨던가?
꾼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히, 눈을 뜨고 신공표와 마주보기 전에 누군가의 얼굴을 본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뭐, 대부분의 꿈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니까요. 신경 쓰지 말고 가도록 하죠. 그다지 중요한 꿈이 아닐지도 모르니.”
“으음….”
신공표의 말은 틀린 적이 없다. 그걸 잘 아는 자신인데, 왜 오늘 따라 그의 말을 의심하게 되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나무 위를 한 번 쳐다본 백액호는 조금 못미더운 얼굴로 고갯짓을 하곤, 앞서나가는 신공표를 바쁘게 쫒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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