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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기타

드림 판타지 합작 / 신의 정원



※ 노래의 왕자님 시노미야 나츠키 드림, 오리주 주의. 동양 판타지 AU

※ 합작 홈 주소 → http://thirteen1004.wix.com/dream-fantasy

 

 

 

의 정원

written by Esoruen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신의 존재는 생각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메리루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더라.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곧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맞다, 여긴 사당이지. 누군가가 말을 걸지 않는데도 종알종알 떠들며 이부자리를 정리한 소녀는 여전히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비단옷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던가. 그녀, 키리타 메리루는 마을의 수호신을 위해 제물로 바쳐졌다.

겨우 17살의 나이에 제물로 죽게 되다니. 누구라도 슬퍼할 일이겠지만 의외로 그녀는 비탄에 젖어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로 인해서 마을이 지켜진다면 그걸로 됐어요!’ 씩씩하게도 그렇게 말한 메리루는 기꺼이 바닥도 안 보이는 깊은 강으로 몸을 던졌고,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감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키리타 메리루의 삶이었을 뿐. 정신을 차린 그녀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에 와있었고,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의 삶을 부여받은 후였다.

 

“일어나셨나요? 메리루 님”

 

그 복도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놀랄 만도 하지만, 그녀는 이제 적응이 된 걸까. 메리루는 아무렇지 않게 짧은 머리에 장신구를 꽂으며 대답했다.

 

“응! 나츠키 님은 어디 있어?”

“지금 뜰에서 꽃을 보고 계십니다”

“내가 찾아가도 될까?”

“물론이죠, 기뻐하실 거예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시중의 말을 들은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아무리 자신도 이제 인간이 아니라지만, 상대는 신이다. 괜히 소심해지고 쭈뼛쭈뼛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잠겨있는 목을 푼다. 가장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기에 자신을 제대로 점검한 그녀는 사당을 나와 신이 머무는 궁으로 향했다.

이제 완전히 봄이 된 건가. 궁 주변에는 온갖 꽃들이 활짝 피어있었다. 벚꽃부터 진달래, 목련에 모란까지. 생기로 가득 찬 정원에는 키가 큰 남자가 서있었고, 메리루는 모든 꽃들을 제쳐두고 그에게 달려갔다.

 

“나츠키 님!”

 

하이톤의 목소리에 남자는 온화한 얼굴로 뒤돌아봤다. ‘아아’ 기쁨에 찬 아름다운 목소리. 그 화려한 금발만큼이나 눈부신 미소를 지은 그는 제 앞으로 다가온 메리루를 덥석 안아 올렸다.

 

“메리루, 좋은 꿈 꿨나요?”

“네! 나츠키 님은 뭘 하고 계셨어요?”

“꽃구경을 조금. 아, 메리루가 잠든 동안 일도 열심히 했어요!”

“역시 나츠키 님은 멋지네요!”

 

겨우 무녀인 자신의 칭찬에도, 그는 정말로 기뻐한다. 어쩜 이렇게 상냥할까. 그녀는 언제나 나츠키를 보며 형용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꼈다.

아름답고 전지전능한 존재에게 사랑받는다.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 존재가 너무 눈부실 땐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차피 자신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다른 제물이 제 자리를 차지하게 될 텐데. 자신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인데. 어떻게 이런 자신을 이렇게 아껴줄 수 있는 걸까.

 

“마침 잘 왔어요, 메리루랑 같이 꽃을 보며 맛있는 걸 먹고싶었거든요”

“정말요?”

“그럼요. 으음, 간식은 화과자가 좋을까요? 아니면 당고? 메리루가 좋아하는 걸 먹어요”

 

자신을 땅에 내려놓은 그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과 굳이 비교해 보지 않아도, 객관적으로 봐도 큰 손. 자신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정신을 잃은 자신을 깨워준 건 이 손이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이름이 뭔가요? 나의 무녀여’

따뜻하지만 위엄 있는 그 물음을 어찌 잊겠는가. 메리루는 아직도 제가 이곳에 처음 온 날을 회상할 때 마다 왼쪽 가슴이 뜨거워졌다.

 

“저는 나츠키 님이 좋아하는 걸 먹고 싶어요!”

“흐음, 정말요?”

“네!”

“그럼, 화과자로 할까요. 따뜻한 차랑 함께 꽃이 잘 보이는 곳에서 먹어요”

 

자신을 이끄는 나츠키는 혹시 제가 뒤쳐질까봐 최대한 천천히 앞장서 나갔다. ‘나츠키 님이 이렇게 무녀를 아끼는 경우는 드문데’ 보이지 않는 시중들은 다들 그리 말했지만, 메리루는 그 중얼거림을 언제나 못들은 척 했다. 믿기지 않는다던가,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믿기지도 않을 정도로의 총애를 인정하면, 이 모든 게 꿈이 되어버릴까 무서워서.

 

“나츠키 님”

 

그를 졸졸 쫒아가던 메리루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벚꽃 꽃잎을 붙잡고 제 신을 불렀다.

 

“네?”

“나츠키 님은 여기 정원의 꽃들 중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세요?”

 

큰 의미를 담고 한 물음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는 제가 모시는 신의 취향을 알고 싶었을 뿐.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이 정원서도, 제 신은 어떤 꽃을 가장 총애할까. 떨어질 때가 아름다운 벚꽃인가, 아니면 청초한 매력이 있는 제비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의외로 화려한 모란?

 

“으음”

 

난감한 질문은 아니라는 듯 가벼운 표정으로 고민하던 그는 정원의 구석을 가리켰다.

 

“역시 저 꽃이겠죠?”

 

그가 가리킨 것은 작은 민들레였다. 씨가 한 곳에 몰려서 떨어진 걸까. 서너 개가 작은 무리를 이루어 피어있는 샛노란 그 꽃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이 정원의 꽃들과 비교하기엔 수수하기 그지없었다. 정말로, 저런 들꽃이 제일 좋으시다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메리루가 고개를 기울이자, 커다란 손이 제 머리 위에 얹어졌다.

 

“저 꽃을 보고 있다 보면, 메리루가 생각나거든요”

 

그래서 제일 좋아요.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는 꿈보다 깊고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