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츠노 쵸로마츠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aoima54.wixsite.com/weddingcollabo
상견례 소동
written by Esoruen
“저기, 아버지. 어머니. 나 할 말이 있어”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다 끝난 늦은 시간, 쵸로마츠는 대뜸 TV를 보고 있는 부모님에게 가서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취직이라도 한 건가?’ 흥미 없는 눈으로 저녁뉴스를 보고 있던 마츠노 가의 부부는 사뭇 진지하게 아들을 향해 돌아앉아 말해 보라는 듯 침묵을 지켜주었다.
“그…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
“아, 알겠으니 말해 봐라. 쵸로마츠”
저렇게 운을 떼다니, 설마 사고라도 친 건가? 니트가 무슨 사고를 친다고? 자주 가는 아이돌 콘서트에서 기물파손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파친코에서 무슨 사고가 터졌다던가? 온갖 불행을 상상하며 마른침을 삼킨 두 사람에게 돌아온 것은, 정말이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충격발언이었다.
“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쵸로마츠의 갑작스러운 결혼 선언은 마츠노 가를 뒤집어 놓기엔 충분했다. ‘뭐라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와중, 너무 놀란 부모는 다짜고짜 저렇게 외치고 자신들이 지금 꿈을 꾸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볼을 꼬집어야 했다. 취직도 안 한 니트가, 갑자기 결혼이라니. 보통은 제정신이냐고 혼내야겠지만, 그의 부모님은 일단 여섯 니트들 중 한명이라도 가정을 꾸려 나간다는 게 기쁜지 혼내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
“상대는, 그러니까… 막 고등학교 졸업한 애인데, 가업을 잇는다고 하더라고. 대학은 안 갈 거래. 그러니까 오히려 빨리 결혼하고 싶다던데…”
“가, 가업? 무슨 가업?”
“포목점을 하고 있는데… 결혼하면 아마 나도 거기서 일할 거 같아. 많이 배워야겠지만”
그렇다. 저 대화 이후 부모님은 완전히 쵸로마츠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해 버린 것이었다. 무직의 니트를 포목점의 사위로 받아주겠다? 그야말로 데릴사위급 대우다. 장가를 보내야 할 자식이 아직 5명이나 남아있는 마츠노 가로선 절대 반대할 리 없는 매력적인 혼담이었다. 그리고 굳이 이 집을 위해서가 아니라, 쵸로마츠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닌가. 다만 궁금한 건, 역시, 어쩌다 그런 신붓감을 만나게 되었나에 대한 것이겠지.
“그냥, 어쩌다가 만난 사이야. 그… 사실 그 애 쪽에선 이미 허락 받았거든? 다음 주 쯤에 데려와서 인사 시켜도 돼?”
“아아, 물론이지! 다음 주 언제?! 그, 목요일은 어때?”
“목요일 좋지!! 아니 이 엄마는 좀 더 빨리, 내일이라도 상관없단다!!”
“…너무 대놓고 좋아하는 거 아니야?!”
적어도 고민은 할 줄 알았는데. 쵸로마츠는 너무나도 쉽게 결혼승낙을 받아내고 난 후 진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반대에 부딪혀 우는 나날은 없어서 다행이다. 무사히 이야기를 마치고 올라온 쵸로마츠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아주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호오, 결호온?”
“………”
이 빌어먹을 형제들은 왜 갑자기 UN회의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자신을 맞이하는 거지?
그는 자신을 짜게 식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5쌍의 눈동자가 뭘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배신자’ ‘체리마츠 주제에’ ‘우리에겐 아무 말도 안하다니?’ 형제들의 환청이 들려오는 것 같은 건 과연 제 착각일까.
“여고생 낚아서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난리야 썩을 장남아!!”
“사실이잖아?! 그것보다, 메구미 쨩 포목점 딸이었어?! 어쩐지 외모에 관심 많은 것 같더니?!”
부모와 달리 쵸로마츠의 결혼상대, 그러니까 그의 여자 친구에 대해 알고 있었던 형제들의 반응은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카도와키 메구미.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지만, 쵸로마츠와 처음 만났을 때는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었지. 약 2년 정도, 두 사람이 사귀는 걸 지켜보았던 형제들은 설마 쵸로마츠가 그렇게 한참 어린 그녀와 덜컥 결혼해 버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충격이 컸었다.
“메구미 쨩, 진짜 결혼 하겠다고 한 거야? 쵸로마츠 형이 협박 한 거 아니지?”
“날 뭐라고 생각 하는 거야 톳티!!”
“후… 우리에게 한 마디 말도 않고 결혼이라니. 잔인하군, 브라더…”
“아니 그럼 내가 왜 내 결혼에 부모님도 아니고 너희 의견을 물어야 해?!”
안 되겠다. 비상식 적인 녀석이 5명이나 있으니 혼자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쏟아지는 질문과 의혹들. 괴롭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구도에 폭발한 쵸로마츠는 결국 제 미래의 반려를 검과 방패로 내세웠다.
“아 정 찜찜하면 메구미 데려왔을 때 직접 물어봐, 이 화상들아!!”
“오, 진짜 그래도 되는 거?”
“그래!! 난 따로 잔다!!”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문을 닫은 쵸로마츠는 결국 거실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다음 주 목요일, 약속의 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 메구미는 오전 4시 쯤 쵸로마츠와 함께 마츠노 가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다. 사귄지 2년이나 지났는데, 결혼하기로 한 후에서야 이렇게 초대하게 되다니. 쵸로마츠는 내심 그것이 미안한 것 같았지만, 의외로 메구미는 전혀 그 사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우와, 쵸로마츠네 집 넓네. 역시 형제가 많아서 그런가?”
“뭐, 그런 것도 있고… 들어와. 그, 일단 부모님에게 인사드리고 집 구경이라도 시켜줄게”
물론 집 구경이라고 해도 별거 없고, 제대로 구경하기 전에는 망할 형제들의 질문타임에 응해야겠지만 말이다. 한숨을 푹 내쉰 쵸로마츠는 저 멀리서 지켜보는 형제들의 시선으로부터 미래의 신부를 지키며 그녀를 안방으로 안내했다.
“아, 쵸로마츠! 왔니? 새아가도 왔고?”
“아, 안녕하세요. 카도와키 메구미라고 합니다”
일단 인사는 하긴 했지만, 새아가? 아직 결혼도 안 했고 허락만 받은 상태인데, 이렇게 불려도 되는 걸까? 메구미는 자신을 살갑게 맞이하는 미래의 시부모님이 고마웠지만, 약간의 부담스러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메구미인가! 예쁜 이름이구나~ 그래 일단 앉고, 저녁은 초밥을 시켰으니까! 곧 올 테니 여기 앉아 있거라, 응?”
“어쩜, 쵸로마츠가 이렇게 참한 애를 데려오고… 우리 아들이랑 결혼하겠다고 해서 어떤 애일까 궁금했는데…”
“엄마, 그거 무슨 의미야?!”
하하하. 서로를 보며 웃는 부모님에 민망해진 쵸로마츠는 슬쩍 메구미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이 상황이 부끄러운 걸까. 마주잡은 손은 미지근한 식은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제가 메구미의 집에 갔을 때도 분명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지. 메구미의 부모님은 절대 시집도 안 갈 것이며 포목점의 일을 할 생각도 없다던 딸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생겼는데, 결혼 허락해 주면 나도 신랑도 열심히 일해서 가게 이을게’ 라고 하는 바람에 딸을 회유한 쵸로마츠에 대한 기대가 컸었고, 그녀의 한 살 어린 남동생은 ‘눈만 높은 우리 누나가 결혼하겠다는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궁금하다’며 호기심과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뭐, 결국엔 성실하게 일도 잘 할 것 같다며 허락 받았지만…’
결혼이란 이렇게 힘든 거구나. 그는 새삼 이미 결혼해서 자신들을 낳은 부모가 존경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오가는 대화는 사소하고 길었다. 그쪽 부모님은 뭐라고 했느냐, 상견례는 언제가 좋겠느냐, 쵸로마츠의 어디가 좋아 결혼하기로 했냐는 등등. 메구미는 어떤 대화에도 미소와 함께 침착하게 대답을 이어나갔고, 마지막 질문에는 두 번 다시없을 명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거야 쵸로마츠 씨라면 남은 생을 같이 살아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것뿐이에요”
“…정말 이런 니트랑?”
“엄마?!”
자꾸 니트라고 하면 없는 정도 떨어지지 않는가. 물론, 사실인 게 너무나도 환장할 노릇이긴 하지만.
쵸로마츠는 제 어머니의 반문에 잠깐 고민하는 메구미를 보곤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 와서 다시 고민하는 건 아니겠지? 심각하게 걱정한 그와 달리 메구미의 대답은 변함없이 한결같았다.
“네. 니트이면 뭐 어때요, 결혼하면 강제 취직인데”
“그, 그렇지?! 엄마, 아빠. 나 집 구경 좀 시켜주고 올게?! 초밥 오면 올 테니까!!”
이 이상 부모님과 같이 두면 위험하다. 직감적으로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는 걸 느낀 쵸로마츠는 메구미를 데리고 대뜸 방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킥킥’ 안방을 나오자마자 참아온 웃음을 터뜨린 그녀는 여전히 긴장으로 귀 끝까지 얼굴이 빨개진 미래의 남편에게 물었다.
“지금 곤란해서 도망가는 거지?”
“아, 아니야”
“맞으면서…”
“…그, 미안해. 우리 부모님 이상한 걸 막 물었지?”
이상한 곳에서 솔직한 그녀라면 ‘응, 그렇더라’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돌아온 대답은 부정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한 메구미는 아직도 식은땀에 젖어있는 서로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뭐라고 할까, 정말로 딱 보자마자 쵸로마츠네 부모님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분들이시네”
“그거, 칭찬이야?”
“물론이지. 닮았다는 의미기도 하고, 두 분 다 아주 좋은 분이라고 확신했으니까”
“부모자식이니 닮는 건 당연하다고 보지만…”
좋은 분이라. 쵸로마츠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같이 웃을 수 있었다. 그녀가 좋은 인상을 받은 것도 기쁘고, 제 부모를 칭찬받은 것도 행복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웃게 만드는 건, 그런 좋은 부모 밑에서 제가 자랐다는 것이겠지. 자식을 하나만 키우는 것도 힘든 마당에, 니트가 여섯이라니. 노벨 평화상 감이긴 하다.
“우리도 저런 부부가 되면 좋겠네”
“…응”
두 사람의 약속은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쵸로마츠는 잊고 있었다.
제가 지금 안내하려는, 자신과 형제들의 방에서는 형제라고 쓰고 원수라고 읽는 5명의 밉상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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