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니피센트 7 빌리 록스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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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래
written by Esoruen
“저기, 잠깐 괜찮아?”
“어?”
‘별 일이 다 있군’ 빌리는 굿나잇이 아닌 제게 말을 거는 그녀를 보며 느리게 고개를 기울였다. 딱히 사이가 나쁘거나 꺼림칙한 관계는 아니라지만, 자신은 에이미와 그다지 친한 관계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물론 사내새끼들만 득실거리는 주변에서 몇 없는 여자라는 점에서 가지는 일방적인 호감 정도는 조금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드러내지 않으니 그녀는 알 턱이 없을 터인데. 무슨 일로 제게 말을 걸어온 걸까.
“무슨 일이지? 굿나잇이라면 저기 있어”
“아니, 난 당신한테 볼일이 있는 건데?”
혹시나 싶어 다시 말해봤는데, 역시 제게 용무가 있는 거였다. 어쩐지 머쓱해진 그는 애꿎은 머리를 긁적이며 의자에 똑바로 앉았다.
“무슨 볼일?”
“다른 건 아니고, 당신 나이프 쓰는 걸 전에 봤는데. 그거 나한테도 가르쳐 줄 수 있어?”
“…나이프를?”
설마 총잡이들 중에서 제 나이프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길 줄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특이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보면 볼수록 별난 여자다. 사업 파트너인 굿나잇조차도 제 나이프 기술을 돈벌이 용 쇼의 도구나 뛰어난 암살기술로 밖에 안보고,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는데.
“누구 죽이게?”
“그럴 거였다면 굳이 나이프를 배우기보단 총으로 쏴버렸겠지?”
“그럼 왜?”
“그냥 멋있어 보여서. 왜? 안 돼?”
안 될 리가 있나. 저런 이유라면 가르칠 보람이 있다. 조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벌떡 일어선 그는 수많은 나이프 중 하나를 꺼내 가볍게 던졌다 받았다.
“상관없어. 가르쳐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오, 좋아. 그럼 거래 성립이야. 나중에 좋은 걸 줄게”
수업료라도 낼 생각인가. 딱히 필요 없지만 세상에 돈을 거절하는 사람은 없다. 없어도 그만일지 몰라도, 준다 하는 걸 굳이 넣어두라 할 필요가 있는가.
큰 금액은 오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는 혹시나 싶어 다른 사람과 이야기 중인 굿나잇의 눈치를 보았다. 이쪽의 대화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걸까. 그는 이 거래를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거 고맙네”
성의는 일단 받아두기로 한 빌리는 손장난 하던 나이프를 그녀에게 정중하게 내밀었다. 상대가 주점 어디서나 굴러다니는 사내자식이었다면 그냥 알아서 받으라고 던져줬겠지만, 에이미에겐 그럴 수 없지.
“잘 부탁해, 빌리”
나이프를 받아든 그녀는 조금이라도 스치면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날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웃었다. 역시 무표정한 평소의 얼굴도 예쁘지만, 웃으면 더 예쁜 얼굴이다. 헛기침을 하며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을 지운 빌리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밖으로 나섰다.
푹. 푹. 푹. 짧은 간격으로 던진 나이프 셋이 나무기둥에 일정한 간격으로 꽂히는 광경은 살벌하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진귀한 볼거리였다. 가볍게 박수를 친 에이미는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는 상대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르쳐 달라고 한 건 자신이긴 하지만, 그렇게 원수를 치러 가는 수제자를 가르치는 표정으로 수업하지 않아도 되는데.
“일단은 던지기부터. 이게 된다면 그 다음에 찌르기를 배워도 되니까”
“설마 나보고 저걸 똑같이 해보라는 건 아니지?”
“일단 해봐. 기본이 어느 정도인지는 봐야 하니까”
‘흐음’ 앓는 소리를 낸 그녀가 아까 전 받은 나이프를 꺼내 다트라도 던지는 포즈로 나이프를 들었다. 조준이라면 자신 있지만, 리볼버로 쏴 맞추는 것과 직접 무기를 던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한참 조준만 하던 그녀는 바람이 조금 약해지기 무섭게 나이프를 던졌다. 툭. 나이프는 나무기둥을 스치고 지나가 땅에 떨어졌다.
“아아, 역시 총이랑은 다르네”
“그렇게 던지면 안 돼. 자세부터 틀렸어”
“…그런 건 보통 던지기 전에 가르쳐 주지 않아?”
“말했잖아,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거 참 고지식하네. 에이미는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로 ‘아 그래’ 라고 대꾸했다. 보통 다른 남자들은 뼛속까지 마초거나 제게 불건전한 의도로 접근해서 문제인데 빌리는 너무 진지하고 무뚝뚝해서 곤란하다. 남자란 왜 다들 이렇게 적당한 균형점이 없는 걸까. 통탄할 일이었다.
“봐, 자세는 이렇게”
나이프를 수거해 온 빌리는 그녀에게 잘 보이게 나이프를 잡아보였다. 손목의 각도, 손가락의 위치를 잘 살펴본 에이미는 다시 나이프를 잡아보았다. ‘그래, 그렇게’ ‘좀 더 팔을 내리고’ 사심이라곤 없는 건지 성실하게 그녀를 가르쳐 주는 빌리의 눈은 탁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엔 명중한다. 빌리의 진지한 태도 때문일까, 에이미는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잦아들기 무섭게 손목을 움직여 나이프를 날린 그녀는 나무기둥에 박혀드는 칼날의 호쾌한 소리에 웃었다. 약간 비스듬히 꽂혔긴 하지만, 확실히 명중했다.
“훨씬 좋아졌지?”
“잘 하네”
“그럼, 내가 누구인데”
겸손이라곤 없는 반응이지만 빌리는 오히려 이쪽이 좋았다. 피식 웃어버린 그는 나이프 하나를 더 건네며 에이미에게 다시 해보라고 고갯짓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해가 5번 쯤 떴다 지는 동안 매일 조금씩 빌리에게 나이프 던지기를 배우던 그녀는 이제는 제법 빠르고 정확하게 투척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똑같이 묘기에 가까운 정도의 투척은 무리지만, 총을 장전하려는 순간을 노려 목숨을 끊을 수 있을 정도의 순발력은 생겼으니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겠지.
“좋아. 이제 찌르기로 넘어가도 되겠는데”
“아냐, 난 던지기로 충분해. 이걸 꼭 배우고 싶었던 거거든”
“…그래?”
그렇다면 수업도 여기서 끝인가. 빌리는 눈썹을 까딱이고 제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한 건 수업밖에 없지만 단 둘이서 있을 수 있는 건 꽤나 좋았는데. 괜한 아쉬움에 그가 들고 있던 나이프를 표적에 던졌다. 아무렇게 던진 나이프는 표적의 거의 정중앙에 맞았다.
“아, 맞다 잊어버릴 뻔 했네”
“음?”
“아니. 내가 말했잖아? 좋은 걸 준다고. 나도 받기만 할 순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런 소릴 했었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어차피 돈 아니면 굿나잇이 좋아할만한 정보겠지. 굳이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아편 정도일까. 하지만 그런 건 구해달라고 해서 막 구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 기대도 안하는 게 옳았다.
“뭘 줄 건데?”
제 물음에 에이미는 소리 없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별로 예감이 좋지 않다.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가 저렇게 빛나고 있을 땐,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뿐이었으니까.
“…에이미?”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와중 빌리가 입을 열자 그녀의 손이 덥석 다가왔다. 순식간에 그의 멱살을 잡고 제 쪽으로 끌어당긴 에이미는 당황하고 있는 빌리의 입에 제 입을 맞추었다.
“수업 고마웠어, 빌리. 그럼 나는 이만”
제 선물에 대한 이의는 받지 않는다는 듯 손을 흔든 그녀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주점으로 돌아갔다. ‘지금 무슨 일이 있었지’ 목소리도 내지 않고 눈만 끔뻑이며 가만히 서있던 빌리는 한참 뒤에야 뜨거운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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