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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

기념일 드림 합작 / 크리스마스


※ 매그니피센트 7 조슈아 패러데이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dreamingtogether.wixsite.com/daydream

 

 

 

크리스마스

written by Esoruen

 

 

 

. 요란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엎어졌다. 아까운 술이 쏟아지고, 술병과 술잔이 깨지고, 산지 얼마 안 된 플레잉 카드가 젖고 구겨진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도박판은 나중에 어떻게 청소해야 좋을지 막막한 지경이었지만, 이곳에서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주점의 주인을 제외하곤 한 명도 없었다.

 

이 자식들, 너희 짜고 친 거지?! 빌어 처먹을 놈들! 배가 맞았다고 아주 쿵짝 맞춰 남의 지갑을 털려고 해?!”

 

테이블을 엎고 리볼버를 꺼낸 남자는 패러데이와 에이미를 향해 총을 들이밀고 외쳤다. 배가 맞았다고, . 그게 얼마나 대단한 사실이라고 근거로 대는 걸까. 에이미는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 쳤다.

 

내가 왜 저놈이랑? 털어도 나 혼자 저놈 것까지 털지 내가 누구랑 손을 잡는다고?”

, 너무하잖아 허니. 난 적어도 허니 건 안 털어

둘 다 닥쳐!!”

 

타닥. 주점 구석의 벽난로에서 나는 나무 타는 소리에 소란스러운 대화가 끊겼다. 안 그래도 추운데 분위기 까지 싸늘해지다니. 최악의 크리스마스다. 패러데이는 자신을 노려보는 세 명의 시선을 무시하고 에이미에게 눈짓했다. 어떻게 할까, 라는 뜻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두 사람은 전혀 판을 짜거나 작전을 꾸민 적이 없었다. 우연히 오랜만에 만나 같은 판에 앉았고, 서로 사기를 치려고 했을 뿐인데 왜 의심하는 걸까. , 물론 그 과정에서 의심을 받지 않게 몇 번 남에게 좋은 패를 줄때, 서로에게 좋은 카드를 넘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짜고 친 게 아니라, 서로 합이 맞은 것뿐이었다.

 

일단 총은 내려놓고

닥쳐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쏜다!”

거 무서워서 살겠나. 그치 에이미?”

좀 닥쳐

 

이러려고 앉은 게 아니었는데. 에이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일까지는 돌아간다고 굿나잇과 약속했는데. 곤란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는 얼굴을 봤다고 판에 끼어든 게 잘못이었나. 두 손을 들고 어쩌다 자신들이 이 지경이 된 건지 한탄하던 그녀는 화풀이 하듯 옆에 있는 얄미운 발을 밟았다. 으윽. 패러데이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새어나왔지만, 다행이 상대방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뭐 하는 거야, 아프잖아 허니

닥쳐 너까지 죄다 쏴 죽이고 가버릴까 보다

나도 쏜다고? , 여전히 터프하네. 그런 점이 좋아

 

. 소근소근 이야기 하던 와중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근처의 유리잔이 깨졌다. ‘입 닫으라고 했지!’ 위협사격을 한 남자는 에이미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뒤져봐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만

그건 뒤져봐야 아는 거지. 총은 어디 있지? 듀크! 넌 패러데이의 소지품을 뒤져봐!”

 

야단났군. 이랬다간 짜고 친 건 아니지만 사기 치려고 한 건 들키고 만다. 위기감을 느낀 패러데이는 어쩔 수 없이 행동에 나섰다.

 

잠깐! 그래, 사기 쳤어. 우리 허니랑 짜고 쳤는데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봐주지 그래? 지금 카드 개수가 안 맞는다고 이러는 거지 실질적으로 털린 건 한 푼도 없잖아?”

 

이게 무슨 개소리야. 에이미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 지었다. 아주 같이 죽자는 건가. 역시 죄다 쏘고 튀었어야 하는데. 속으로 불평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 그녀와 달리 남자들은 격분해서 이를 갈았다.

 

이 뻔뻔한 새끼가

진짜야.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어. 내 뒷주머니에 수작질용 카드들이 있어. 확인해 봐. 하나도 안 쓰고 보관중이니 너희도 보면 알 거 아냐?”

 

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은 조금 떨어져서 총을 겨누고, 한 명은 에이미를 잡고, 나머지 한 명은 패러데이의 몸수색을 한다. 나름 안전을 중요시한 배치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패러데이는 남자가 제 뒤로 다가가 주머니를 뒤지려는 순간, 에이미를 잡고 있는 남자의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뽑았다. . . . 호쾌한 세 번의 총성. 남자들은 모두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 위험했네. 그렇지 허

이 미친놈아!”

 

상황이 종료되기 무섭게 그의 뒤통수를 갈긴 에이미는 자신을 잡고 있던 남자의 시체를 툭 차버렸다. ‘엿 같아서 원!’ 투덜거리며 옷매무새를 다듬은 그녀는 맞은 곳을 문지르고 있는 그에게 매섭게 따졌다.

 

어디서 구라를 쳐?! 만약 사정도 안 듣고 쐈으면 어쩌려고?!”

진정해 진정, . 여전히 화끈하구나, 다행이야. 우리 허니는 머리도 가슴도 몸도 다 화끈하지

아주 화끈함에 환장했네, 불에 집어던져줄까?”

하하하

 

그녀라면 정말로 자신은 벽난로에 곱게 접어 집어던질지도 모른다. 패러데이는 제 것이 아닌 총을 아무 곳에나 버리고 뒷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아까 그 자신의 입으로 말한 수작질용 카드였지만, 사실 이 카드도 다른 플레잉 카드들과 다른 건 없었다.

 

우리 처음 만난 날 생각나네, 그렇지? 그때도 서로 야바위 치려고 했다가 눈이 맞아서

어느 시절 이야기를 하는 거야?”

부끄러워 하기는, 우리 키스 안 한지도 오래 됐지? 오랜만이니까. ? 그간 잘 지냈어?”

잘 지냈지. 일을 물어다 주는 사람이 생겼거든

 

호오. 누군지 매우 신경 쓰인다. 하지만 그는 굳이 에이미의 일을 캐묻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도 자유로운 무법자다.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는 사실을 캐묻는 것은 아웃이겠지. 카드로 손장난을 하던 그는 덱을 잘 섞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늘 하는, 그만의 카드 마술이었다.

 

뭐야?”

아무거나 하나 뽑아봐

싱겁기는

 

그의 마술은 여러 번 보았다. 자신은 흉내도 낼 수 없어 감탄하는 기술이긴 하지만, 여러 번보다 보면 역시 심드렁해 질 수밖에 없다.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카드를 뽑은 그녀는 제가 무엇을 뽑았는지 확인했다. 하트 7. 그저 그런 카드다. 제가 뽑은 카드를 도로 덱에 끼워 넣은 그녀는 재주를 부려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확인했어, 섞어도 돼

좋아, 우리 허니가 뽑은 카드는

 

능숙하게 카드를 섞은 그는 제일 위로 올라온 카드를 집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보인 카드는 하트 7. 분명, 에이미가 뽑은 카드였다. ‘역시 잘 한다니까과정을 다 지켜보고 카드에도 특별히 장치가 없는 걸 본 그녀는 이런 마술을 척척 해내는 그가 혹시 카드의 악마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맞아. 그거야

허니의 마음을 담은 카드를 찾는 건 마술 축에도 못 들지

염병

그런 말 말고, 좀 더 예쁜 말 해주면 안 될까. 크리스마스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말하려던 그녀는 제 입술로 다가온 카드 때문에 입을 닫았다. 이건 또 무슨 새로운 수작일까. 제 입을 다물게 할 용도로 한 짓이라면, 시원하게 선빵을 날려줄 용의는 있는데. 그녀가 눈치를 보는 사이 얼굴을 가까이 한 패러데이는 카드를 올려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에이미

 

카드와 함께 떨어진 입술. 그의 손목이 가볍게 회전하자, 들고 있던 하트 7이 조커로 바뀐다. 이건 처음 보는 마술인데. 정말로 놀란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패러데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중에 코트 주머니 확인해 봐, 그럼

 

한건 했으니 가보겠다는 건가. 제가 처리한 남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판돈을 챙긴 그가 주점을 나섰다. 잔뜩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아놓은 와중에도 돈은 챙기다니. 과연 조슈아 패러데이답다.

조금 뒤, 주점 주인이 어질러진 테이블을 치우러 오자 슬쩍 벽난로 쪽으로 자리를 피한 그녀는 제 코트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언제 넣어놓은 걸까.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작은 나무 인형이었다. ‘설마 직접 만들었다던가 하는 간지러운 설정은 아니겠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곰 모양 나무인형을 만지던 그녀는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조쉬

 

나무 곰 인형에 뒤늦게 대답한 그녀는 그렇게 난로 앞에서 한참을 웃었다. 날씨는 좋지 않지만, 썩 나쁘지 않은 크리스마스다. 그녀는 머릿속에 적어놓은 최악이라는 글자를 깨끗이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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