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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

7대 죄악 합작 / 충고


※ 합작 홈 주소 → https://kohmj2001cjdgk.wixsite.com/7deadlysins

※ 매그니피센트 7 조슈아 패러데이 드림





충고

written by Esoruen




, 조슈아 패러데이!”

 

언제나 듣던 애칭과는 다른 호칭. 이건 요란한 호통이 치기 전 늘 있는 징조였다.

패러데이는 무서운 기세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에이미를 보며 너무나도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 건지는 알고 있고, 머릿속에는 이미 변명이 준비되어 있다. 말하자면 유비무환. 그 어떤 난관도 준비만 철저히 되어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 우리 예쁜이. 왔어?”

그래. 살아있을 때 좀 더 그 주둥아리 놀려야지. . 뒈지고 나면 나불거리고 싶어도 못할 테니까 말이야, 그렇지?”

이런, 화났어?”

 

어차피 에이미의 말투는 늘 저랬다. 굳이 화가 나지 않았어도 저 정도 욕은 우스운 여자, 그게 늑대의 딸 에이미였지. 패러데이는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화났냐고? 머리에 총 맞았어? 이 상황에서 화 안 나는 놈이 미친놈이지!”

진정해, 진정해. 아무도 안 죽었잖아? 뭐가 문제야?”

아무도?”

 

그녀의 물음에는 진심이야?’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걸 눈치 챈 패러데이는 눈썹만 꿈틀 움직였다가 주변을 살피고, 어깨를 과장되게 으쓱였다.

 

그래. 아무도.”

.”

 

제가 잘못 들은 거길 바랬는데. 에이미는 윤기와는 거리가 먼 더티 블론드를 헝클이고 제 양옆을 번갈아 보았다.

머리에 총을 맞고 숨을 거둔 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방금 막 죽어 체온이 다 날아가지도 않은 시체들과 내용물이 반 이상은 남은 술잔. 그리고 그 사이에 어지럽게 놓인 트럼프 카드와 리볼버.

 

이 미친.’

 

지금 제 눈에 보이는 시체들은 인간도 아니라는 건가. 에이미는 마른세수를 하고 패러데이와 다시 눈을 맞추었다. 의기양양한 얼굴. 자신감 넘치는 눈빛. 그리고 죄책감이라곤 없는 몸짓까지. 모든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조금의 허세도 없었다.

패러데이는 그녀와 눈을 맞춘 채 탁자 위에 놓인 제 리볼버를 품속에 도로 집어넣었다.

 

나랑 너만 살아남았으면 된 거지. 너무 그러지 말라고, 허니. 남 목숨 같은 거 신경 쓰는 성녀도 아니잖아?”

그래. 네 말 다 맞지. 근데 말이야, 아무리 누가 뒈져도 상관 안하는 나도 굳이 안 죽여도 되는 놈을 죽이고 싶진 않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뭐라는 거야!?”

 

에이미의 대답은 격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반응은 아니었다. 방금 전 러시안 룰렛으로 셋이나 죽인 놈 입에서 굳이 안 죽여도 되는 사람은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말을 한다면, 누구든 저리 대답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그녀는 지금 최대한 냉정하게 패러데이를 상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원래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저 말을 듣자마자 대답이고 뭐고 주먹부터 먼저 튀어나와 그 쓸데없이 잘생긴 얼굴을 갈겼을 게 분명했으니까.

 

네 양 옆에 이것들은 사람이 아니라 인형입니까, 패러데이 씨?”

허니가 그렇게 불러주니 거 참 낯서네. , 하지만 이것들은 죽어도 싸다고 보는데?”

아 그래? 그럼 그 잘난 이유나 좀 들어보실까. 조쉬.”

간단하지. 허니를 가지고 날 들었다 놓으려고 했잖아? 난 내걸 건드는 놈은 가만 안두거든.”

 

리브먼이랑은 잘 되어 가시나, 패러데이.’ 그는 아까 전 제 왼쪽에 앉았던 남자가 꺼낸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떠올려냈다.

제법 많은 돈이 오고간 도박판. 대부분의 돈 주머니와 칩은 자신 앞에 놓여있고, 다른 녀석들에겐 이제 빚뿐이던 상황. 판을 엎어버리기엔 딱 좋은 시점에서 나온 말의 주제가 제 애인인 경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뭘까. 패러데이는 건방지게 에이미를 걸고넘어진 남자와 그 말에 웃었던 도박판의 참여자들을 모두 처리해버리기로 했다. 언젠가 제 총을 마음대로 가져간 상대의 미간에 총알을 먹일 때처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그게 이유다?”

그렇지. 난 나만큼 우리 허니도 소중하거든.”

염병하고 앉아있네.”

 

에이미는 혀를 차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말에 트집을 잡자면 이 밤이 부족할 정도로 떠들 수 있지만, 적어도 이거 하나 만큼은 확실히 부정해야 한다.

 

누가 네 허니인데?”

내 눈앞의 에이미 리브먼 씨?”

…….”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자기도 나 좋아하잖아. 우리 충분히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나만 그런 거야? ?”

 

확실히 자신들은 일반적인 총잡이들의 관계라고 하기엔 얽힌 것이 좀 많았지. 오고간 정도 한 둘이 아니고, 함께 보낸 밤도 한 손으로는 다 꼽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에이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을 소유물처럼 이야기 하는 패러데이의 오만함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넌 진짜 얼굴이 다 먹여 살린 줄 알아.”

무슨 의미야, 그거?”

네가 조금이라도 내 취향의 얼굴이 아니었음 진작 총 맞아 죽었을 거라는 뜻이지. 당연하지만 총은 내 총이고 말이야.”

잘생겼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하는 것도 재능인거 알지?”

 

그냥 말을 말아야지.’ 에이미의 눈빛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얼른 자리를 뜨지 않으면 보안관이 와서 난리를 칠 것이다. 여기 있는 인간들이 대부분 그리 떳떳하지 못한 놈들인 걸 생각하면 큰 파장은 없겠지만, 공권력을 쥔 놈들의 눈에 찍히면 좋을 것이 없다. 그녀는 패러데이를 두고 먼저 자리를 뜨기 위해 제 짐을 챙겼다.

 

그 교만이 언젠가 널 죽이지 않기만을 빌게. 조쉬.”

 

그건 그녀 나름대로 정을 통한 관계의 상대에게 던지는 애증어린 충고의 말이었다.

물론 받아들이는 쪽은, 이걸 충고로 받아들일지 단순한 인사 대신으로 생각할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걱정 고마워, 허니.”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은 대답이다. 에이미는 이런 말이 돌아올 걸 예상했는지 실망도 체념도 않고 문 밖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