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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Dungeon & Fighter

드림 초기설정 합작 / 더 비기닝



※ 데스페라도 드림. 오리주 주의. 

※ 초기 설정이라 에소루엔 로시스 씨는 트리퍼, 곧 에소루엔 저입니다() 배경도 대전이 전입니다!

 합작 홈 주소 → https://c0llab0rat10n.wixsite.com/170731





더 비기닝

written by Esoruen




젠장, 더럽게도 복잡한 길이네. 또 미아냐.”

 

데스페라도는 더 이상 헤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 그대로 자리에 멈춰 섰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텐데,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아무리 무법지대에서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불린 자신이라지만, 이곳은 천계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건 소용이 없지. 애초에 그의 고향에는 이런 숲 같은 건 없었다. 있는 건 끝없는 황무지 뿐. 마법도 숲도 없었지.

벨마이어 공국과 수쥬, 그리고 데 로스 제국의 국경지대에 해당하는 그란 플로리스 숲은 이곳에선 흐르는 숲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거대한 규모, 길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와 흉포한 몬스터들. 말이 좋아 흐르는 숲이지, 그냥 죽음의 숲이라 해도 좋은 이 곳에 혼자 들어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어지간한 모험가들도 여럿이서 무리지어 들어가는데, 현지인 동행도 없이 이렇게 혼자 들어온 건 확실히 제가 잘못 한 거겠지. 하지만 그로선 달리 방도가 없었다. 본인이 저지른 일은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 그게 인생은 결국 혼자다는 생각을 가진 그의 신조였으니까.

 

어디 있는 건지, .”

 

나무에 기대앉은 그는 참지 못하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나 여기 있소하고 위험한 것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일이지만, 알게 뭔가. 그는 웬만한 건 두렵지 않은 강자였고, 동시에 대단한 애연가였다. 적이 무서워서 니코틴을 포기할 사람이 못 된다는 소리였다.

 

두고 봐요! 날 무시한 걸 후회하게 해 줄 테니까!’

 

그래, 아주 제대로 후회하게 해주는 구나, 이 망아지 같은 놈아.

루엔이 남긴 말을 떠올린 데스페라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를 꾹 물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쓴 맛은 혀를 괴롭게 하지만, 그는 지금 머리 쪽이 더 고통스러웠다. 원래도 사고뭉치인 건 알았지만, 설마 혼자서 제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그란 플로리스 숲으로 갈 줄이야. 아무리 자신이 너 같은 게 어떻게 하려고?’라 말하며 도발하긴 했다지만, 거기에 넘어갈 줄 누가 알았나. 이쯤 되면 무모한 건지 멍청한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진짜 죽었으면 어쩌지?’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는 것은 그의 버릇 같은 것이었다. 어쩌겠는가. 매일 죽고 죽이는 무법지대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물론 지금 그녀가 죽었을까 걱정하는 건 마냥 제 버릇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명확한 이유는, 데스페라도가 생각하는 루엔은 도저히 이 그란 플로리스에서 버틸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출신지가 확실한 자신과 달리 그녀의 출신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차원에서 그란 플로리스로 전이되어 온 그녀는 자신이 살았던 곳이 어떤 곳인가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고, 그걸 말할 생각도 없어보였으니까. ‘그냥, . 여기랑은 많이 다른 곳이죠.’ 본인을 구해준 자신에게도 딱 저 정도로만 가르쳐 줬으니, 이 아라드에서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출신지를 모른다는 것은 곧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는 것과도 같았다. 확신은 금물이지만, 총 잡는 법도 마법도 모르는 그녀가 전투가 익숙했을 삶을 살았을 리는 없다고 봐야겠지. 그가 걱정되는 건 바로 그 점이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전투라곤 해 본적도 없던 인간이, 겨우 한 달 총잡는 법을 배워놓고, 혼자 몬스터가 가득한 숲에 물건을 찾으러 간다?

 

찾기만 해봐라. 아주 쥐어박아줘야지.’

 

하아. 한숨을 쉰 그는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다 혼자 살아남기도 바쁜 자신이 어디서 뭘 하다 온 건지도 모르는 녀석의 보모 노릇을 하게 된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쓰러져있던 말던 지나칠 걸 그랬다. 자신은, 누굴 책임질 인간이 못 되는데.

 

캬악!”

“!”

 

역시 담뱃불이 눈에 띄었나.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와 울음소리에 데스페라도는 익숙하게 리볼버를 뽑았다. 저 소리는 루가루인가. 타우같이 커다란 놈들이 아니라 다행인 일이었다. 물론 덩치가 크면 맞출 곳도 많아 쓰러뜨리기 쉬워지지만, 총알 소비가 많아지니 이런 상황에선 마냥 이득이라곤 할 수 없으니까.

하나, . 셋을 셈과 동시에 눈앞으로 튀어나온 루가루를 쏘기 위해 리볼버를 겨눈 그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려는 걸 멈추었다. 필사적으로 달려온 루가루는 이미 피투성이어서, 제가 공격할 것도 없어보였다.

 

거기 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실루엣. 숲을 헤쳐 나오며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제가 이제까지 찾아다니던 그 망아지 같은 여자.

 피투성이 루가루가 쓰러져 숨을 거둠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

?”

하아.”

 

데스페라도는 자신을 멍청한 얼굴로 보고 있는 루엔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이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저 지경이 되도록 뭘 했냐고 혼내는 편이 좋을지도. 고민하느라 말이 안 나오는 그를 대신해 입을 연 건 이 개고생을 하게 만든 당사자였다.

 

데스페라도, 여기서 뭐 해요? 길 잃었어요?”

, 하아. 아니다 됐다 바보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해.”

누가 바보에요?! , 맞아. 물건 찾으러 온 거면 같이.”

됐고 따라와. 넌 오늘 죽었어.”

?! 내가 죽긴 왜 죽어요?! 아니 저기요?!”

 

일단 혼을 내도 여기서 나가서 혼을 내야지. 여전히 한 손에는 리볼버를 든 채 나머지 한 손으로만 루엔의 귀를 잡아당긴 그는 안도와 착잡함이 섞인 얼굴로 앞장섰다.

아까 전엔 왜 지나치지 못한 건지, 책임도 못 지는데 왜 이러고 사는 건지 한탄했긴 하지만 역시 이 녀석은 자신이 없으면 진작 죽었을 것이다.

아파요! 놔요!’ ‘으아아아!’ 불평하면서도 순순히 끌려오는 루엔을 힐끔 본 그의 입에 쓴웃음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