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PROJECT 신가리 미로쿠&테라미츠 유즈키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s://idialyu.wixsite.com/dream-loop
되찾다
written by Esoruen
운명이라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달라지는 법이었다. 오늘 아침 무엇을 먹었는지, 출근하는 길에 버스를 탔는지 지하철을 탔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같은 사소한 것으로 말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 까지? 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선택들이 모여 거스를 수 없는 미래를 만드는 현실 속. 테라미츠 유즈키는 제가 놓쳐버린 인연이 어떤 선택지점에서 어긋났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있잖아, 미쨩. 이거 어때? 어울려?”
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는 살가움이 넘쳤다. 원래도 나긋나긋 유혹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긴 하지만, 지금은 그 목소리가 불러주는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더 음성의 달콤함을 부각시켜준다. 유즈키는 하루히와 함께 방을 정리하다 말고 거실에서 들리는 대화에 마음이 빼앗겨, 빗자루를 든 채 우두커니 멈춰 섰다.
“음, 나쁘지 않군.”
“나쁘지 않군, 이 아니라~. 좀 더 자세하게!”
“자세하게? 글쎄다. 나는 화장품은 잘 모르지만, 너와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정말?”
행복함이 넘치는 웃음소리. 평범한 연인사이의 대화.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반짝거림이, 저기 저 거실에서는 가득 넘쳐흐르고 있다.
미로쿠와 에리제가 연인관계가 된 것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반년이라는 세월은 그리 길지 않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 반년으로는 설명 할 수 없지. 연인이 된 게 반년 전일 뿐, 실제로 알고 지낸 시간은 1년하고도 3개월이 조금 넘으니까.
“아아, 토노랑 에리제는 뜨겁네~. 거 듣고 있는 사람들도 신경 써 주지. 그렇지?”
“……응?”
“뭐야. 못 들었어?”
“아아. 미안해, 하루…. 뭐라고 했었어?”
사실은 하루히가 뭐라고 했는지 다 들었었다. 하지만 굳이 모른 척을 하는 건, 하루히가 한 말에 이런저런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 쌍둥이 형제라면, 이런 별것 아닌 푸념은 두 번 이야기하기 싫어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할 사람이니까. 유즈키는 머리 좋게도 그걸 노린 것 뿐.
“아냐, 아무것도. 그것보다 바닥은 다 쓸었어?”
“응. 걸레질만 하면 될 거야.”
“그래? 아, 그럼 내가 걸레 빨아올게! 기다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쌍둥이 형제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기운차게 거실로 나간다. ‘토노, 너무 붙어있지 마!’ 장난스러운 핀잔에 에리제가 웃는 것 같았지만, 유즈키는 웃을 수 없었다.
미로쿠가 에리제와 엮이게 된 것은 모두 그날, 제의되어 온 잡지 촬영을 미로쿠가 수긍했기 때문이었지. 유즈키는 1년도 넘은 과거의 일이었지만 정확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데뷔 후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온 잡지 촬영 스케줄, 같이 촬영하게 된 것은 한참 선배인 여자 아이돌. ‘누구든 좋지만 킬러킹 멤버 중 한 명과 촬영하고 싶다. 이왕이면 키가 큰 사람이 좋다.’ 그게 상대, 에리제의 유일한 전언.
그리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게 미로쿠였고, 그게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지나치게 심플한 이야기였지만, 그렇기에 유즈키는 더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내가, 그 제안을 받았다면.’
그때 자신은 눈앞에 내밀어진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다. 바보같이,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고 미로쿠가 기회를 낚아채 가는 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니, 물론 미로쿠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기회를 날려버린 제게 있는 거겠지.
생각해도 바뀌지 않는 것을 반복해서 곱씹으니 머리가 아파온다. 유즈키는 빗자루를 내려놓고 막 정리한 침대 위에 엎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에리제가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 그 얼굴을 오래 눈동자에 담지 못한 건 후회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미로쿠와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눈에 담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자포자기하며 눈을 감은 유즈키는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기분 탓일까. 그는 무거운 마음에 비해 제 몸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즈키, 일어나! 야사마루 씨가 왔어!”
“…응?”
오늘은 스케줄도 없는 날이라 야사마루가 찾아올 일은 없을 텐데. 무슨 일로 그가 숙소까지 온 거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거라면 이해는 가지만, 그랬다면 연락을 줬으면 좋을 텐데. 상황파악이 안 된 유즈키는 엉겁결에 일어나 하루히의 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선 미로쿠와 아카네, 그리고 야사마루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전부 다 모인거지?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좋은 일감이 들어와서 알려주러 왔어!”
어라?
야사마루의 말은 낯설지 않았다. 분명, 저 말은.
“다름이 아니라, 여성잡지의 표지모델이랑 그 잡지에 실릴 화보를 찍게 됐는데… 다른 그룹도 아니고, 킬러킹의 멤버 중 한 명과 찍고 싶다고 했다는 거 아니겠어? 상대 모델은 이름을 들으면 알 텐데, 아구이 에리제라고….”
“자, 잠깐….”
“응?”
제가 지금 꿈이라도 꾸나? 유즈키는 당황해서 야사마루의 말을 끊었다.
“지금… 몇 월 며칠이죠?”
“어머, 그건 왜? 4월 23일이야. 2016년 4월 23일!”
“…….”
말도 안 된다. 제가 잠들기 전 까지는, 분명 2017년 7월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과거로 와있고, 자신이 가장 후회했던 선택의 순간이, 이렇게, 눈앞에…
“어쨌든, 이 일. 누구 하고 싶은 사람….”
“저요. 제가, 제가 할게요.”
“어, 유즈키?”
단호한 대답. 고민조차 하지 않은 지원에 하루히는 깜짝 놀라 유즈키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다들 왜 자신이 이렇게 절박한지 모르겠지. 몰라야 한다. 알면, 또 다시 기회는 사라질지 모르니까.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도대체 어쩌다 과거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아니, 과거로 돌아온 건지 꿈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서, 테라미츠 유즈키가 할 일은 단 하나 뿐.
“제가 하고 싶어요. 꼭, 제게 시켜주세요.”
미로쿠에게 넘겨줬던 기회를, 이번에야말로 제가 붙잡는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그는 이게 악몽이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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