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테일 메타톤, 머펫 양날개 드림. 오리지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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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그대
written by Esoruen
“세상에, 자기! 여긴 무슨 일이예요!”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로 온 메타톤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대에게 요란스럽게 달려갔다. 저렇게 야단법석을 떨면 분명 싫어할 텐데. 버거팬츠는 수풀변장을 벗으며 프시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의 반응은 제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오늘 공연 좋았어. 빵을 가져다주려고 왔는데 공연 중이라고 해서 중간부터 보고 들어왔어.”
“그런 거였나요?! 오, 이런. 자기가 올 걸 미리 알았더라면 제일 좋은 자리를 비워 뒀을 텐데!”
“괜찮아. 다음에 또 보러 오면 되니까. 아쉽진 않아.”
‘어라.’ 낯설기 짝이 없는 상냥한 대화에 버거팬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프시케는 다른 사람들에겐 예의바르고 상냥해도, 언제나 메타톤에겐 냉담하기 그지없는 괴물이었는데.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화기애애한 것일까.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어리둥절한 그와 달리 다른 괴물들은 이 광경이 익숙한지 편하게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 프시케. 도넛은 이리 줘. 내가 들고 있을게….”
“아니야 냅스타. 여기 위에 올려두면 되니까. 햅스타, 사이다 마실래?”
“햅스타가 아니라…, 아니. 좋아요! 우리 자기가 주는 거라면 뭐든 좋죠!”
아주 두 눈에서 하트모양 빔이라도 쏠 기세다. 버거팬츠는 질색이라는 듯 메타톤을 보고 냅스타블룩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저렇게 사이가 좋았어요? 저 두 사람.”
“응? 오…. 아마, 인간이 지상으로 갈 수 있는 결계를 열고…. 인간과 괴물 사이의 대사가 된 이후부터, 였던가?”
“아 그랬어요?”
지상에 올라가 경치를 구경하면서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온 걸까. 프시케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버거팬츠로서는 그런 추측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지만, 현실은 조금 더 복잡했다.
유령은 어딘가에 빙의되어 있을 때 격렬한 감정을 느낀다면 빙의된 곳에 혼이 정착되어 버린다. 프시케는 그걸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은 더미나 메타톤처럼 되는 걸 언제나 원치 않아했다. 그렇기에 반쯤 강제로 빙의되어버린 이 죽은 나비의 몸에 혼이 정착될 수 없게 모든 감정을 억눌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틋하게 생각하는 메타톤을 더더욱 내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인간을 만나고 지상에 발을 딛게 되자, 원래부터 제 것이 아니었던 이 나비괴물의 몸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감정을 속일 이유도 없지. 그것이 프시케의 행동을 변하게 한 원인이었지만, 그 변화의 전말을 아는 사람은 불행하게도 그리 많지 않았다.
“혹시 이 이후에 일정이 있나요? 없다면 저랑 저녁식사라도 할까요? 자기를 위해 지상과 지하를 다 합쳐서 가장 최고인 레스토랑을 예약할게요!”
“미안, 오늘은 안 돼. 가서 머펫을 도와줘야 하거든. 새 빵집이 장사가 잘 되어서….”
“아…, 그런가요?”
‘그 거미괴물이!’ 메타톤은 속으로 비통하게 외치며 얄밉게 웃는 머펫을 떠올렸다.
지하에 있을 때부터 프시케와 함께 살았던 머펫은, 무슨 이유인지 지상으로 갈 수 있는 결계가 사라진 후에도 프시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 나비괴물 몸은 원래 내 거미줄에 걸렸던 거니까, 내 거고, 그러니 프시케도 내 거인걸? 아후후후!’ 프시케와 함께 사는 이유를 물었을 때 들은 그 대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메타톤으로선 납득할 수 없는 내용 뿐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프시케가 저 말에 동의한 이상 제가 뭘 어쩌겠는가. 그저 마음속으로 손수건이나 물어뜯으며 머펫이 변덕이라도 부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지.
“장사가 잘 된다니, 다 자기가 만든 도넛이 맛있어서 그런 거겠죠? 안 봐도 뻔하죠!”
“그런가? 하지만, 머펫의 빵도 충분히….”
“아녜요, 자기 빵이 최고라고요?!”
‘그렇게 머펫이 미운 거야?’ 냅스타블룩은 마음속으로만 그리 답했다가 불투명한 몸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뒤에서, 좋은 말로도 온화하다 할 수 없는 기척이 다가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후후, 그 쪽에게 내 도넛은 별로인가 보네?”
“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거미도 마찬가지였나. 메타톤은 놀랄 법도 한데 당당하게 프시케의 손을 마주잡으며 새침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죠! 내겐 언제나 프시케 자기가 1등이고 최고니까요!”
“어머, 하지만 프시케는 네가 최고일까? 어때. 자기?”
“당연한 걸 묻지 마시죠! 여기엔 무슨 일이죠!?”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설전인가. 냅스타블룩과 버거팬츠는 곤란하다는 듯 프시케를 보았다. 자신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거니, 분명 불편해 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해 쳐다 본 프시케는…, 놀랍게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바구니를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 이 싸움조차도 익숙해져버린 건가. 안절부절 하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태연한 것도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을 텐데. 버거팬츠의 정신이 한층 더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
“프시케 자기가 하도 안와서 데리러 왔지. 뭔가 문제라도?”
“흥, 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알고 방해하러 온 거군요!?”
“착각은 자유야~, 아후후”
‘자, 가자. 자기.’ 메타톤을 비웃듯이 프시케의 팔짱은 낀 머펫은 유유히 대기실을 떠났다. ‘안녕, 햅스타.’ 약 올라 죽겠는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냥하게 인사까지 남긴 프시케는 빈 바구니를 고쳐 안고 머펫을 따라가 버렸다. 그야말로, ‘잠깐만!’ 이라고 외칠 틈도 주지 않은 퇴장이었다.
“…머페에에엣!!”
비통한 메타톤의 외침은 공연장 전체에 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아아, 당분간은 또 저기압이겠군. 버거팬츠는 눈치가 보여 퇴근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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