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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기타

드림 양날개 합작 두 번째 / 온도차


※ 칵테일 프린스 마티니, 미스티아 로얄 양날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페이지 주소 → http://dreamtriangle2.creatorlink.net/




온도차

written by Esoruen




그래서, 네가 뭘 잘못 했나 잘 생각해봤나?”

.”

…….”

그 양반을 한 방에 저승길로 못 보내 드린 건가?”

제정신인가, !”

 

에메랄드 미스트의 호통은 사무실 바깥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고 우렁찼다. ‘적당히 좀 해두지.’ 마침 셔터를 내리고 온 김렛은 동료의 호통에 한숨을 쉬었지만, 중얼거린 저 말이 누구에게 향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bar)라는 곳은 술을 파는 곳인 만큼 취객을 만나는 것이 일상일 수밖에 없는 일터다. 그건 손님도 직원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가끔은 도가 지나친 취객이 모두를 당황시키는 일도 일어나곤 했다. 물건을 부수거나. 싸움이 일어나거나. 사실 이런 것들은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바의 마스터가 추행을 당했다면 일은 커지고 만다. 변상이나 중재가 아닌, 신고로 밖에 해결 할 방법이 없는 문제였으니까.

그러니까, 정리해서 말하자면. 오늘 있었던 그 변태 취객의 행동에 케이가 취해야 했을 행동은, 빨리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경찰에게 전화하는 것이었지 주먹을 내지르는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아무리 취객이라도 손님을 때리다니! 네가 그러고도 마스터인가!”

, 그건 좀 너무한 소리네! 넌 남자니까 모르는 거야! 갑자기 허리를 쓰다듬는 것도 기분 더러운데 하대하면서 재롱이나 떨어보란 식으로 말하면 얼마나 때리고 싶은데!!”

그렇다고 잘 때렸다는 거냐!”

그건 아니고! 때릴 거였으면 확 골로 보내야 했는데 펀치가 좀 약했네!!”

 

정작 문제의 취객은 펀치 한방에 뻗어 지금 경찰서로 넘겨졌는데, 왜 바에서는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퇴근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직원들은 아무도 저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지 못했다. 블루문이나 키스 인 더 다크, 아니면 톰 콜린스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자리에 남은 직원들 중에선, 저 둘을 조용히 시킬 만큼 간 큰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 쯤 조용해질까?”

나 좀 무서운데, 으으.”

 

김렛과 솔티 독은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리기만 하고 문 근처엔 다가가지도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 아까 전, 케이가 진심을 담은 주먹을 취객의 옆구리에 처박을 때 그걸 가장 가까이에서 본 것은 솔티 독이었으니까. ‘마스터, 어쩌면 이 바에서 가장 강할지도.’ 사건이 수습되자마자 저런 소릴 한 그가, 어떻게 무서운 두 사람을 말리러 가겠는가.

 

그러고 보니, 마티니는 아직?”

 

그나마 가장 문과 가까이 있는 미스티아 로얄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았다. 아까 전에도 열 받은 케이를 뜯어말리고, 뻗어버린 취객을 끌고 나간 건 마티니였다. 물론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이 상황에선 끼어들었다가 둘 중 한 명과 더 큰 싸움을 벌일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저 둘이서 싸우는 건 막을 수 있을 것 아닌가.

 

. . 곧 올 거야. 아까 경찰서에서 나왔다고 전화 왔으니까.”

그렇구나, . 얼른 와야 할 텐데. .”

 

김렛의 친절한 대답에 답하고 있던 미스티아는 갑자기 열리는 문에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정말이지.’ ‘내 머리가 다 아프군.’ 다 들리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온 에메랄드 미스트는 동료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가게 출입구로 향했다. 드디어 싸움이 끝난 건가. 모두가 상황을 알 수 없어 머뭇거리는 와중에도 미스티아 로얄은 사무실 안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케이에게 다가갔다.

 

케이 씨? 괜찮아?”

, 미스티아. . 괜찮아. 괜찮고말고.”

 

싸우다가 울었던 걸까. 케이의 눈가는 촉촉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운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추행에 동료의 잔소리까지 합쳐진게 억울해서 울컥 한 거겠지. 미스티아 로얄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 몸을 숙여 눈을 맞춰주었다.

 

, 케이 씨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케이 씨가 소리 질렀을 때, . 엄청 놀라서 잔을 떨어뜨릴 뻔 했어. 케이 씨가, 걱정 되어서. 물론 주먹을 휘둘렀을 때도 놀랐지만, 조금, 통쾌하다고 생각해버렸어.”

 

자신은 거짓말이 서툴렀다. 말수가 적고 느릿느릿하며 조금은 답답한 말투지만. 언제나 진심만을 말하는 것이 장점이었지. 케이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위로가 모두 겉치레가 아니란 걸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고마워 미스티아.”

. 그러니까, 울지 마.”

안 울어. 누가 울어? 어휴, 이건 피곤해서 눈물 나온 거야. 내가 울 사람으로 보여?”

 

그제야 고개를 든 케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를 쭉 폈다. 역시 억지웃음이라 하더라도, 우는 걸 보고 있는 것 보단 웃는 모습이 낫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지만 그걸 제대로 내뱉을 수 없는 미스티아 로얄은 입을 닫고 그저 웃었다. 조금이라도 케이가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최대한 위화감 없게.

 

어이, 이 몸께서 다녀왔다.”

 

. 힘 조절을 하지 않고 연 문이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겨우 조용해진 사무실에 요란하게 등장한 마티니는 어색하게 마주보고 있는 케이와 미스티아 로얄을 보다가 고개를 까딱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렇게 묻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어서 와, 마티니. 수고 했어.”

. 그래. 근데 너희 뭐 하냐? 다른 녀석들은?”

밖에 없어?”

아무도 없던데?”

 

김렛과 솔티 독도 일단 퇴근한 건가. 무작정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미스티야 로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 우민. 괜찮은 거냐?”

우와, 네가 나 걱정 하는 거 처음 봤어. 그것도 그거야? , 공덕(利益)?”

이 몸을 뭐라고 생각 하는 거야, ?!”

 

이런. 조용해 진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사무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물론 이번 소란은 살벌한 싸움이 아니긴 했지만,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미스티아 로얄에겐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것보다 그 변태는 어떻게 됐어?”

, 그거야 당연히 경찰에게 넘기고 왔지. 이것저것 진술해야 할 게 많아서 늦었지만. 너도 와봐야 한다더라. 피해자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하더군.”

역시 그런가. 알았어. 고마워. 수고 했어 마티니.”

 

경찰서에 가는 거야 특별히 불쾌할 게 없지만, 설마 가서 그 취객을 다시 만나야 하는 건 아니겠지? 케이는 무엇보다도 그게 가장 걱정되었다. 기분이 나쁜 것도 있지만, 정말 또 얼굴을 마주보게 되면 그땐 옆구리가 아니라 다른 곳을 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너, 주먹을 날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다시 봤어. 마스터.”

, 고마워. 안 그래도 그걸로 에메랄드 미스트에게 혼났지만.”

? 그 녀석이 왜? 아니, 이 바의 마스터에게 그딴 짓을 했다면 한 대만 맞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나? 어디서 누굴!”

그거, 날 걱정 하는 거야 가게 위상을 걱정 하는 거야?”

 

싸우는 건지 사이좋은 건지 알 수 없는 대화다. 하지만, 이게 마티니와 케이사이에선 평범한 일상이었지. 어느 누구도, 케이와 이렇게 허물없이 대화하지는 못한다. 미스티아는 제가 절대 끼어들 수 없는 대화의 흐름 속에서, 케이의 얼굴을 관찰했다.

 

거야 둘 다지! 그것도 모르겠나, 우민!”

자꾸 우민, 우민, 거릴래?! 네가 카뮤냐!?”

그건 또 누군데?!”

그래스호퍼에게 물어보던가! 아님 검색해!!”

 

마티니와 티격태격 하는 케이의 얼굴엔 자연스러운 미소가 걸려있다. 말은 조금 거칠어도, 이렇게 장난치며 노는 게 그녀에겐 즐겁고 마음 편한 거겠지. 미스티아 로얄은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입을 삐죽였다. 자신 앞에서는, 저렇게 편한 표정을 보여주지는 않는데. 마티니랑 있을 때 케이는 가장 다양하고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존재한다. 배가 아픈 일이었다.

 

, 그 녀석에게 물어보라는 거 보니 분명 2차원 캐릭터구만!? , 이 몸은 만화 캐릭터처럼 완벽하게 잘생겼지만.”

늘 말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잘생겼어도 말을 그렇게 하면 한 대 치고 싶어져요 마티니 씨.”

네 말투야 말로 재수 없다만!”

뭐래! ! 됐어! 따라와! 경찰서 같이 가. 나 혼자 가기 무서우니까!”

 

금방 기운을 차린 케이는 벌떡 일어나 마티니의 팔을 잡아당겼다. 자신에게 부탁한다면 저렇게 잡아당기지 않아도 따라가 줄 텐데. 미스티아 로얄은 불평불만을 말하면서도 그녀를 따라가는 마티니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 맞아. 미스티아.”

?”

 

마티니를 끌고 가던 그녀는 사무실 문 밖을 나서려다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뭔가 뒤늦게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미스티아 로얄은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케이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제 손만 만지작거렸다.

기대 반, 걱정 반. 케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그는 제 몸을 끌어안는 두 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걱정 해 줘서 고마워! 다음에 고양이들 간식 사서 놀러갈게, 얼른 퇴근해!”

 

얼어있는 몸을 와락 끌어안고 그 볼에 입까지 맞춰준 케이는 수줍게 웃으며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 자신을 대할 때와는 180도 다른 그녀의 태도에 혀를 찬 마티니는 못마땅한 얼굴로 미스티아 로얄을 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저 녀석 앞에서만 수줍어하고. 진짜 싫단 말이지.”

 

딱히 누굴 공격하려고 저런 말을 한 건 아닐 것이다. 케이는 이미 가게 밖으로 나섰고, 미스티아 로얄에겐 저 말이 기분 나쁘지 않았으니까. 말하자면, 그래. 저건 마티니의 한탄이자 화풀이였다.

투덜투덜 거리며 케이를 찾으러 가는 마티니를 보던 미스티아 로얄은, 아직 입술의 온기가 남은 뺨을 손으로 가볍게 훑었다. 이런 걸 받을 수 있다면, 자연스러운 모습은 조금 덜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하. 꾹 다물려있던 입에서, 행복한 헛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