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진단 메이커 합작 / 당연한 일

※ 데스페라도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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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

written by Esoruen

“있잖아, 나 오늘 이상한 꿈 꿨다?”

잠도 얼마 못 잔 것 같던데 용케 꿈은 꾸는구나. 데스페라도는 대답도 내뱉기 전인데 그런 생각부터 문득 떠올라 버렸다. 따뜻해지던 와중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는 재앙과도 같다. 추위에서 해방되어 기뻐하던 루엔은 요 며칠간은 이불을 꽁꽁 싸매고 새우잠을 자야 했었고, 덕분에 같은 침대를 쓰는 두 사람은 사이좋게 잠을 설치고 말았었다.

 

“무슨 꿈?”

 

일단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악몽은 아니겠지. 이상하다는 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지만, 루엔이 저렇게 먼저 말을 꺼내는 건 확률적으로 전자일 경우가 높았다. 어떤 꿈이던 상관은 없지만, 악몽만 아니라면 뭐든 좋으리라. 데스페라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꿈을 자주 꾸는 루엔은 심심할 때 마다 그날 꾼 꿈을 이야기해주곤 했고, 그때마다 그는 별 불평도 없이 그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곤 했다. 아주 흥미롭지는 않아도, 연인의 꿈 정도는 누구나 귀에 담아두고 싶은 법이지 않은가. 그건 데스페라도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꿈이었는데, 어, 그래. 아직 우리 아버지가 계실 때 말이야. 내가 심부름 때문에 돌아다니고 있었거든?”

“흐음.”

“그런데 네가 나와선, 가게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물건도 들어주고 그런 거 있지?”

“내가?”

 

무슨 꿈인가 했더니 제가 나온 꿈이라고? 상황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이상한 꿈 꿨다!’ 고 말할 정도인가? 데스페라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루엔을 봤지만, 루엔은 여전히 조금은 들뜬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지금 네 모습이 아니라, 어릴 때 네 모습이었어.”

“…어?”

“아니, 물론 네 어릴 때 얼굴은 모르지만 말이야. 누가 봐도 너인 꼬맹이였고, 데스페라도라고 불렀으니까 너 아닐까?”

 

남의 꿈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뭐라 판단하기 힘들지만, 저렇게 까지 말한다면 자신이 맞겠지. 그제야 그녀의 꿈이 이상하다는 걸 인정한 데스페라도는 어깨를 으쓱이고 의자에 기대었다.

 

“신기하지? 본 적도 없는 어릴 때 모습이 나오고. 꼭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당연히 너랑 함께였다는 것 같은 꿈이잖아?”

“그러게.”

“뭐야, 싱겁게. 데스페라도는 그런 거 느낀 적 없어? 내가 당연히 네 옆에 있었다는 걸 느꼈을 때 말이야.”

“그런 건 매일 느끼고 있어. 꿈은 안 꾸지만.”

 

어찌 보면 냉정해 보일 정도로 단호한 대답이지만, 그는 그 이상의 대답을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제가 말한 건 다 진심이었으니까.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지.

혼자인 것이 당연하던 제 인생에서 그녀는 유일한 동반자였다. 유일하다는 것은 언제나 강한 존재감을 가져서, 그 유일함이 찾아온 시기가 언제이든 사람을 크게 바꿔놓고는 했지. 꿈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자신도 언제나 인생의 모든 곳에서 그녀를 느끼고 있었다. 말한 적 없는 과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에서. 몇 번이고 말이다.

 

“정말?”

“그래. 나는 과거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긴 하지만 너랑 만나기 전의 일은 이제 잘 떠오르지 않아.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다 네가 있던 시절의 기억이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앞으로도 당연히 내 옆에는 네가 있을 테니까.”

“…말은 잘 한다니까?”

 

하하하. 소리 내서 웃은 그녀는 데스페라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꿈 이야기를 하다 졸려진 건지, 보라색 눈동자는 느리게 몇 번이고 깜빡거리고 있었다.

 

“졸리면 자. 저녁시간 때 깨워줄게.”

“이러고 자면 네가 불편한데…..”

“별로 안 불편하니 신경 끄고 자라.”

“…그렇다면야, 뭐….”

 

평소라면 서너 번 정도 더 사양할 텐데, 정말 졸리긴 한 건지 이번엔 거절하지도 않는다. 순순히 알겠다고 답하고 눈을 감는 연인을 힐끔 쳐다본 그는, 지극히 평온한 자는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