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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Dungeon & Fighter

드림 꽃밭합작 / 튤립


※ 데스페라도, 제너럴 양날개 드림. 오리주 주의. 데페랑 오리주는 글 본문에선 안나옵니다(...)

※ 합작 홈 주소 → https://ginuki1010.wixsite.com/dream-flowers




튤립

written by Esoruen




정교한 기계가 밤낮없이 일하는 도시는 금속음으로 시끄럽고, 여기저기 자리 잡은 발전소에는 불이 꺼지는 날이 없다. 거대병기와 초소형 통신기,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는 최첨단 도시 파워스테이션. 천계의 모든 기술력은 마법 하나 없이, 모두 이곳에서 과학만으로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정말 넓군요. 파워 스테이션에서 이 정도 공간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뭐, 단순히 온실이라고 생각했다면 누가 땅을 내주겠어? 다 연구용 부지라고 여기고 설치를 허가 한 거야. 실제로도 연구용으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과연, 그런 거였군.’ 제너럴은 마이스터의 대답에 대단히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계절에는 필 리 없는 꽃들이 가득한 화단과 내용을 이해 할 수 없는 표가 띄워진 모니터, 자연과 기계가 부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이 곳은 황실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국가 소유의 온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작 여기 와본 적이 없었네. 네가 와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평생 오지 않았을 수도.”

“네? 하지만, 이 온실에 사용된 기계들의 프로그래밍은 마이스터 당신이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아, 그건 맞아. 하지만 프로그래밍은 내 연구실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굳이 여기까지 와 볼 필요성은 못 느꼈어. 나 바쁜 거 잘 알잖아? 너도 바쁜 사람이고.”


그래도 한 번 쯤은 와 봐도 좋지 않은가. 제 기술이 쓰이는 곳이고, 모처럼 삭막한 기계의 도시 속 만들어진 화원인데.

제 입장은 그러했지만, 정이나 감수성 같은 것하곤 거리가 먼 마이스터는 다르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 인간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제너럴은 굳이 제 생각을 피력하는 대신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꽤 종류가 다양하네요. 규모가 크니 이 정도는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실험군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높으신 분들 취향 반, 연구할 가치가 있는 식물과 일반적인 식용식물 반 정도로 구성했지. 전자는 대부분 화초라서, 이쪽은 꽃뿐이야. 대신 저쪽은 완전히 채소가게 분위기지.”

“그렇군요.”


자신은 순전히 일 때문에 온 거지만, 꽤 좋은 시설이라 그런지 둘러보다보면 머리가 절로 맑아진다. 눈을 즐겁게 하는 각양각색의 꽃, 기분 좋은 따뜻함을 품은 맑은 공기. 오히려 한숨 돌리러 왔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황녀의 온실은 아름다웠다.


“그래, 이왕 온 거 한 송이 줄까? 연구 목적으로 가져간다고 하면 관리인도 별 말 못할 걸.”

“그건 직권 남용 아닙니까?”

“남용은 아니지. 상습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이게 처음인데.”


‘아니, 이런 곳에 쓰라고 있는 권위가 아닐 텐데.’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는 마이스터 때문에 잠깐 말문이 막힌 그였지만, 제너럴은 그 제안을 곧바로 거절하지는 못했다. 자신은 꽃을 집무실에 장식해 두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꽃을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 정도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튤립으로 한 송이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흐음,”

“왜 그러십니까?”

“너 그거 루엔 가져다주려고 하는 거지?”


들켰다, 라고 할 것도 없나? 제너럴은 부정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마이스터라면 제 의도를 추리하는 것 정도는 아주 쉬웠을 것이다. 그는 두뇌 회선이 빠른 사람이었고, 자신과 루엔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하여간 너도 대단해.”

“뭐가 말입니까?”

“제 3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네가 루엔을 좋아해서 남는 건 없잖아? 걘 이미 데스페라도랑…,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물론 루엔이 네 마음을 알고도 오히려 애매하게 구는 게 제일 나쁘다고는 생각하지만, 못 놓는 너도 대단하다 싶어서.”

“하하….”


상대의 말은 가시가 돋치다 못해 칼날 그 자체인 것처럼 날카롭지만, 제너럴은 그저 웃는 것 외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마음은 받아줄 수 없으니 최소한 다정하게라도 대해준다.’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건 가혹한 짓이다.’ 그런 것들로 설명하기엔 그녀의 태도는 확실히 짓궂은 면이 있었지. 그 정도는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아니. 그건 제가 제일 잘 안다고 해도 좋겠지. 단순히 다정하다고 하기엔, 루엔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제 마음을 잔뜩 긁어놓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사람 마음이라는 건 마음대로 안 되니까요.”

“그래. 차라리 기계면 편할 텐데 말이지. 프로그램은 강제로 삭제 할 수라도 있으니까.”

“마이스터 다운 생각이긴 하지만 그건 너무 삭막한데요.”

“그래? 그럼 덜 삭막한 이야기를 할까.”


모니터 옆 기계를 여기저기 손보던 마이스터는 화단에서 튤립 하나를 가리켰다. 붉은 색 꽃이 반쯤 핀 튤립은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탓인지 싱싱하고 향기로웠지만, 꽃잎들은 아직 활짝 펴질 생각이 없는지 꽃봉오리나 다름없는 모양새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튤립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데, 혹시 알아?”

“…마을 아가씨가 세 청년의 청혼을 동시에 받아서 고민하다가 튤립이 되었다는 이야기요?”

“뭐야, 알고 있네? 하긴 넌 책이라도 읽으니까. 말단이 아닌 이상 군인치고 교육을 덜 받은 녀석은 잘 없고,”

“뭐, 전 엔에게 들은 것뿐이지만요.”

“그 녀석이 가르쳐 줬어? 너에게?”


‘허어.’ 마이스터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 탄식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루엔이, 그 설화를, 제너럴에게 말했다, 라.

혹시 새로운 방식의 자기변호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뭐, 어쨌든 안다면 됐어. 저 걸로 가져가자.”

“이건 아직 피다 만 꽃 같은데요.”

“여기서 가져가서 황도에 도착할 때쯤이면 다 필거야. 그리고 루엔은 그 색이 좋다고 했거든.”

“네? 그걸 어떻게….”

“그건 직접 물어보지 그래?”


모처럼 이니 길게 대화할 거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건가. 일순 굳어버린 제너럴의 표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후우.’ 땅이 꺼져라 한숨 쉰 그는 여전히 기계만 만지는 마이스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잠깐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