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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기타

네임리스 드림 합작 / 특별손님


※ 칵테일 프린스 그래스호퍼 드림, 네임리스 드림주.

※ 합작 홈 주소 → https://moonmist.wixsite.com/namelessdream




특별 손님

written by Esoruen





“저기, 오늘 그래스호퍼 조금 이상하지 않아? 왜 저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야?”


가게에 흐르는 기묘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계산을 마치고 돌아온 핑크레이디였다. ‘아아, 그러고 보니.’ ‘잔뜩 얼어있네.’ 여기저기 한 마디씩 내뱉는 점원들은 핸드폰과 가게 문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그래스호퍼를 걱정 가득한 눈으로 보았지만, 딱 한사람, 사이드카는 무슨 일이 있는지 안다는 듯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아아.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온다던데.”

“중요한 손님? 누구?”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자기 ‘존잘님’이라던데.”


‘그게 뭐야.’ 점원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고, 사이드카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렇게만 설명하면 보통은 못 알아듣겠지. 제 설명이 부족했음을 인정한 그는 존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그래스호퍼에게 중요한 손님이 되는지를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저 녀석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있잖아? 그걸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인데 그림으로 꽤 유명하나 보더라고. 서로가 그린 책을 사고팔고, 감상도 남겨주고, 그러면서 친해지긴 했는데 매일 행사장에서 보다가 가게로 온다고 한 바람에 저렇게 긴장하고 있다는 거야.”

“어머, 그거 로맨틱하네! 서로가 서로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만난다는 거 아냐?”


맨해튼의 정리는 간단했지만, 어딘가 부족한 맛이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저 정도 설명으로 충분하겠지. 사이드카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제 일을 하러 가버렸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궁금증이 해소되었음에도 일하러 갈 생각이 없는 것인지, 여전히 옹기종기 모인 채 그래스호퍼의 특별 손님에 대해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했다.


“그 마법소녀 애니를 좋아하는 걸 보면, 남자이려나?”

“그럴지도. 아니, 그런데 그 애니 어린 여자애들도 좋아하잖아. 여자일 수도 있지.”

“여자인 거 같은데. 저렇게 긴장하는 걸 보면.”


자신을 향한 수군거림을 알 리 없는 그래스호퍼는 여전히 핸드폰으로 뭔가를 하느라 바쁘다. 언제 오느냐고, 어디 쯤 온 거냐고 연락하는 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동료를 바라보는 점원들의 짧은 휴식은, 한 상식인의 강림으로 끝나버렸다.


“너희들! 일 안하고 뭐 하는 건가!”

“아, 뭐야! 놀랐잖아.”

“에메랄드 미스트 무서워~!”


하하, 호호. 직원들은 더 이상의 잔소리는 싫다는 듯 재빨리 흩어졌다. 확실히 그래스호퍼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는 건 즐겁지만, 그렇다고 일하지 않고 구경만 하면 가게는 누가 돌보겠는가.


“그래스호퍼! 핸드폰 그만 만지도록! 마스터가 문서 업무를 보는 동안 너희가 밖을 잘 봐야 할 거 아닌가!”

“아, 아. 잘 알겠으니까 그만 소리 질러. 손님들 놀라잖아?”


다행이 에메랄드 미스트의 잔소리는 사이드카가 끊어냈지만, 한번 혼난 이상 대놓고 뭉쳐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네.’ 핑크레이디는 자꾸만 그래스호퍼에게 가는 제 시선을 억지로 붙들어 매고 손님의 주문을 받으러 뛰어갔다.




“있잖아, 저거 봐. 저거.”


그렇게 한창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쯤, 맨해튼의 부름에 고개를 든 핑크레이디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리고 웃어버렸다. 저기 구석자리에, 그래스호퍼가 처음 보는 손님과 나란히 마주보고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온 거래? 여자였구나.”

“한 5분 전? 그래스호퍼, 완~ 전히 빠져서 응대중이라니까?”

“흐음, 잘은 모르겠지만 분위기 좋아 보이는데?”


서로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났다고 하기 보단, 꼭 데이트를 하는 남녀 같은 분위기다. 손님은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고 있고, 그래스호퍼도 허둥지둥하고 있긴 하지만 분명 기뻐보였으니까. 소개팅 후 첫 데이트, 아니, 두 번째 데이트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바텐더 복 정말 잘 어울리네요! 완전 모에! 다음 코미케에도 그러고 와 주면 좋을 텐데.”

“네, 네?! 그, 그건 조금 곤란한 말이라고 할지…! 동지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에이, 하지만 여덕들은 분명 좋아할 걸요? 아, 아니다. 나 혼자 보게 역시 평소처럼 라미파스 티셔츠 입고 와줘요. 하하.”


…물론 보통 데이트에선, 저런 대화는 하지 않겠지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시선을 회피한 핑크레이디와 맨해튼은 주변에 들리지 않게 귓속말로 잡담을 이어나갔다.


“대화를 들어보면 한두 번 만난 사이는 아닌 거 같지? 행사장에서 한 번 본 것 치곤 너무 친하게 굴잖아?”

“sns에서 친한 걸지도 모르잖아? 내적친밀감, 이라는 거지.”

“결국 친하다는 이야기 아냐?”

“그건 그래.”


후후후.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분명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야.’ 그렇게 잠정적으로 결론지은 게 분명한 웃음들이었다.


“이거 언제 마쳐요? 마치고 2차 가요, 2차. 저 내일 회사 안 가는데.”

“네?! 아, 아니. 저는 좋지만, 늦게 마치는데!”

“괜찮다니까요? 모처럼 내 존잘님이랑 만났는데. 밤늦게까지 놀다 갈 거예요.”

“그래도….”


상대의 제안은 분명 달콤했지만, 정말 응해도 괜찮은 걸까. 한창 망설이고 있는 그래스호퍼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뜨거운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그냥 가버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얼굴로 엄지를 내밀고 있는 시선의 주인들은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마스터에게 부탁해서 일찍 마치게 해 볼게, 힘내!”

“청춘이구나, 청춘. 후후후.”

“…….”


아아, 뭘까 이 고마운데 부끄러운 기분은.

턱 끝부터 정수리까지 얼굴이 붉게 물든 그래스호퍼는, 제 존잘님에겐 보이지 않게 몰래 엄지를 내밀어 핑크레이디와 맨해튼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