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석의 나라 앤탁티사이트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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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이 우는 시기
written by Esoruen
유빙이 우는 소리는 겨울의 외로움을 살벌함으로 둔갑시킨다. 앤탁티사이트는 짧은 잠에서 깨어나, 제 옆에 두었던 검을 챙겨들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올해는 초겨울부터 유빙이 시끄럽다. 정말이지, 곤란한 일이었다. 이래서야 막 잠든 동료들이 깨어나지 않겠나. 어차피 겨울에만 행동해 다른 보석들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는 그이긴 했지만,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정도는 있었다.
겨울 담당의 일은, 맑은 날 가끔 나타는 월인들을 처리하고 시끄러운 유빙들을 미리 깨부수는 것 뿐. 각자의 일을 열심히 완수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살아남은 동료들처럼, 자신도 담당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다시 잠들고 싶다.
그러니 오늘도 저 시끄러운 유빙을 얼른 해치우고, 돌아오자마자 선생님에게 보고하러 가자. 분명 금강 선생님이라면 언제나 하는 일과조차도 칭찬해 주겠지. 그렇게 기대하며 밖으로 나서려던 앤탁티사이트는 낯선 그림자에 멈춰 섰다.
“아.”
“응?”
얼빠진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자, 상대방은 느리게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드베릴이 정성스럽게 만든 잠옷을 입고 앉아있는 시트린은 자신 외에 깨어있는 보석을 발견한 것이 기쁜지 슬쩍 웃어버렸다.
“안녕, 앤타크. 오랜만이네.”
“…태평하게 인사할 때야? 놀랐잖아.”
“미안.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 네가 다가온 줄도 몰랐는걸.”
그래. 그렇겠지. 보통의 보석들은 영양분인 햇볕이 적어지는 겨울엔 아무것도 안 하고 깨어있는 것조차 힘들었으니까. 힘든 환경에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긴 하지만, 그렇게 둔해진 몸으로 왜 밖으로 나온 걸까. 앤탁티사이트는 못마땅한 얼굴로 시트린에게 다가갔다. 간만에 보는 시트린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짙은 노란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흑백으로 가득한 겨울에 이런 황금빛은 눈에 띌 수밖에 없지. 앤탁티사이트는 오늘이 맑은 날이 아님에 안심했다.
“유독 너는 자주 깨어난단 말이지. 가끔 다른 보석들이 잠결에 움직이거나 유빙소리에 깨어나서 뒤척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넌 아예 밖으로 나와 볼 정도로 완전히 깨어버리니까 걱정이라고.”
“와, 앤타크가 걱정 해 주는 거야? 기쁘네.”
“뭐가 기쁠 일이야? 내 일처리가 서툴러서 누군가가 깨어나는 건 아닌가 싶어 신경 쓰인다고. 유빙 소리 때문에 깬 건 아니지?”
시트린은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너도 알잖아. 내가 가끔씩 이렇게 깨어나는 거. 이유는 루틸도 모른다고 했지만….”
“모르니까 곤란한 거 아냐? 돌아가서 더 자.”
“그래야지. 조금만 더, 이러고 있다가.”
자신의 말에 답하는 시트린의 목소리는 졸음에 젖어 축 쳐져있었다. 분명 눕기만 하면 다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졸리면서, 일부러 무리해서 깨있는 거겠지. 이유는 대충 알고 있다. 시트린은 날씨를 관찰하고 일기예보를 작성하고 있으니, 겨울의 이 낯선 기상을 좀 더 보고 싶은 거겠지. 새하얀 눈도, 어두운 하늘도, 몸에는 부담될지 몰라도 평소엔 볼 수 없는 귀중한 풍경의 일부였다. ‘하아.’ 곤란하다는 듯 한숨 쉰 앤탁티사이트는 결국 유빙을 부수러 가지 않고 시트린의 옆에 앉았다.
“앤타크가 있어서 다행이야.”
“갑자기 왜?”
“아니. 그냥. 네 덕분에 우리는 마음 놓고 잘 수 있고…, 선생님도 외롭지 않을 테니까.”
“그런 의미였나.”
어차피 제가 겨울을 담당하게 된 건 체질이 특이해서 그런 것뿐이지, 자진해서 나선 것도 아닌데 저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묘해진다. 물론 제 일을 과소평가 할 생각은 없다. 겨울 담당은 확실히 중요한 역할이었고, 자의든 타의든 그걸 맡아 잘 해내는 자신은 칭찬받을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이렇게 가끔 나 혼자 깨어났을 때, 네가 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해. 정말 다행이야.”
아니. 대체 뭐라는 거야.
아까 전, 시트린을 발견 했을 때 보다 더 놀란 얼굴이 된 앤탁티사이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피했다.
“…그건 다행이라고 여기지 말고, 푹 잘 방법이나 강구해 보라고.”
“그래, 그래. 잘 자야…. 남동생들도 걱정하지 않겠지….”
끼이이익. 저 멀리서 들리는 유빙의 소리는 여전히 기괴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전혀 살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 지금 제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트린 때문이겠지.
저 멀리 바다 쪽을 보던 앤탁티사이트는 슬쩍 시선을 원위치 시켜보았다. 역시 더 이상 견디는 건 무리였을까. 시트린은 어느새 완전히 잠들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으음.”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으니, 데려다 주고 갈까.
검을 내려놓고 시트린을 들어 올린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동료가 혹여 다시 깨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하며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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