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악 드림, 네임리스 드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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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written by Esoruen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어머니랑 아버지는 잘 있나요? 거기서는 배고프지 않으시겠죠?
저는 잘 지내요. 죽음의 고비에서 나무뿌리랑 마른 풀을 주워 먹으며 버티길 며칠 째, 어떤 은혜로운 도사 한 분이 저를 데리고 하늘로 와주셨거든요.
도사님, 그러니까 지금은 제 보호자인 그 분 이름은 여악이라고 해요. 매일 무언가를 연구하느라 바쁘시지만, 저에게 삼시 세끼를 챙겨주시고 입을 옷도 주시는 걸 보면 역시 좋은 분이 아닐까요? 가끔 무서운 얼굴로 웃으실 때도 있지만, 저에겐 잘 대해주시는 걸요.
‘너는 선인골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굶어 죽을 거라면 차라리 날 따라와라!’
그런 말을 하며 제 앞에 나타났을 땐 유괴범은 아닐까 했지만…, 사실 유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따라간 걸지도 몰라요. 아버지는 징집되어 전사하셨고,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10살 남짓한 삐쩍 마른 계집아이가 뭘 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괜찮답니다. 여악님은 정말 도사셨고, 저를 잘 대해주고 계시니까요.
여악님은 매일 무언가를 연구하느라 바쁘지만 제 밥을 챙겨주고 건강도 체크해 줘요. 여기서 먹는 것들은 지금까지 먹어온 밥이랑 조금 다르고 맛도 심심하지만, 신기하게도 몸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키도 많이 컸고, 몸도 튼튼해졌거든요. 역시 도사들이 먹는 건 조금 다른 걸까요? 아, 어쩌면 가끔 도사님이 주는 약이 몸에 좋은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걸 먹으면 평소엔 들지도 못할 무거울 상자도 들 수 있고, 몸도 엄청 가벼워 진 기분이 들거든요.
어느 날은 도사님이 왜 이렇게 저에게 잘 해주는지 궁금해서 도사님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 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 여악님은 재미있는 걸 묻는다는 듯 큰 소리로 웃으며 답했어요. 저에게도 선인골이 있으니, 제자로 삼기 위해 데려온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요. 그러고 보니 여악님은 선인이 아니라 도사인데도 이상하게 제자가 많았어요. 몇 명은 이상한 옷을 입고 다니긴 하지만, 다들 불평을 말하지 않는 걸 보면 도사라는 것도 할 만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저도 얼른 도사가 되어서 여악님을 도와주고 싶어요. 여악님은 쓸모없는 건 흥미를 가지지 않으시기도 하고,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기뻐할 거라고 어머니도 말씀하셨으니 까요.
그래서 요즘은 마원 오빠랑 열심히 명상도 하고 여악님의 일도 도와드리고 있어요. 아, 마원 오빠는 여악님의 제자이자 아드님이에요. 마원 오빠도 늘 ‘아버지를 도와드리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어서, 저랑은 죽이 잘 맞아요! 아무래도 여악님의 거처에 있는 아이는 저랑 마원 오빠 정도뿐이니 더 친한 것도 있겠지만…, 앗.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저랑 마원 오빠는 굳이 따지면 남매 같은 관계니까요.
저랑 마원 오빠는 정말 운이 좋아요. 여악님이 저희가 도사가 될 그릇이 갖추어지면, 보패를 주겠다고 했거든요. 저희가 받게 될 건 어떤 보패일까요? 싸울 수 있는 보패라면 강한 게 좋을 거 같아요. 저는 쓸모 있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운이 좋다는 건 역시 다른 사람의 질투를 받게 되는 것일까요? 마원 오빠와 저는, 가끔 자른 제자들이나 금오도의 도사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해요. 저희를 노려보는 그 눈은, 뭐라고 할까. 저희를 질투하는 걸 넘어 불쌍하게 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차가워요. 저희는 불쌍할 일이 없는데, 그렇게 느껴지는 건 역시 그 시선들이 너무 차갑기 때문이겠죠? 여악님이 저희에게 얼마나 잘 해주는지 아니까, 분명 그렇게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죠. 저도 제가 죽을 뻔 했던 고비를 넘어 도사의 제자가 된 모든 과정이 천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빨리 자라야 하는데, 흐흐흐.’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여악님만 있다면, 저는 질투 같은 건 무섭지 않아요. 질투뿐만이 아니에요. 도사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미래도, 가끔씩 속이 안 좋아지는 약도, 가끔 찾아오는 불안한 악몽도.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어쨌든 저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어머니도 부디, 아버지와 함께 고통 없이 자연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할게요. 혹시 지금부터 기원하는 건 부질없을까요? 오늘 마원 오빠가 제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을 위해 기원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소릴 했거든요.
부질없지 않다면 다음에도 또 기원할게요. 이제 저는 잘 거예요. 내일은 여악님이 저에게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으니 일찍 일어나 달라고 했거든요. 안녕히 주무세요, 어머니.
저는, 정말로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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