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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封神演義

남량특집 무서운 드림 합작 / 금오괴담:거울편



※ 왕천군 드림, 오리주 주의

※ 착란 및 유혈 묘사가 있습니다

※ 합작 홈 주소 → http://scarydreamcollabo.creatorlink.net/




금오괴담 : 거울편

written by Esoruen




“저, 담운 님.”


익숙하지 않은 호칭에 고개를 돌린 그녀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어린 요정을 보고 찌푸렸던 인상을 폈다. 금오도에서 지내며 수많은 요괴선인들에게 시비가 붙은 탓에, 누군가에게 불려 세워지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인상부터 쓰게 된다. 그다지 좋지 않은 버릇이라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지만, 환경이 환경이니 어쩔 수 없다고 자기합리화 하고 있었지. 자신의 미간을 가볍게 누른 담운은 몸을 낮춰 상대방과 시선의 높이를 맞췄다.


“무슨 일인가요?”


적의를 품지 않은 태도 앞에선 저절로 존중의 언어가 나온다. 상대가 자신을 높여 부르자 자연스럽게 존대를 한 담운은 상대가 왜 자신을 부른 것일까 짐작해 보았다.

이 요정과는 초면이 아니다. 며칠 전 딱 한 번 마주친 게 전부지만, 그 만남이 꽤 인상적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지. 아직 인간의 모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연약한 요정이 다른 요괴선인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었고, 왕천군을 만나러 가던 자신은 우연히 그걸 발견하고 조금 과격한 방법을 써서 요괴선인들을 물러서게 했다. 그때, 그 괴롭힘 당한 요정이 바로 눈앞의 이 아이였다.

누구의 제자인지, 왜 괴롭힘을 당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수에게 약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 상황이 얼마나 괴로운지, 자신도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따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거나 특별히 존중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담운 님’ 이라니. 이 금오에서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있어도 왕천군과 제 관계를 비꼬려는 자들이나 입에 담는 정도였지. 이렇게 진지하게 자신에게 ‘님’자를 붙이는 상대가 있을 줄이야. 자못 놀라운 일이었다. 


“전에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도 못 했던 거 같아서….”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니까요.”

“이거, 받아주세요. 보잘 것 없는 보답이지만 받아주셨으면 해요.”


요정이 내민 것은 작은 손거울이었다. 그다지 비싸 보이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자잘한 무늬가 새겨져있어 심플한 멋이 있는 물건이었다. 다만 인간계의 물건은 아닌지 희미하게 선기(仙氣)가 느껴지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보패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니 너무 경계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괜찮은데….”

“그러지 말고, 여기요. 정말 감사하고…, 죄송해요.”


떠넘기는 것처럼 손거울을 넘긴 요정은 도망치듯 사라졌다. 멍하니 물건을 받은 담운은 제 손바닥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거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보답을 바라고 한 선행이 아니었다. 애초에, 선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였고, 상대가 아무리 저질이라고 해도, 무력으로 피를 본 이상 선행이라곤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선물을 받다니. 이래도 되는 걸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극히 인간적인 감상에 잠긴 담운은 푹 한숨을 쉬고 선물을 챙겨 넣었다. 자신의 행동과 그 보답에 이 이상 고뇌하지로 않기로 한 그녀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아버렸었다.




‘최근 그녀석의 상태가 이상하다.’ 왕천군이 무언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인지한 것은 담운이 손거울을 받은 지 일주일 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평소에도 그다지 밝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요 며칠간 담운의 얼굴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창백했다. 그것뿐이라면 단순히 몸 상태가 안 좋은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겠지만, 증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별 일도 없는데 그녀의 손끝마다 물들어있는 멍이 더 푸르게 물드는 건 기본이었고, 걸어가다가 갑자기 이유도 없이 쓰러지기까지 했지. ‘최근, 너무 심하게 화풀이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증상을 같이 지켜봤던 요천군은 왕천군에게 나무라듯 그리 말했지만, 지목당한 당사자는 그저 답답하다는 얼굴로 상대를 노려볼 뿐이었다.

애초에 제가 무슨 짓을 해서 저렇게 된 거라면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았겠지. 오히려 휘청거리는 꼴을 보면서 웃었을 것이다. 자신은 그런 놈이었으니까.


“네가 원인이 아니라면 다른 자가 저렇게 만들었다는 건가? 하지만 담운은 대부분 네 옆에 있을 텐데.”

“뭐 그렇지. 잠깐 안 보일 때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리를 비울 때 마다 더 악화되는 건 아니었는데.”


오히려 담운의 증상은 제가 곁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빠르게 나빠지는 것 같았다. 이러니 더 황당하다는 것이었지. 직접 나서서 무슨 짓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더 악화된다는 건….


“차라리 때려볼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군.”

“닥쳐. 대안을 내놓을 게 아니면 내 의견에 토 달지 마.”


평소에는 못 잡아먹어 안달이면서, 정작 원인모를 이유로 아프니 누구보다 신경 쓰는 꼴이란. 그의 모순을 지적하려던 요천군은 제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입을 닫았다. 어차피 저 둘의 관계는 단순한 말 몇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제 3자인 자신은 침묵하는 것이 정답이리라.


“지금은 좀 어떤가?”

“내 방에서 자고 있지. 혹시 모르니 녀석의 방으론 못 가게 해놨고. 시름시름 앓다 잠든 거라 언제 깰지는 몰라.”

“그런가. 뭐, 원인이라도 찾길 바라지.”


아무리 십천군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긴 해도, 죽지 않길 바란다거나 완쾌하길 빈다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자신들은 친하지 않다. 단순한 동료, 아니, 그냥 멋대로 한 그룹에 묶인 동족들 정도라 하는 게 정확하겠지. 서로 이용하면 이용하지 위해줄 사이도 아닌데, 이 정도 말도 오지랖으로 보일 정도이지 않겠는가. 미적지근한 말만 남긴 요천군은 공간 너머로 사라졌고, 혼자 남은 왕천군은 손톱을 물어뜯다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달기에게 물어봐야 하나.’


아직은 그리 급한 상황이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그녀의 손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 달기는 담운을 그리 아끼진 않았어도 여러모로 쓸 만 한 패라곤 생각하고 있었으니, 과정이 번거로울지언정 결과적으론 문제를 해결해 줄게 분명했다. 다만 그는 지금 당장 도움을 구할 생각은 없었다. 제가 이렇게 담운의 문제에 신경 쓴다는 걸 티내고 싶지도 않았고, 실제로 그리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가 느끼는 감정은 위기감이나 초조함 보다는 순수한 짜증에 가까웠다. ‘아무리 제가 담운을 험하게 대한다 해도, 남도 그럴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자진해서 소속을 버렸고, 모든 고통을 자의로 떠안았다. 나를 위한 것이니 내가 누리는 건 문제가 없지만, 어디서 굴러들어온 건지 모를 놈이 건드려도 좋다는 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찾아내면 반드시 죽인다.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고통스럽게 후회하며 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손톱을 부러뜨릴 기세로 씹으며 방으로 돌아온 그는 담운에게 상태가 어떤지 물으려다가, 방 안의 꼴을 보고 목소리를 죽였다.


“아, 아아….”


아까 전까지 얌전히 자고 있었던 그녀는 방바닥을 구르며 피를 토하고 있었다. 한 쪽 손은 목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손톱이 다 벗겨질 정도로 바닥을 긁으며, 계속, 계속, 핏줄 안의 내용물을 다 쏟아낼 기세로 혈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


혼자 두는 게 아니었다. 그런 생각부터 든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 하는 건 자조인가 자괴인가.

검붉은 바닥위에 망설임 없이 발을 디디는 그는 발악하고 있는 담운에게 다가갔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기절시켜서 얌전히 만드는 것뿐이겠지만, 이렇게 미쳐 날뛰게 두는 것 보다는 낫겠지.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왕천군은 가만히 있질 못하는 몸을 아무렇게나 잡아 들어올렸다.


“이봐.”

“윽, 아아….”


바닥과 거의 같은 색의 눈 한 쌍이 자신을 바라본다. 초점이 없는 걸 보니, 역시 제정신은 아닌 모양이었다. 착란인가. 그것 참 괴로울 테지. 겪어봐서 잘 안다. 물론 자신은 그때 눈앞에 있는 이 여자의 목을 조르는 걸로 버텼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은 기꺼이 목을 졸려줄 생각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기절시키는 게 서로를 위한 길이다. 힘 조절도 않고 담운의 뒷목을 치려던 왕천군은 제 어깨를 잡아오는 양 손 때문에 동작을 멈춰야 했다.


“혁, 아….”

“…….”

“싫어, 싫어…. 누가 자꾸, 나를. 나가. 혁아. 위험해. 제발. 가. 가. 나가. 가….”


그는 자신을 잡아당기며 매달리는 상대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선명하게 들려, 듣기 싫은 호칭에 화를 내는 것도 잊고 말았다.

잔뜩 쉰 목소리로, 피 냄새를 풍기며 말하는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보다도, 이미 죽어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먼 옛날, 봉인뢰 안에서 편집증으로 미쳐가는 자신을 보던 담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시답잖은 생각으로 또 기분이 나빠진 그는 이번에야 말로 마무리를 하겠다는 듯 손날을 들었다.


“목소리…, 목소리가…. 그만 해, 그만, 그만, 그런 말 하지 마. 싫어, 싫어, 싫….”


팔이 내려쳐짐과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뒷목을 가격당해 기절한 담운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고, 그때 그녀의 옷가지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낯선 소지품이 굴러 나온 걸 놓치지 않은 왕천군은 슬며시 발 근처로 다가온 소지품을 낚아채듯 주워들었다.


“이건?”


기분 나쁜 빛을 번쩍이며 빛나는 손거울은 여기저기 새까만 얼룩이 묻어있다. 단언할 수 있는데, 그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늘 곁에 있는 자신도 모를 정도면 상당히 최근에 손에 넣은 물건이란 의미일 텐데, 혹시 모든 일의 원인은 이 거울이 아닐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심에 눈을 가늘게 뜬 왕천군은 뿌옇게 흐려 잘 보이지 않는 거울의 유리면을 손톱으로 긁었다.


“이것부터 알아봐야겠군.”


이 거울에 대해서도, 어째서 이런 게 그녀의 품에서 나왔는지도, 전부 알아낼 것이다. 제게 이렇게 성대하게 물을 먹인 이상, 이 일의 주모자를 찾아 산채로 내장을 뽑아주는 정도는 되어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았으니까.

뻗어버린 담운을 적당한 곳에 바로 눕혀둔 그는 음습한 기운이 드는 거울을 꽉 쥐었다. 쩌적. 불온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금이 거울 정중앙을 가로질렀다.




‘끔찍한 악몽 속을 헤매고 온 기분이다.’ 이틀 만에 정신이 든 담운은 지난 일주일을 그렇게 표현했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몸이 무겁게 느껴지더니, 점점 머리가 아프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일이 많아졌다. 거기까진 그저 컨디션 악화로만 생각하고 왕천군에게 아무 귀띔을 하지 않은 그녀였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키우고 말았다.

고통에 고통이 더해져 몸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자,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것은 정신을 갉아먹는 착란이었다. 옛날에 제가 갇혀있었던 봉인뢰 내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거나, 익숙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는 환청이 들리기도 했고, 나중에는 누군가가 제 목을 조르는 것 같은 환촉(幻觸)까지 느꼈었지. ‘뭔가 이상하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이미 제 상황을 설명할 정신력 같은 건 거의 남지 않았었다. 겨우 눈을 뜨고 정신을 유지하거나 억지로 잠드는 정도의 일 밖에 할 수 없게 된 담운은 그렇게 며칠 정도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했었다.

그리고 완전히 제가 자신에 대한 통제능력을 잃었을 때,

그녀는 그 앞에 들었던 어떠한 환청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선명한 환청을 들었다고 했다.


‘네가 죽지 않아서 그런 거야. 얼른 죽어.’


한 사람의 목소리도 아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진 그 말은 다양한 높낮이와 음량으로 계속해서 제 귓가를 맴돌았다. 모두 어딘가 들어본 목소리고, 그 안에는 분명 제가 가장 소중하다 여기는 남자의 목소리도 있었지. 그 점이 가장 그녀를 미치게 했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금광성모는 동정도 비웃음도 없는 무미건조한 눈으로 답했다.


“용케도 안 죽었네.”

“그러게.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어.”

“그래?”


이미 고통에 익숙해져 있어서 저렇게 말하는 걸까. 아니면, 왕천군도 분명 겪어봤을 편집증이었기에 본인도 당연히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어느 쪽이든 금광성모는 별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숭고하다고 말해주고 싶어도 머리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원인은 네가 받은 그 거울이었어. 그 자체가 보패는 아니지만, 보패로 그 손거울에 저주를 건 모양이더군. 보패 사용자는 왕천군의 손에 제거되었고.”

“…그 요정은? 이 거울을 준 요정은, 어떻게?”


제게 이 손거울을 넘길 때, 요정은 고맙다는 말 외에도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이 거울이 무엇인지 알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지만, 제게 넘겨주긴 싫었던 거겠지. 아마 이용당했던 것 같은데, 그 요정까지 죽였다면….


“요정? 잘 모르겠는데. 왕천군은 보패로 저주를 건 놈만 죽인 걸로 알고 있어. 정 궁금하면 본인에게 직접 묻지 그래?”

“…알았어.”

“아, 그것보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 사실 그 손거울에 걸린 저주는 네가 아니라 왕천군을 향한 것이었다고 하더군. 다만 본인에게 넘겨줄 재간이 없어서 너에게 준 거라고 해. 저주를 내릴 상대의 근처에만 매개체가 있으면 그만이라면서 말이지. 그래서 본인도 네가 저주를 받아 쓰러졌다고 하니 당황했다던가?”


그게 ‘흥미로운’ 사실인가. 담운은 금광성모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런 것보다도, 그 뒤에 따라온 말들이 더 신경 쓰였으니까.


“왕천군이 그러더군. ‘그 녀석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체질이니 근처를 떠도는 악의조차도 본인이 집어삼켰을 수 있지.’ 라고.”

“그렇구나. 다행이네, 왕천군은 무사해서.”

“…예상한 반응이긴 하지만, 정말 너 다운데.”


역시 담운이라면 왕천군에게 향하는 악의가 형체 없는 저주라 할지라도 본인이 가로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체질 이전에 혼백이 그렇게 생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지도 모른다. 금광성모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그녀가 아니더라도, 십천군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물론, 왕천군도 포함해서 말이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어지간히도 바보 같은 녀석이야.’


피투성이로 돌아온 왕천군이 중얼거린 말을 떠올린 금광성모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말려들었다간 죽을 게 분명한 바닥없는 늪 같은 관계지만, 멀리서 지켜보기엔 딱 좋은 유희거리다.

이 혼잣말은 말해주지 않는 편이 재미있겠지. 흥미 가득한 미소를 감춘 금광성모는 다행이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는 담운을 한참동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