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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Dungeon & Fighter

드림 제복합작 / 제복



※ 운 라이오닐, 멜빈 리히터 양날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rockstar777.wixsite.com/dreamuniform

 

 

 

written by Esoruen

 

 

 

“…넬레, 그 옷은 뭐야?”

“응? 이거?”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었다. 겐트에 몇 년은 자리 잡고 있었던 멜빈은 지금 넬레가 입고 온 옷이 어떤 옷인지, 무엇을 할 때 입는 옷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활동성과 통일성이 아주 잘 나타나는,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옷.

 

“나, 노블 스카이에 타게 되었거든! 이거 니베르 씨에게 선물로 받았어!”

“세상에 군복을 선물로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안 그래도 군인은 질색인데, 제가 왜 그녀의 군복 차림을 봐야한단 말인가. 멜빈은 지금 이 순간이 꿈이길 바라며 약하게 팔을 꼬집었지만 아픔은 생생했다. 그래, 애초에 과학으로 시작해 기계로 끝나는 자신이 꿈이라는 간편한 장치로 현실도피를 하려고 했던 게 잘못이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그는 대책 없이 신나 보이는 그녀에게 자초지총을 물었다.

 

“노블 스카이? 그거 상선 아냐? 네가 거길 왜? …아니다, 지금 군함이 다 격추되어서 그거라도 빌린다는 걸 젤딘에게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응. 멜빈도 알고 있구나? 사정이 그렇게 되어서, 유르겐 가의 배를 빌리게 되었지. 출항한지는 꽤 되었는데, 나엔 씨가 혼자선 힘들다고 해서… 도와드리러 가!”

“네가 왜… 넌 세븐샤즈도 아니잖아?”

 

물론 그렇다고 제가 갈 것도 아니지만. 멜빈은 금강랑 위에 손을 툭 올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두뇌를 노리고 여기저기서 다가온 사람들 때문에 인간 그 자체를 싫어했고, 병기와 무기에만 집착하는 군에는 도저히 좋은 감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질려있었다. 그러니 절대 자신은 그녀를 대신해서 안톤을 처치하러 갈 수 없다. 아니 이건 안톤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 평화를 위해서긴 하지만 지금 여기서 군을 돕는 것만으로도 꺼림칙한데, 군함에 타고 군복을 입게 되면…

 

“으음, 그래도 오히려 그게 더 좋지 않아? 난 세븐샤즈도 아니고, 과학자라기보다는 병기 전문가니까! 내가 적임자라고 라이오닐 씨도 그렇게 말해줬는걸!”

“또 그 사람?”

 

언젠가부터 넬레의 이름에 자주 나오는 그 사람은 이글아이의 유일한 부관이었다.

먼 옛날 카르텔에 대항했던 게릴라 조직 체인피스의 ‘꼬맹이 라이오닐’이 지금은 황도군의 대령이라니. 얼마 전까지 이건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세상이야기였지만 이젠 아니었다. 군에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 시작하며 발전소와 노블 스카이를 오가던 넬레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일이 유난히 많아졌으니까.

딱히 질투하는 것은 아니었다. 넬레는 생에서 자신과 함께한 세월을 빼면 남는 게 없을 정도로 오래 함께한 소꿉친구고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제가 굳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꼽는다면, 역시, 저 제복이다. 황도군이면 모두가 입는, 저 군복. 자신은 저걸 입은 사람들이 싫었다.

평소에 입는 그 짙은 남색 치마와 하얀 가운. 그 차림이 제일 잘 어울리는데. 황도군 제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도저히, 오래 봐온 소꿉친구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라이오닐 씨는 내가 있어서 든든하다고 했어. 나엔 씨도 나라면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고. 나도 얼른 안톤을 해치우고 싶어. 그래서 가는 거야, 멜빈. 이해해 줄 수 있지?”

“…어차피 내가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니까, 그걸 입은 거잖아?”

“에헤헤…”

 

그렇게 웃으면 화도 못 내는데. 멜빈은 이제 두통까지 밀려오는지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게다가 뭐가 ‘이해해 줄 수 있지?’인가. 마치 누나가 남동생에게 타이르는 것 같은 말투다.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데, 저런 것까지 일일이 거슬린다고 느끼니 표정이 펴지질 않는다. 그래도 가시 돋친 말을 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그녀를 위해서였는데.

 

“여기 계셨습니까, 비트 양”

“아, 라이오닐 씨!”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친히 눈앞으로 행차하다니. 이거 기분 잡치라고 온 세상이 자신을 향해 악의를 퍼붓고 있는 거 아닌가? 소리도 없이 다가온 라이오닐을 슬쩍 본 멜빈은 들으라는 듯 넬레에게 일렀다.

 

“가서 죽지만 않으면 돼, 얼른 가봐”

 

다분히 공격적인 말투. 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이 내비치는 불쾌감. 이래서야 마치 제가 그녀를 위험으로 밀어 넣은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어떻게 보면 멜빈의 의견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 운은 그걸 알고 있어서 반박의 말도 하지 않았다. 안톤을 처리하는 이 작전은 위험하고 불투명한 계획으로만 가득 차있었고, 정말로 자신들이 저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사도를 이기 수 있을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물론 어떻게 해서라도 안톤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변함없다. 황도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황녀님과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넬레는 그냥 일반 시민일 뿐, 황도군이 아니었다. 만약 이 작전 때문에 죽게 된다면 그건 전사가 아니라 민간인의 피해로 기록되겠지.

죽음에 대한 건 생각만 해도 숨통이 막혀온다. 죽음 속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운은 오늘도 들려오는 환청들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십시오, 비트 양은 제대로 제가 지키겠습니다. 비트 양 뿐만이 아니라 나엔 시거 씨나 유르겐 공, 그 밖에도 군인이 아닌 분들은 전부 책임지고 황도군이 보호 할 것입니다”

“그럼 다행이지만”

“비트 양, 언제든 돌아가시고 싶으면 말하셔도 됩니다. 그 군복은 단순히 선물이지, 비트 양이 어깨에 짊어져야 할 책임을 상징하는 게 아니니까요”

 

운의 시선은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넬레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와 시선을 피해버리는 멜빈을 번갈아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곤란하게 되었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빳빳한 군복의 소매를 만지작거린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역시 불편하니까!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올게요! 잠깐만요!”

“아, 다녀오십시오”

“어? 잠깐, 잠깐 넬레!!”

 

편하게 대답하는 운과 달리, 멜빈은 한사코 그녀를 말리려고 했다. 군복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면 이건 오히려 반대가 되어야 맞지 않겠나 싶지만, 멜빈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

“……”

 

덩그러니 둘만 남은 공간은 침묵의 방으로 변해버렸다. 과연. 멜빈은 이걸 두려워 한 거였나. 운이 이해했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운과 멜빈은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가 와주었으면. 똑같은 생각을 하는 두 남자의 한숨에 금강랑의 눈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