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페라도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http://boiboss.wix.com/battle-of-yume
Hi Jack
written by Esoruen
해상열차는 그 위대함과는 별개로 이용이 굉장히 까다로운 이동수단이었다.
대륙과 대륙을 잇는 장거리 노선, 바다 위를 달린다는 특이한 조건.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섬세한 운영이 필요하여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할지 몰랐지만, 의외로 진짜 이유는 너무나도 심플하고 잔인했다.
“그러니까, 카르텔에게 점거당해서 못 쓴다?”
“그, 그렇죠. 네. 역시 배를 이용하는 게…”
“흐음”
데스페라도와 루엔은 해상열차 근처 마을의 주점에서 예상하고 있었던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법지대를 휘젓고 다니는 범죄 집단 카르텔, 그리고 그 카르텔에 협력하는 강철비늘 해적단. 두 집단이 열차를 점거하고 황도와의 전쟁을 벌인지 벌써 몇 년째던가. 옛날까지는 평범한 이동수단이던 해상열차는 이제 범죄의 수단이 되었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뒷돈을 내거나 카르텔에게 빌어야 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사실,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배를 이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원래 해상열차가 없던 시절에는 다들 배를 이용했고, 지금도 배는 열차보다 조금 느릴 뿐 훌륭한 이동수단이었으니까. 게다가 배라면 정류장이 없는 곳이라도 갈 수 있으니, 원하는 곳으로 바로 가려면 오히려 배 쪽이 더 좋을지 모르지.
하지만 그 두 사람이. 데스페라도와 에소루엔 로시스가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카르텔 때문에 원래 하고자 하는 걸 방해받는 경우에 택할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언제가 좋겠어? 루엔”
“글쎄다. 오늘은 먼 길 걸어 피곤하니 내일 새벽?”
“좋네. 제일 이른 시간 열차가 언제 움직이는지 알아보자고”
“…잠깐, 설마 몰래 타실 생각입니까?!”
주점 주인인 남자는 기겁을 했지만, 두 사람을 말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비록 자신들은 힘이 없어 카르텔의 눈치를 보고 살지만 저 두 사람이라면 그게 아니니 뭘 해도 괜찮다. 하지만 역시 자신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을, 카르텔에 저항하거나 대립하는 일을 들으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남자의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본 루엔은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데스페라도는 태연한 얼굴로 아까 뱉은 말을 정정해 주었다.
“몰래 타긴 누가. 당당하게 1등석에 앉아서 갈 거다만”
“네??”
“뭐 열차 전체를 정리하고 갈거니 자리는 의미가 없을지도”
‘그렇지?’ 데스페라도는 제 파트너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루엔은 피곤한지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카르텔을 처단하는 건 굳이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지. 두 사람에게는 이 대화 자체가 일상이나 다름없었지만, 주점 주인과 주변의 손님들은 여전히 경외 담긴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며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진짜 대단한 양반들이야’ ‘뭐 우리야 좋지만’ ‘역시 괜히 현상금이 걸린 게 아니라니까’ 볼륨은 작지만 소란스러운 소음들 사이, 조용히 식사와 음주를 끝낸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것저것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럼 안녕히”
인사 같은 건 하지 않는 데스페라도를 대신해 루엔이 가볍게 주점 주인에게 손 흔들자, 다른 테이블의 주문을 받던 주인이 다급하게 두 사람을 붙잡았다. ‘자, 잠깐!’ 뭔가 간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으로 나가려던 루엔을 멈춰 세운 그는 주변을 한번 슥 둘러보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아마, 내일 제일 빠른 열차는 오전 5시 40분 쯤 일겁니다”
“…응? 그걸 어떻게…”
“일단 이 주점, 카르텔 양반들도 자주 오니까요. 정보는 얼마든지 주워들을 수 있습니다. 역시, 알려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제, 제가 알려줬다는 말 하면 안 됩니다. 알겠죠?”
“걱정 마세요. 나 그렇게 바보 아니니까”
역시 다들 카르텔에는 치를 떨고 있구나. 새삼스럽지만 만인의 적이라는 건 이런 거겠지. 루엔은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담은 인사를 남기고 먼저 나간 데스페라도를 따라 나섰다.
“왜 그래? 돈 더 달라던?”
“아니. 좋은 정보를 얻었어. 역시 어디서든 미움 받는 놈들을 상대하는 건 이럴 때 좋다니까?”
“무슨 정보?”
“내일 아침 열차시간. 자세한 건 숙소에서 이야기 하자”
일단 카르텔이 주둔하고 있는 마을이니 만큼, 이목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지 않는가. 오랜 시간 죽고 죽이는 무법지대에서 많은 적을 두고 산 두 사람은 언제나 신중을 기할 줄 알았다.
“잠이나 잘 수 있는 시간에만 움직이면 좋겠군. 너무 이른 시간은 사양이야”
“음, 그건 아니니 걱정 말고”
“그럼 됐어”
마치 내일 아침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가볍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조용한 정거장을 슬쩍 보곤 그대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5시 30분 경. 아침도 먹지 않고 해상열차의 정류장에 숨어든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열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주점 주인의 말은 정답이었나. 혹시나 카르텔에게 뒷돈을 받고 거짓정보를 퍼뜨리는 놈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쓸데없는 오해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많이 타고 있으려나?”
“글쎄다. 보니까 해적 녀석들도 섞여있어서 적은 수로는 안 보이는데”
“표적이 많은 건 좋네”
킥킥. 시답잖은 농담을 한 루엔은 열차 근처를 경계하듯 맴돌던 카르텔 요원이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을 놓치지 않고 데스페라도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열려있는 열차의 화물칸에 들어가, 수많은 무기들과 화약이 든 상자들 사이에 몸을 숨긴다. 역 안의 그 누구도 모르게 순식간에 잠입한 두 사람은 상황의 긴박함과는 다르게 그다지 긴장하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들 근처에 있는 물건들을 품평했다.
“이거, 전부 보급품들이겠지?”
“그렇지”
“많이도 가져가네, 작작 하지. 그렇게 황도가 탐나나?”
“뭐… 멍청이들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아차. 무심코 담배를 꺼낸 데스페라도는 지금이 여유 있게 한 모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인식하고 담뱃갑을 도로 집어넣었다. 조금 있으면 열차는 출발할 것이고, 역을 떠난 후에는 자신들도 이 화물칸을 벗어나 승객칸으로 가서…
‘덜컹’
“응?”
기차가 흔들리며 내는 요란한 소리. 몸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과 함께 멀리서 경적이 들려온다. 예상보다 일찍 출발하는 건가? 데스페라도는 상황을 보기 위해 바깥쪽으로 고개를 들이밀려고 했지만, 상황은 그가 생각한 대로 돌아가 주지 않았다.
“거기 누구야?!”
“…아…”
귀찮게. 데스페라도는 무기상자 틈에서 고개를 내밀기 무섭게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한탄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찍 들키게 된 모양이다. 그래도 적이 한명이라는 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
대꾸도 하지 않고 곧바로 리볼버를 꺼낸 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 거북이의 머리에 묵직한 헤드샷을 날려주었다. 탕. 비명도 나지 않는 깔끔한 죽음. 무거운 몸뚱이가 쓰러지는 걸 묵묵히 지켜보던 그는 더 이상 적이 없음을 확인하고 밖을 확인했다.
“일찍 출발했군, 뭐 상관없나”
“데스페라도. 아까 뭐였어?”
“응? 아, 해적 녀석 같은데… 직접 보던가”
흐음. 상자들 틈에서 몸을 숙이고 있던 루엔은 입구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헤에 거북이네”
“별로 안 신기해하는 말투다만”
“아아, 그거야… 딱히 신기할 거 있나? 인어였다면 좀 흥미로웠을지도?”
“……”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만. 데스페라도는 황당하다는 듯 혀를 찼다. 뭐, 그래. 어차피 강철비늘 해적단은 함장이 거북이고 선장이 악어라는 소릴 들었으니 이제 와서 놀라워하는 게 이상한가? 하지만 들어서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른 법. 루엔이라면 좀 더, 흥미로워 할 줄 알았는데.
“어쨌든 총성이 들렸으니 늦든 빠르든 누가 올 거야. 이동 해야겠군”
“앞으로 가자는 거?”
“당연하지. 뒤는 다 화물칸이니까”
“헤에, 오기 전에 가서 친다, 라. 좋지. 딱 우리스타일이야”
마음에 든다는 듯 웃은 루엔은 리볼버를 꺼내들고 앞장서 나갔다.
아까 살펴본 바로, 자신들이 잠입한 이 화물칸은 뒤에서 3번째 칸. 화물칸은 총 4칸이었으니 앞으로 남아있는 화물칸은 하나 뿐.그 외에는 승객들이 타는 칸이 5개, 그리고 맨 앞에 있는 것이 목표인 조종실이다.
“네가 앞서나가서 조종실을 장악해. 난 뒤따라가며 천천히 처리할 테니까”
“괜찮겠어? 몇이나 있는지 모르는데. 같이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나 무시하는 거냐?”
무시할 리가 있나. 루엔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데스페라도의 실력이라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고, 그가 겨우 해적 나부랭이와 카르텔 잔챙이들에 죽을 리 없다는 건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를 걱정하는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
“그럴 리가, 우리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데”
그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그의 연인이니까. 그러니까 걱정하는 것 뿐.
가볍게 데스페라도의 입에 버드키스 한 루엔은 기차의 위로 가는 사다리에 올라서며 빙긋 웃었다.
“그럼 먼저 앞질러갈게? 맨 앞에서 보자”
“그래. 늦어도 일단 기다려라”
“으음, 나 기다리는 건 잘 못하는 거 알잖아? 10분 넘어서도 안 오면 찾으러 갈게”
“…마음대로 하던가”
어차피 말린다고 들을 위인도 아니지. 루엔이 기차의 지붕으로 올라가 달려가는 걸 보고 있던 데스페라도는 늦지 않게 다음 화물칸으로 이동해 주변을 살폈다. 아까 그 거북이 하나만 짐 체크를 했던 걸까. 다행이 이쪽 칸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물론 이 칸 너머의 승객칸에는, 지겨운 얼굴들과 해적들이 가득하겠지만.
‘5명… 아니 6명인가’
문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 인원과 행동패턴을 파악한 데스페라도는 가볍게 두 자루의 리볼버를 돌리고, 문을 걷어찼다. 쾅. 작지 않은 소리에 순식간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6개의 머리는 ‘누구냐’를 외치기도 전에 피를 뿜었고, 객실 내부는 순식간에 비명과 총성으로 가득 차올랐다.
탕. 탕. 탕. 탕.
“이런”
천천히 걸어 들어오며 앞에 있는 녀석들에게 부터 헤드샷을 날려주던 그는 제 쪽으로 쓰러지는 시체를 가볍게 피하고 남은 두 발을 날려주었다.
상대가 총을 빼들기도 전에 카르텔 대원 4명과 해적 2명을 해치운 그는 앞 칸에서 느껴지는 웅성거림에 리볼버의 탄환을 다시 채웠다. 그래. 이렇게 소란을 듣고 몰려들어줘야 제가 싸울 맛이 나지. 일일이 움직여가며 죽이기도 귀찮고, 이렇게 제가 이목을 끌어줘야 루엔이 움직이기 편하지 않겠는가.
아직 열리지 않은 반대편 출입구 쪽으로 총구를 겨눈 그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웬 놈이냐!”
셋.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무섭게 총구를 당긴 그는 차례대로 들어오는 적들의 머리와 가슴을 맞추었다. 사람, 물고기, 사람, 사람, 악어. 쓸데없이 다양한 적들에 타점을 일일이 바꿔야만 했던 데스페라도가 혀를 찼다. 카르텔만으로도 성가신데, 도대체 이놈의 해적들은 왜 이 망나니 집단이랑 뭉친 거야?
“아”
잠깐 방심한 사이 제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생선을 피한 그는 최후의 발악을 한 머맨에게 기꺼이 총알 다섯 발을 날려주었다. 머리, 지느러미, 배, 다리에 하나씩. 골고루 확인사살 해준 그는 총질을 멈추고 가볍게 인상을 썼다. 피 냄새와 바다의 비린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모래바람에 익숙한 그에겐 생소할 역겨움.
“어디서 먹을 걸 던지고 난리야”
팔팔하게 파닥거리는 생선을 발로 툭 치우자, 살아있는 것 특유의 발버둥이 느껴졌다. 방금 막 바다에서 건져 올리기라도 했나? 그답지 않게 황당한 생각들을 하며 담배를 물자, 또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왕 올 거 단체로 오지, 왜 텀을 나눠서 오는 거야?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담배 끝에 불을 붙인 그는 깊게 연기를 들이마시고 다시 총을 장전했다. 그래, 이렇게 쓸데없이 여유를 부려주니 제가 담배도 피울 시간이 생기고 그런 거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 그는 직접 몰려오는 적들을 맞이하러 가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달리는 기차 위를 뛰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니, 사실 힘들어 죽겠는 일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게다가 그게 땅도 아니고 바다 위를 달리는 열차니 오죽하겠는가. 여기저기 튀는 바닷물, 매서운 바닷바람. 모든 걸 견뎌가며 앞으로 나아가던 루엔은 점점 가까워지는 조종실에 코트가 젖어가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탕!’
“!”
예상 밖에 날아온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대로 멈춰 서야 했었다.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간 탄환은 분명 앞에서 날아온 것이다. 젠장, 작게 중얼거린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응사했다. 아무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킨 건가.
“역시, 침입자가 있었군. 소란스럽다 했더니”
열차 위에 서있는 것은 두발로 걸어 다니는 악어. ‘해적인가’ 상대가 카르텔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한 것인지 실망한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은 루엔이 바닥을 바라보았다. 데스페라도 쪽은 괜찮은 걸까. 남 걱정 할 타이밍은 아니겠지만, 저런 소란에도 몰려가지 않고 기차 위를 살펴볼 인원이 있을 정도라면 열차 안의 전투원은 과연 몇이나 될지.
“세상 참 좋아졌네, 해산물도 해적질 하고”
“네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 에소루엔 로시스. 카르텔이 뿌린 현상금 포스터에서 봤지”
“그래서? 돈 좀 짭짤하게 챙겨보겠다고 혼자 오셨다?”
“그건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더 좋고. 흐흐”
역시 해적이 육지의 사정을 알 리가 없나, 루엔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코웃음 쳤다. 감히 자신을 잡겠다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나 할 수 있는 발언 아닌가. 적어도 떼거지로. 그래 한 30마리 정도 동료를 끌고 와서 저런 말을 하면 대놓고 비웃어주진 않을 텐데. 아무리 간부급으로 보이는 외모라도, 자신을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차라리 제 연인에게 몰살당하는 동료들을 보고 겁을 먹고 올라왔다가, 자기를 발견하고 여자 하나쯤이면 어떻게 싸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한 편이 더 설득력 있었으리라.
물론, 그 설득력 있을법한 말도 실제론 개소리였지만.
“미안한데 내가 빨리 조종실에 가야하거든? 안 죽일 테니까 그냥 내려가 주면 안 될까?”
“건방지군, 그래, 계집이란 건방진 맛이 있어야 좋지”
“그런 말은 원래도 싫어하지만 다른 종족의 수컷에게 들으니까 기분이 더 더러운데?”
애초에 총을 쏘고 핸드캐넌을 손에 단걸 더 이상 ‘다른 종족’이라고 봐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엔에게 있어선 총을 든 것은 그 형태에 관계없이 모두 ‘총잡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총잡이라면, 그ㅕ는 아무리 약해보이는 상대라도 절대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탕. 예고도 않고 바로 상대를 향해 두 번째 응사를 한 루엔은 적이 제게 핸드캐넌을 들이미는 것을 보고도 겁 없이 직진으로 달려들었다. 쾅. 루엔을 빗겨나간 캐넌볼이 바닥을 부수었을 때, 그녀의 몸이 유연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느려!”
허들을 넘듯, 적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뛰어넘는 그녀는 잊지 않고 그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자, 보통 상대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 상황에서는 뒤통수나 정수리에 총알을 맞고 사망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비늘이 두터운 악어.
마치 강철이 총알을 튕겨내듯, 머리 안까지 파고들지 못한 총탄은 여기저기로 튀어버렸다.
“큿, 이게!”
그래도 아프긴 아픈 걸까. 머리를 감싸 뒤며 돌아선 악어는 속도가 느린 핸드캐넌 대신 자동권총을 뽑아들었다. 저거, 분명 파워스테이션에서 나온 최신 모델일 텐데 어떻게 저런 파충류가 가지고 있는 거지. 해적들의 활동범위에 새삼 감탄한 루엔은 자신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총알을 낭비하는 악어에게서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죽어! 죽어! 죽어!!”
“거 입만 산 놈이네!”
그럼 그 입놀림을 후회하게 해 줘야지. 루엔은 양 손에 하나씩 쥔 리볼버를 같은 곳을 향해 겨누었다. 몇 번이고 벌어졌다 닫히는 입. 매서운 이들 사이, 연약해 보이는 붉은 속살을 향해 헤드샷을 날린 그녀는 곧 시끄러운 위협대신 호쾌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쿵. 입안에 총알 두 개를 처먹은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지더니 그대로 기차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풍덩. 바다 속으로 빠지는 소리를 확인한 루엔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구를 후후 불고 도로 총알을 채워 넣었다.
해적도 별거 없네. 가벼운 발걸음으로 맨 끝, 조종실까지 전진한 그녀는 내부에 있는 것이 운전사 둘 뿐임을 확인하고 소리죽여 칸 안으로 침입했다.
‘쾅’
이런. 벌써 다 온 건가? 조종실 너머, 바로 뒤쪽 승객칸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씩 웃어버린 루엔은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기차를 조종하는 두 남자의 머리 뒤에 리볼버를 가져갔다. 데스페라도가 오기 전 장악해 둬야지. 딱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미덥지 못한 꼴을 보이긴 싫으니까.
“동작 그만”
“…?!”
워낙 열차소리가 시끄러워 그녀가 온 것도, 데스페라도가 뒤에서 활개 치는 것도 몰랐던 걸까. 조종사들은 루엔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이런’ 역시 두 사람도 그녀가 누군지 알아본 모양인지, 그저 곤란하다는 듯 굳어있던 얼굴들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 열차는 우리가 접수할게”
불만 없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건 기차의 요란한 소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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