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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Dungeon & Fighter

이런 드림도 있어?! 합작 / 어느 날의 보급로 차단전


※ 마이스터, 블래스터 우정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dreamthis.creatorlink.net/




어느 날의 보급로 차단전

written by Esoruen




마이스터, 아직도 준비 중?”

자꾸 재촉하지 마. 그렇게 후다닥 되는 게 아니라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묘하게 무시하는 것 같은 말투지만 마이스터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신은 기계라던가 프로그램에 대한 건 거의 몰랐으니까. 블래스터는 입을 삐죽 내밀고 레이저 라이플을 다시 한 번 충전했다.

벌써 몇 발이나 쐈더라?’ ‘슬슬 멈출 때도 되었을 텐데 질기기도 하지.’ 집중하는 마이스터를 위해 불필요한 말은 소리 내어 중얼거리지 못하는 그는 자신들을 향해 느릿느릿 다가오는 실험체를 몇 번이고 쏘아 맞추었다.

 

저거, 지젤 박사가 만든 거겠지?”

그렇겠지.”

원본이 뭘까? 사람은 아니겠지?”

잔인한 말일지는 몰라도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이족보행을 하고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생명체는 흔하지 않으니까.”

 

역시 그런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속이 메스꺼워진다. 블래스터는 주변에 가득 널브러진 실험체의 잔해들로부터 애써 눈을 돌렸다. 자신은 군인이다. 적군이라면 얼마든지 처리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쟁 중 죽지 않기 위한 살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흥미로, 그리고 무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간의 몸을 개조해 괴물을 만들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역겨운 일이었다.

무기가 필요하다면 기계를 이용하면 되는 일이다. 총도, 머신도, 기계병사도, 다 그 결과물이 아니던가. 굳이 인간을 개조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불필요한 이유밖에 남지 않는다.

 

?”

왜 그래, 블래스터?”

젠장, 단기간에 너무 많이 쐈나? 충전 속도가!”

 

아까 전엔 10초면 충전되던 레이저 라이플이, 지금은 15초가 지나도 반도 충전되질 않았다. ‘이건 위험하다.’ 블래스터는 그리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실험체들은 잔뜩 남아있는데, 이대로라면 자신은 물론이고 이 보급로의 발전기를 전부 해킹해야 할 마이스터 마저도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20초만 기다려! 거의 다 되어가니까!”

아니 그 20초면 충분히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왜 이럴 때만 부정적인 거야, ? 그것보다 다른 중화기는?”

있긴 하지만 그걸 꺼내느니 남은 충전을 기다리는 게!”

 

생사가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라 그런 걸까. 평소라면 유연하게 웃으며 넘어가는 블래스터도 마이스터의 말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블래스터가 바로 공격할 수 없다면, 역시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계를 조립하기 위해 해킹을 멈출 수는 없다. 마이스터는 초조한 얼굴로 다가오는 실험체들과 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실험체는 이제 정말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대응사격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는다.

 

!”

 

아주 하찮은 저항밖에 되지 않겠지만, 일단은 쏴야한다. 마이스터는 자동권총을 들어 실험체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지만,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실험체는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어라?’ 마이스터와 블래스터가 거의 동시에 의문사를 내뱉은 그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두 사람을 지나 실험체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간다!”

 

거대한 실험체들의 앞에서 그 그림자는 너무나도 작아보였지만,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무법지대의 악몽,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지원군은 양 손에 든 리볼버를 가볍게 한 바퀴 돌리더니 그대로 무차별적인 난사를 쏟아냈다.

분명 제대로 보지도 않고 쏘는데, 대부분의 총알은 실험체의 머리나 심장에 맞는다. 마치 마법 같은 광경, 하지만 두 사람에겐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신기(神技).

삐빅. 해킹 완료를 알리는 알림과 함께 멈춘 총성 뒤, 남아있는 것은 화약 냄새를 잔뜩 풍기며 서있는 루엔 뿐이었다.

 

후우, 일단락되었나. 블래스터, 마이스터. 괜찮아?”

, 덕분에?”

그거 다행이네!”

 

아군의 무사평안만 있다면 족한 걸까. 루엔은 제가 쓰러뜨린 그것들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그녀가 여기 온 걸까. 블래스터도 마이스터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먼저 해야 할 말은 따로 있었다.

 

고마워, 루엔. 덕분에 살았네.”

딱 좋은 타이밍에 와줬다고! 진짜 고마워!”

후후. ! 제너럴이 두 사람이 늦는 거 같다며 걱정하셔서 잽싸게 와봤지!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나나 데스페라도 정도밖에 없잖아?”

그러고 보니, 데스페라도는?”

 

아무리 그녀가 강해도, 혼자서 싸우러 나서는 거라면 잔소리라도 했을 텐데. 블래스터는 못마땅한 얼굴로 볼멘소리를 하는 데스페라도를 상상하며 물었고, 루엔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글쎄다. 막사에 있지 않을까?”

?”

아니 그게. 제너럴 말만 듣고 나선 거라 말 안하고 나왔거든. , 다친 곳도 없으니 별 말 안할 거야!”

 

아니, 전혀 안 그런데.

마이스터랑 블래스터는 똑같은 생각을 하느라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분명 부상을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은 없었고, 오히려 루엔이 남은 실험체를 모조리 정리해 주는 바람에 미션도 무사히 달성했지만. 과연 데스페라도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줄까. 제 연인이 자신에게 말도 안하고, 동료를 구하러 간 이 상황을.

걱정은 산더미지만, 지금은 우선 살았으니 됐다. 마이스터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장비를 정리했다.

 

뭐 됐어, 일단 돌아가자. 설마 죽기야 하겠어.”

? 죽어? 뭐가?”

아무것도 아냐. 블래스터, 실험체는 이제 없지만 아직 바깥쪽엔 개조병사랑 군견들이 득실거릴 거야. 나도 템페스터랑 랜드러너로 대응할 거지만, 백업 잘 부탁해.”

“OK!”

 

제 고민은 조금도 모르는 루엔을 뒤로한 채 블래스터에게 말을 건 그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품에 넣었다. 이건 마이스터 나름의 전투 준비였다. 블래스터는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 충전이 완료되어 쏘기만 하면 되는 레이저 라이플을 챙겨들었다.

 

뭐 난 백업 전문이니 정말로 부탁을 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루엔이겠지만, 안 그래?”

 

사실 루엔정도 되는 사람에게 후방지원이 필요한 지는 의문이지만, 전쟁이란 1 1 승부가 아니었으니까. 아군은 많을수록 좋고, 지원은 다양할수록 승률이 높아진다. 루엔도 그것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제 어깨를 친근하게 감싸는 블래스터의 어깨를 마주 감싸며 웃었다.

 

그럼, 그럼. 내가 제대로 맨 앞에서 길을 터줄게. 잔당 처리 잘 부탁해 블래스터.”

, 과연 믿음직하다니까. 무법지대에만 있기엔 역시 너무 아까워 너흰.”

칭찬으로 받아둘게! 데스페라도는 별로 안 기뻐할 것 같지만.”

 

하하하. 두 사람이 웃는 걸 보는 마이스터의 머릿속에 순간 전투 바보들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늘 느낀 거지만, 참으로 사이좋은 콤비다. 연애적인 무언가 없이 저렇게 까지 친밀하게 보일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물론 자신도 그녀와 연애감정 없이 친밀한 관계이긴 했지만, 적어도 자신은 저렇게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았으니까.

 

좋았어! 내가 앞장설게. 마이스터도 조심해. 내가 지켜줄 거지만.”

엄청 믿음직하네. 고마워. 가자.”

 

당당한 그녀의 말에 웃어버린 마이스터는 막 조립한 템페스터를 가동시키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