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페라도, 제너럴 양날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gnyangdream.creatorlink.net/
※ 가벼운 개그물입니다.
술주정
written by Esoruen
“어라, 데스페라도. 루엔은?”
블래스터는 혼자서 나타난 데스페라도를 마치 괴현상이라도 목격한 것 같은 얼굴로 보며 물었다. 언제 어딜 가든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따로 행동하다니. 마이스터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블래스터로서는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약속 있다고 먼저 가버렸다만. 아직 안 왔나?”
“응. 무슨 약속인데 너도 두고 갔데?”
“몰라. 여자들 끼리 한잔 하러 간다던데…. 그 녀석이 황도에 인맥이 있던가?”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치, 마이스터?”
제게 향한 말에 마이스터는 특별히 대꾸하지 않았다. 떨어지면 죽는 다는 것처럼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이라도, 비밀을 만드는 게 능숙한 사람이라면 뭐든 감출 수 있었으니까. 물론 루엔이 그런 성격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마이스터는 100퍼센트 확신이 가는 일이 아닌 이상 쉽게 의견을 내뱉거나 단정 짓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저 말에 대답하기 보단, 새로운 가설을 제시해 주었다.
“여군들이랑 마시러 간 거 아냐?”
“황도군 안에서 우릴 곱게 보는 녀석이 몇이나 될까 싶은데.”
“생각보단 많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희 덕분에 카르텔 소탕이 쉬워졌으니까. 게다가 너랑 달리 루엔은 적당히 사교적이니까, 술 한 잔 할 정도로 친한 인맥은 있을지도 모르지.”
‘너랑 달리’가 붙은 말은 상당히 거슬리긴 하지만, 마이스터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황도의 사람과는 되도록 불필요하게 엮이고 싶지 않은 자신과 달리, 루엔은 적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살갑게 굴어주곤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데스페라도, 넌 루엔도 없이 어디 갔다 와?”
마이스터가 입을 다물자 블래스터는 다시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깐 베릭트 영감 좀 보러갔지.”
“아하.”
“…그런데 진짜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조금 있으면 자정 아닌가?”
“알아서 오겠지, 뭘 그렇게 걱정해? 의처증이야?”
“의처증은 아니다만 그 녀석에게 허튼 짓 하려는 놈 머리에 총알을 박아 줄 수는 있는데.”
괜한 소리를 했다. 데스페라도라면 충분히 저러고도 남을 양반이지. 블래스터는 제가 실언을 한 것을 인정하고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쿵쿵. 이어지던 대화가 끝나고 아주 잠깐 동안 찾아왔던 침묵은, 누군가가 문을 차는 소리로 인해 허무하게 깨지고 말았다. ‘거 참.’ 작업에 집중하던 마이스터는 매너 없는 노크에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야?”
“마이스터, 안에 있습니까? 문 좀 열어주시지요.”
“…제너럴?”
‘별일이 다 있네.’ 작게 중얼거린 마이스터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블래스터에게 대신 열어달라는 듯 손짓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제너럴이 문을 발로 차서 사람을 부르다니. 확실히 별일이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그 ‘별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야겠지.
마이스터의 명령 같은 부탁으로 문을 연 블래스터는 문 앞에 선 두 사람을 보고 소리 없이 경악했다.
“…루엔?”
“응? 어, 블래스터~!”
“…하아.”
제너럴의 한숨엔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블래스터는 착잡해하는 제너럴과 초점이 흐린 루엔을 번갈아 보곤, 조심스럽게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을 건넸다.
“설마 얘 취한 거야?”
“보시다시피 그렇습니다. 중간에 오다가 만나서 다행이라고 할지….”
“…허어.”
제너럴의 품에 안겨있는 루엔은 의식은 있어 보였지만 평소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누가 봐도 취해서 기분이 들뜬 모습이었고, 양 뺨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러니 발로 찰 수밖에 없었구나. 자유롭지 못한 제너럴의 두 손을 본 블래스터는 얼른 들어오라는 듯 길을 터줬지만, 그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뭐야?”
블래스터가 자리를 비키는 바람에, 데스페라도가 지금의 루엔의 꼴을 그대로 봐버렸기 때문이었다.
“데스페라도~! 나 왔어~!”
“…지금 ‘나 왔어’라고 할 상황이냐, 에소루엔 로시스 씨?”
“꺄아~, 지금 나한테 화냈어! 제너럴, 봤어요? 쟤가 나한테 화냈어요, 혼내줘요!”
도대체 얼마나 마셔야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걸까. 마이스터와 블래스터는 불안에 가득 찬 눈으로 제너럴을 보았다. 평소에 루엔과 제너럴이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이를 가는 데스페라도인데, 지금은 얼마나 열이 받을까. 아무리 취한 사람을 부축해 데려온 거라 해도, 이렇게 품에 안고 있는데.
“…엔, 일단 좀 진정을….”
“나 완전 진정한 상태인데요? 어휴 우리 장군님 놀랬어요? 아휴 귀여워~!”
“…하아….”
술 취한 사람이 상황 파악이 될 리가 있나. 제너럴은 그걸 알면서도 품속의 그녀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마치 아이를 대하듯 제 뺨을 가볍게 꼬집고 쓰다듬는 루엔의 손길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평소라면 부끄러워하며 그만 하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정말로 진지하게 그녀를 말리고 싶다. 안 그러면, 자신은 곧 데스페라도에게 총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야, 제너럴. 당장 넘겨.”
“…엔은 물건이 아닙니다만…. 일단 알겠습니다. 엔? 데스페라도에게….”
“시러시러, 쟤 방금 나한테 화냈잖아요? 난 나한테 화내는 남자는 싫어~”
“…….”
오. 이러다간 자신의 귀중한 연구실이 피와 죽음으로 물들지도 모른다.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던 마이스터는 데스페라도의 손이 리볼버 쪽으로 가려는 걸 포착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귀찮은 일엔 나서지 않는 게 제 신조지만, 사람 목숨과 제 연구실의 안위가 걸렸다면 가만있을 수 없다. 물론 데스페라도가 미쳤다고 정말 제너럴을 쏠 거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말하지 않았던가. 그는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이상 단정 짓지 않는다고.
“제너럴, 내 방 침대 비었으니 일단 거기 눕혀. 좀 자게 내버려 두는 게 좋겠어.”
“아. 감사합니다. 그럼….”
“그리고 데스페라도. 넌 진정하고 눈을 감은 후 1부터 10까지 천천히 수를 세면서 심호흡을 해.”
“…뭐라는 거야?”
돌아온 건 싸늘한 반응이지만, 적어도 손에 리볼버가 있지는 않으니 그걸로 됐다. 땅이 꺼져라 한숨 쉰 마이스터는 터덜터덜 제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어쩐지, 데스페라도랑 루엔이 오기만 하면 평소보다 30배는 더 정신없어 지는 것 같다. 적막한 것 보다는 좋지만, 오늘 같은 일은 좀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나중에 깨면 또 잔소리로 시끄럽겠지….”
루엔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데스페라도를 상상한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귀마개를 꺼냈다. 나중 일도 걱정이지만, 지금은 당장 등 뒤에서 데스페라도가 제너럴에게 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막아야 했으니까.
“…마이스터, 귀마개 더 있어?”
“서랍에 있어, 잘 쓰고 갔다 놔.”
“고마워.”
팝콘을 씹을만한 일엔 빠지지 않는 블래스터지만, 저 둘의 치정싸움은 사양이다. 블래스터는 귀마개를 꺼내 낀 후 찾아온 평화와 정적에 감사하며 부처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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