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페라도, 제너럴 양날개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sumsome1.wix.com/dream-poke
소꿉친구
written by Esoruen
소꿉친구라는 것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 되곤 했다.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지만, 가까운 사이인 만큼 너무 많은 것을 알아 설렘은 없어지기 마련인. 그것이 바로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 라는 관계였다.
데스페라도와 제너럴, 그리고 루엔은 한 마을에서 같이 자란 소꿉친구였다. 나이도 거의 비슷하고, 목표도 같다. 포켓몬을 가질 수 없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함께해온 세 사람은, 세 명 모두가 포켓몬을 가지게 되자마자 곧바로 체육관 도전을 위해 여행길에 오르기로 했고, 그 계획을 세운지 3일도 지나지 않아 똘똘 뭉쳐 마을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아, 날 저물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을 떠나, 몇 년이나 떠돌았을까.
“슬슬 자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다들 어떻게 생각해?”
“하긴,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루엔의 말에 같이 멈춰선 제너럴은 노을도 사라진 밤하늘과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번갈아보았다. 아직은 초저녁이긴 하지만, 숲이니 어둠은 더 빨리 퍼질 것이다. 밖에서 자는 것이 이미 익숙해진 여행 7년차의 세 사람은 갑작스러운 노숙에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노숙 준비가 원활하게 흘러가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다.
“이 근처에 잘 만한 곳이 있나?”
투덜거리는 말투는 아니지만 흔쾌히 받아들이는 말투도 아니다. 한쪽 어깨에만 걸친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데스페라도는 나무에 기대 앉아 포켓기어 꺼내 지도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렸다.
“이 숲, 조금만 더 나가면 다음 마을 이다만. 굳이 여기서 자자고?”
“얼마나 걸려?”
“1km”
아니, 그건 좀 멀어 보이는데. 루엔은 불만을 내뱉으려다 말고, 급히 머릿속으로 어느 쪽이 더 제게 이득일지를 생각해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숲에서 자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 들어있었다. 이곳에는 분명 야생 포켓몬들도 존재했고, 자는 도중 비라도 오게 되면 꼼짝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고 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움직이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이렇게 ‘움직일 것이냐, 머무를 것이냐’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되는 게 다행인 거겠지. 숲에 깔린 초저녁의 어둠은 아직 희미해, 불을 밝힐 포켓몬만 있다면 분명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떻게 할래요? 제너럴?”
“으음, 전 그냥 머무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1km면 이 어둠에 걷기엔 좀 먼 거리 같고”
“그렇죠?”
우연히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한 걸까. 아니면 혼자선 결정할 수 없어 제너럴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걸까. 무심코 인상을 찌푸린 데스페라도에겐 저 두 가지 경우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녔다. 굳이 그녀가 물은 상대가, 제가 언제나 견제하고 있는 제너럴이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너는 어쩌고 싶은 건데?”
“응?”
“너 말이야 너, 네 의견은 없어?”
데스페라도가 그리 묻고 나서야 루엔은 고개를 까딱이며 ‘글쎄다’ 라는 미적지근한 대답을 내놓았다. 역시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일단 상대방의 말에 동조한 건가. 한숨을 쉰 그는 포켓기어를 가방 안에 쑤셔 넣고, 대뜸 몬스터 볼을 꺼냈다.
“제너럴”
“네?”
“너랑 내가 승부로 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또?”
이젠 가위 바위 보를 하듯이 포켓몬 승부로 의견조율을 하게 되다니. ‘우리가 한두 살 먹은 애들이냐’ 라고 말하기엔 제너럴 자신도 이 결정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후였다.
첫 포켓몬만 덩그러니 가지고 여행을 떠난 14살. 그때 당시의 데스페라도와 제너럴은 무슨 문제만 생기면 포켓몬 승부로 의견을 조율하곤 했다. ‘이긴 사람의 말을 듣기’ 혹은 ‘이긴 쪽의 의견을 우선시하기’ 라는 너무나도 간단한 룰. 승률은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했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나 서로 자주 부딪히는 이유. 소꿉친구임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승부라는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결판을 짓는 것은 모두 두 사람과 같이 지내온 루엔 때문이었다.
‘아아, 챔피언이나 사천왕이라는 거 엄청 멋있네. 역시 남자는 강해야지’
아주 어릴 때 흘리듯 말한 그 한마디. 그 한마디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녕 그녀가 아는 날이 올까. 불행하게도 아마 그런 날은 평생 오지 않을게 분명했다. 아니, 온다고 해도 제 발언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겠지. 성인이 다 되어버린 지금도 루엔의 이상형은 여전히 ‘무엇이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으니까.
“단판승부?”
“깔끔하게 그렇게 가지? 곧 밤이 깊을 텐데”
“뭐, 우린 언제나 단판승부였지만요”
포켓몬이 서로 한 마리뿐이었던 시절부터, 각각 포켓몬 여섯 마리를 모두 데리고 다니는 지금까지. 두 사람은 언제나 단 한번으로 승부를 보곤 했다. 남자의 고집이라고 할까. 그냥 단순히 둘 다 시간 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승부를 보는 포켓몬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으니까.
“가라, 블래키!”
“글레이시아, 부탁할게요!”
몬스터 볼에서 튀어나온 두 포켓몬은 이젠 이 승부를 완전히 즐기는 듯 서로를 확인하고 웃었다. 진화 전. 서로 이브이일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서로 승부를 봐왔으니, 이쯤이면 라이벌 의식을 넘어선 두 마리만의 우정이 있기 마련이겠지.
‘후우’ 두 사람의 승부를 지켜보기 위해 근처의 아무 바위에 걸터앉은 루엔은 두 남자와 포켓몬들 둘러보다가 마른세수를 했다. 빨리 승부를 내지 않으면 누가 이기든 그냥 노숙을 해야 할 텐데. 그냥 가위 바위 보로 정하면 어디가 덧나는 건가? 이래저래 불평하면서도, 결국 자신도 이 승부를 즐기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애초에, 저 두 사람이 포켓몬 승부로 의사조율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의 영향이 컸으니까.
그건 아마도 막 세 사람이 여행을 떠나, 처음으로 다른 마을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도 확실히 시간대는 지금과 비슷했지. 약간 늦은 저녁, 막 해가 졌을 무렵. 마을의 입구에서 지도를 확인하던 세 사람은 아주 사소한 주제로 싸우느라 마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어야 했다.
‘저녁부터 먹자’ ‘아니다, 숙소부터 정해야 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막 여행을 나온 세 사람에게는 저것만큼 심각한 문제도 없었었다. 두 남자의 말싸움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루엔은, 10분 째 끝나지 않는 싸움에 결국 자신이 개입하고 나서야 했었다.
‘있잖아, 계속 그렇게 말싸움 하지 말고 그냥 포켓몬 승부 하지 그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던진 말. 저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냥 가방을 놓고 치고받으며 주먹질이라도 해라고 으름장을 놓기 위해 던진 말이었는데, 의외로 두 사람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처음으로 서로를 상대로 포켓몬 승부를 벌이게 됐었다. 뭐, 그래봐야 서로 가진 포켓몬은 진화조차 하지 못한 이브이 뿐. 이브이 두 마리가 서로에게 필사적으로 몸통박치기를 하며 싸우는 광경은 어떤 의미에선 진풍경이었지만, 루엔은 그 꼴을 몇 백 번씩이나 더 봐야 했으니 그때의 첫 승부를 제외하고는 승부자체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제너럴이 이겼었지’
킥킥. 소리죽여 웃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친 두 마리의 이브이와 아직은 어렸던 두 소년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머릿속의 잔상과 지금의 두 사람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같은 인물들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성장해 있긴 했지만, 역시 소꿉친구 효과는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하여간 남자들이란 다 커도 어린애 같다니까, 그렇지?”
언제 몬스터 볼에서 나온 걸까. 자신의 무릎위로 올라온 에브이를 쓰다듬은 그녀는 생각보다 빨리 승부가 난 두 사람 덕에 노숙을 면할 수 있었다.
“짐 챙겨, 가자”
오호, 오늘은 데스페라도가 이긴 건가. 가볍게 에브이와 놀아주려던 그녀는 자신의 포켓몬을 도로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을로 가자마자 포켓몬 센터부터 들려야겠네. 시간을 많이 안 잡아먹어서 다행이야”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했지, 둘 다 말이야”
하긴, 사소한 문제도 아닌 잘 곳을 결정짓는 승부니 당연한가. 가방을 챙겨들고 흙먼지를 턴 그녀는 다친 글레이시아에게 응급처치로 상처 약을 바르는 제너럴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아아, 네. 크게 다친 건 아니고 돌아가서 치료하면 되니까, 너무 염려마세요. 늦기 전에 가죠”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하여간, 둘 다 아직 애라니까? 데스페라도네 블래키도 어차피 이런 상태죠?”
제대로 보지도 않는 것 같더니, 용케도 짚어냈다. 아니, 이젠 익숙해져서 안 봐도 다 안다는 뜻인 걸지도. 서로를 힐끔힐끔 보며 대답을 회피한 두 남자는 말없이 짐을 꾸리고 루엔을 앞장서 나갔다.
“1km라고 했죠?”
“그래. 아직 7시를 조금 넘었으니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엔 가겠지”
“잠깐, 두 사람 다 내 말 피하지 말고!”
누구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유치하게 되었는데. 데스페라도와 제너럴은 뒤에서 잔소리를 쏟아내며 쫒아오는 소꿉친구를 보며 애통한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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