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통조 디스티 드림. 오리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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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written by Esoruen
촬영 56일째. 오늘도 촬영장 구석의 의료팀이 비명을 지른다. ‘디스티 씨,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이 사람 정말 나잇값 못한다니까!’ 코디와 매니저의 잔소리 뒤 들려오는 건 능글맞은 웃음 뿐. ‘아아, 또 사고 쳤네.’ 촬영장의 모두는 이젠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에요?”
“아, 셀렌 씨. 미안해. 메이크업 다 끝났는데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으니, 무슨 일인지 알고 싶은데요….”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메이크업과 의상부터 준비하던 셀렌은 조금은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스텝에겐 죄가 없다. 그건 자신도 잘 알지만, 스케줄이 빡빡한 그녀는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기 쉬웠기에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질 않았다. 오늘만 해도 잡지 인터뷰가 하나, 광고 모델 계약으로 인한 미팅이 하나, 그리고 이 영화 촬영까지 하루 종일 스케줄이 꽉꽉 차있었으니까.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 마지막 스케줄을 소화하러 왔더니 갑자기 기다려 달라고 하면 짜증도 나지만 이유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셀렌은 얼른 답해달라는 듯 상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게… 디스티 씨가 쉬는 시간에도 연기에 몰입하고 싶다면서 메스를 만지다가 손가락이 찢어져서…. 큰 상처도 아니라서 약 바르고 밴드 붙인 뒤 바로 온다고 했으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
또 디스티인가. 셀렌은 바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수한 얼굴과 검증된 연기력, 그리고 긴 연기경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디스티는 이 촬영장의 최고의 트러블메이커였다. 대본을 여러 번 분실한다거나 같은 부분에서 NG를 계속 내는 정도의 사소한 사고부터, 이렇게 매니저부터 감독까지 난리가 나는 부상사고까지. 날마다 번갈아가며 문제를 일으키는 탓에 스텝들과 동료 연기자들은 디스티에 대해선 반쯤 해탈해 있었지만 셀렌만큼은 달랐다.
“선배님은 어디 계시죠?”
“디스티 씨요? 어어, 아직 의무실일걸요?”
“고마워요, 잠깐 다녀올게요.”
“네? 아니, 셀렌 씨?!”
자신보다 한참 선배이긴 하지만, 적어도 연기 파트너로서 잔소리는 해 줄 수 있겠지. 건방진 후배라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셀렌은 지독하게 일에 진지한 사람이었고, 결국 일의 완벽도 앞에선 선배도 연장자도 없었으니까.
북적북적한 의무실 앞. 야단치는 감독의 목소리와 말리는 조감독의 목소리에서 벌써 지옥의 문을 본 그녀는 깊게 심호흡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응? 아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우리 후배님 아냐?”
“…제 이야기 중이었습니까?”
“그래. 아, 내가 한 건 아니고. 여기 감독님이.”
치료는 다 끝난 건지 디스티의 손엔 덕지덕지 밴드가 붙어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베인 걸까. 짐작도 안 가는 꼴이다. 어쩐지 아찔해진 셀렌은 곤란해 하는 감독과 시선을 교환했다.
“미안해 셀렌 씨, 지금 치료 끝났으니 바로 촬영 들어가면 되니까 일정에 지장 없을 거야.”
“아, 괜찮습니다. 이 촬영이 오늘 마지막 스케줄이거든요.”
“그래? 다행이네. 그럼 저 인간… 흠흠, 디스티 씨가 준비 되면 바로 어제 찍다 만 거기서부터 찍자고. 가자, 조감독.”
감독이 자리를 뜨자 조감독과 스텝들도 일제히 의무실을 나갔다. 잠깐의 분주함 뒤. 어느새 북적거리던 공간에는 디스티와 셀렌, 그리고 의료진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좋아, 지금이라면 눈치 안 보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기회만 벼르고 있던 셀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매일 사고치는 것도 지겹지 않습니까, 선배님.”
“너무하네. 우리 후배님은 나에게만 너무 차가운 것 같아~.”
“그거야 선배님이 제일 사고를 많이 치니까요. 아, 선배님 ‘만’ 사고를 친다고 해야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이 어린 코일 군도 안 치는 사고를 어떻게 매번….”
그녀의 잔소리는 허리에 감겨오는 손에 강제로 끊어졌다. 자연스러운 스킨십.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디스티는 지쳤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잔소리를 오래 듣고 있으면 머리가 다 아파….”
“…재미없으니까 놓으세요.”
“너무 차갑게 굴면 섭섭하다고, 응? 네 배역이 차가운 역이라 해서 너까지 이럴 필요는 없는데.”
“제 성격은 원래 이렇습니다, 선배님.”
‘쳇.’ 냉정한 그녀의 반응에 금방 팔을 거둔 디스티는 벗어둔 장갑을 끼고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허술하고 능글맞기만 한 남자가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된다니. 역시 연기의 세계란 놀라운 법이다. 이제 겨우 3년차 배우인 그녀는 새삼 베테랑인 제 선배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에 그가 연기하는 역은 인체개조에 미친 군의관이었다. 히스테릭하게 웃고, 부상병을 무단으로 개조하는 게 취미인 정신 나간 캐릭터. ‘정말 디스티가 이런 역을 할 수 있을까’ 셀렌은 군의관 역에 디스티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잠깐 그런 걱정을 했었다. 디스티는 연기력이 뛰어나고 경험도 많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미친 사람의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잘 해낸다면 그의 인생에서 역대급 캐릭터로 남겠지만, 실패하면 타격이 클 것이다. 아마 몇 년은, 연기를 쉬어야 할 정도로.
하지만 그녀의 그런 걱정과 달리 디스티는 훌륭하게 제 역을 소화했다.
파트너인 제가 연기를 하다가 문득, 제 선배가 정말 조금씩 미쳐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에 가자고, 후배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그녀의 배역은 디스티가 연기하는 군의관의 호위병이었다. 말이 호위병이지 전체적인 역할로 보면 감시병이 따로 없는 그 배역은, 무뚝뚝하고 충직한 전형적인 군인 캐릭터였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옛날부터 제가 모시는 군의관에게 시달려, 무뚝뚝하고 기계 같은 인격이 조금씩 변화하는 복잡한 서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힘내야지.’
아직 프로의 세계에 겨우 발을 들인 자신에겐 어려운 캐릭터지만, 디스티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둘이서 함께 하는 장면은 평소보다 더 좋은 연기가 나온다. 오늘은 아예 디스티와 함께하는 장면뿐이니,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평소엔 못 미더운 선배여도, 연기 하나 만큼은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 중 가장 훌륭한 그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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