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티 드림. 오리주 주의. BL드림.
※ 합작 홈 주소 → http://yeoun119.wix.com/dreamtscollabo
38th
written by Esoruen
셀렌은 피 묻은 수술대에서 37번째 생을 마감했다.
아아, 이번에도. 디스티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 차갑게 식은 몸뚱이에 손을 얹었다. 확실하게 심장은 정지했다. 아마 조금 뒤 부터는 사후경직이 일어나고, 세포들이 썩기 시작할 것이다. 아쉽지만 이 몸에도 작별을 해야 할 때라는 뜻. 그는 제 자식이라도 죽이는 부모의 표정으로 37번째 셀렌을 소각로에 집어넣었다.
불을 붙이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았다. 만들어진 몸이 타는 것에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 몇 시간 만에 그녀, 아니 ‘그’는 재로 돌아갔다.
분명, 첫 번째 셀렌은 여성이었지. 디스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소각로 앞에서 오리지널 셀렌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배에서 누군가의 정자로 태어난 셀렌. 감정을 빼앗기고 군인으로 자라, 자신과 함께 제국을 빠져나왔던 셀렌. 몇 년 전 결국 과로와 수술 부작용으로 죽은 그녀는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DNA가 망가지기 전, 그녀의 상사에 의해 ‘정보화’ 되어 연구실에 보관되었다.
개조인간을 만드는 것 보다 쉬웠어. 그것이 디스티가 두 번째 셀렌을 만들고 난 후 한 말이었다.
인간 복제는 처음이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그는 천재였으니까. 인격이나 성품 같은 자잘한 것을 빼면 디스티라는 남자는 의사로서 우수하고, 흠 잡을 곳 없는 인재였다. 물론 세상은 인간에게 능력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니 문제였지만, 적어도 이 열차 안에서는 디스티의 의료행위가 제재 받는 일은 없었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코일은 두 번째 셀렌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지만 이제 겨우 10대 초반의 모습을 한 그의 작품은, 오리지널 셀렌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아니, 조금이라고 할 수 없을까. 단 하나뿐인 차이가 결과적으론 엄청나게 다른 경우도 있었으니까.
“뭐가?”
“그 녀석을, 복제 한 거야? 그것보다 어째서 남자?!”
“간단하지. 군인으로서 신체 능력은 남자 쪽이 더 좋잖아? 동물들은 대부분 수컷 쪽이 더 전투에 적합한 법이지. 아, 사자는 암사자 쪽이 사냥을 한다는 것 같지만…”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유전자… 아니, 어디서부터 개조 한 거야 이건?!”
코일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 광기에 할 말을 잃었다. 눈알과 뇌를 가지고 다니고, 제 부하의 발에 스프링을 넣는 듯 온갖 미친 짓을 하고 다닌 덕에 디스티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을 끝까지 따르는 유일한 부하마저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줄은 몰랐는데.
“뭐, 설명해 줘도 모를 테니 답은 안 하도록 하지. 히히. 왜. 귀엽지 않나? 오리지널보다 오히려 더 애교 있다고. 애를 키워 본 적은 없지만, 나쁘지 않아. 히히”
“미친놈”
“뭘 새삼스럽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매도. 디스티는 언제나 제게 쏟아지는 욕설들이 박수갈채처럼 들렸다. 그들은 진심으로 비난하는 것일지 몰랐어도, 그에겐 그저 범인(凡人)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제 세계가, 마치 칭송받는 것처럼 느껴져서.
“셀렌이 지옥에서 울겠군”
“죽은 자는 말이 없어, 코일 대위”
“뼛속까지 이과 같은 말만 하기는”
쯧. 혀를 찬 코일의 붉은 눈동자가 어린 소년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유전자는 똑같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아직 어린 나이라 2차 성징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서 그런 걸까. 만들어진 두 번째 셀렌은 퍽 오리지널을 닮아있었다. 짙은 회색 머리도, 녹음(綠陰)을 닮은 눈동자도, 그리고 감정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무표정까지. 틀로 찍어낸 것처럼, 그대로 닮아있다.
이쯤 되면 윤리 여부를 떠나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 적어도 코일은 그렇게 느꼈지만, 아무래도 당사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야, 너. 이름은?”
“…셀렌입니다”
“그래?”
이름도 똑같이 지은 건가. 아니, 애초에 셀렌을 다시 만들어 내려고 한 유전자 복제품이니 당연하겠지. 망설이던 코일은 총을 꺼내, 자신보다 작은 그 소년의 왼쪽 가슴을 향해 겨누었다.
이런 게 있어선 안 된다. 그렇게 느꼈을 뿐인데. 디스티는 그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쁘게 웃으며 자그마한 어깨를 잡았다.
“쏴 보게? 좋아. 성능테스트야, 셀렌. 여기 형이 네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궁금한가봐. 이히히”
“미쳤냐? 내가 그걸 왜 해. 셀렌을 위해서라도 이건 죽여야 해”
“셀렌은 이 녀석인데?”
“농담 할 기분 아냐”
그는 진지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디스티도 진지했다. 코일에게 있어 셀렌은 이미 죽은 그녀뿐이었지만, 디스티에겐 제가 만든 ‘이것’도 셀렌이었고, 그의 연구실에 잠들어 있을 DNA와 실험체 또한 셀렌이었다.
셀렌이자 셀렌이 아닌 소년은, 자신을 두고 싸우는 두 남자를 번갈아 보고 물었다.
“군의관, 이 사람은 왜 화를 내는 겁니까?”
말투까지 그녀와 똑같다. 이건 학습된 걸까, 아니면…
“글쎄다. 왜 화를 내는 것 같아?”
“모르겠습니다”
“알고 싶어?”
코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대화 내용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물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옳고 그름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듣고 있을 수 없냐의 문제였을 뿐이지만.
어찌되었든 코일은 이 대화가 윤리적이지 않더라도 비정상적이라도, 다 견딜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진짜, 셀렌인가?’
이미 죽은 그녀가 정말로 살아난 것 같아서. 코일은 눈앞의 소년과 재가 된 제 동료를 겹쳐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러다 자신까지 머리가 이상해 질 것 같다. 참다못한 그는 결국 자리를 떠야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코일을 보며 디스티는 뭐라고 생각했던가. 바보 같다? 어리석다? 아니었다. 디스티는 그렇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정도로 훌륭한 의사가 아니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 디스티는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코일이 제 창조물에 기분나빠하는지, 이 소년을 어째서 셀렌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제 눈에는 이 셀렌은 성별이 다를 뿐, 틀림없이 제 호위병인 셀렌인데.
“군의관”
자신의 어깨에서 손을 놓질 않는 그를 바라보며, 소년이 물었다.
“저 말고 다른 셀렌이 있습니까?”
아아.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가서는. 디스티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 코일이 자꾸 이 아이를 셀렌이라고 인정하질 않으니, 자꾸, 이미 죽어버린 그녀의 이야기를 하니 지금의 셀렌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가. 디스티는 제 어린 호위병이 의문을 가지는 것을 모두 코일의 탓으로 돌렸다.
“아니. 저 녀석 말은 무시해, 셀렌”
어차피 죽은 사람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디스티는 언제나 살아있는 셀렌만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미 죽은, 혹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DNA정보도 물론 셀렌이었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그에게는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것만이 1순위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지금 살아있는 것도 죽는다면 뒷전이 된다는 뜻.
두 번째 셀렌은 제국군과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덧나 죽어버렸다. 과로와 수술 부작용으로 죽은 오리지널에 비하면 훨씬 군인다운 죽음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디스티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자신 같은 우수한 군의관이 있는데, 겨우 파상풍 같은 걸로 죽어버리다니. 그는 상처가 덧나도록 제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소년이 원망스러웠다. ‘뭐, 그래도 그렇게 조용한 점은 똑같지만’ 아직은 얼굴이 기억나는 첫 번째 셀렌을 떠올리며 웃어버린 그는 그리 오래 슬픔에 잠기지 않았다. 애초에 디스티는 슬픔이나 기쁨이란 걸 잘 모르는 존재였으니, 그가 제 창조물 앞에서 느낀 감정은 슬픔보다는 실망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디스티는 망설이지 않고 세 번째 셀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세 번째 셀렌도 죽자, 4번째, 5번째, 6번째 셀렌을 만들어냈고, 이윽고 오늘은 38번째 셀렌을 만들고 있었다.
‘점점 살아남는 기간이 짧아지는군’
그것은 제 잘못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열차 구조의 문제, 혹은 총통과 코일의 무모한 작전 때문이었겠지. 총통은 디스티가 셀렌을 무한하게 재탄생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안 후 그가 만들어낸 셀렌을 하나의 도구로 취급했고, 코일은 그걸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건 셀렌이 아니잖아?’ 불타는 것 같은 눈동자로 경멸하며 제 창조물을 보는 대위란 얼마나 어리석은가! 디스티는 여전히 그의 불쾌함에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 위대한 기술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나올 지경이라고 해야 좋겠지.
‘역시, 원래 성별로 만들어야 하려나?’
그런 생각도 했지만, 역시 관두고 만다. 이상하게도 디스티는 오리지널과 완전히 똑같은 클론을 만들고 싶단 마음이 들지 않아, 언제나 그녀의 유전자를 조금씩 조작하곤 했으니까. 대표적으론 성별, 그리고 자라나는 속도. 11번째와 23번째는 눈 색을 바꾸어 봤었고, 5번째는 생식능력을 제거했던가. 어쨌든 자잘한 개조 따위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언제나 바꾸는 것은 그것의 성별이었다.
“너, 사실은 정말 셀렌이 다시 태어날까봐 무서운 거지?”
언젠가 코일은 디스티의 기피에 단도직입적으로 제 의견을 날렸었다. 무서워한다? 자신이? 이미 죽어서 자연의 일부가 되었을 그녀를? 너무 황당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기꺼이 대위의 건방진 견해에 답을 해주었다.
“죽은 자를 무서워 할리 있나. 죽으면 끝인데”
“아니, 네가 무서워하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호오, 그럼 뭐지? 코일 대위?”
“간단하지”
네가 다시 만들어 낸 셀렌이, 진짜 셀렌이랑 조금이라도 다르면 넌 견디지 못할 거잖아?
그 한마디에, 언제나 웃음기가 어려 있는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렸었다.
“무슨 의미지, 그건?”
“말 그대로야. 뭐, 네 녀석에겐 ‘말 그대로’라는 의미가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답을 알려줄 필요도 없다는 듯 말을 잘라먹은 코일은 그 이후로 셀렌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죽은 사람을 잊으려는 것 같은 태도라 기분이 나빴지만, 디스티는 여전히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분명 원래 그 셀렌을 살려낼 수 있었다.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변한다고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뒷전의 문제. 유전자 상으로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원한다면 조금은 다르게 자란 복제품을 원래와 최대한 가깝게 개조할 수도 있을 테고, 제가 원하는 대로 크게 조절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진짜 셀렌’을 만들어내지 못할 까 두려워한단 말인가.
애초에, 진짜 셀렌이란 무엇인가. 그럼 이제까지 성별만 달랐던 그 수많은 ‘셀렌’들은, 셀렌이 아니란 말인가.
‘바보들 천지군, 이 열차도’
이히히히.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코일을 비웃은 디스티가 38번째 셀렌의 씨를 인공 자궁에 넣었다.
물론 이번 셀렌도 그렇게 제 실력과 신념에 대해 재단 당한 주제에, 당연하다는 듯 XY염색체였지만 말이다.
'2D > 재배소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드림 12월 호 / 손가락이 얼어붙을 즈음 (0) | 2018.01.03 |
---|---|
오프 더 레코드 드림 합작 / 선배님 (0) | 2017.02.18 |
드림 동화합작 / 피노키오 (0) | 2016.10.21 |
글 합작 미쁨 / 1시 (0) | 2016.10.15 |
드림커플 2세 합작 / 질답 (0)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