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 씨앗 박사 드림. 오리주 주의.
※ 합작 홈 주소 → https://startown1995.wixsite.com/dreamsecretcollabo
보니카 로즈는 소란스러운 것이 싫다
written by Esoruen
정의의 히어로는 대부분 본래 신분을 숨기고 산다. 외국의 히어로 물에선 아닌 경우도 많긴 하지만, 일단 국내의 특촬물만 보면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정체를 감추고 활동하지 않던가. ‘그거야 들키면 평소에도 위협받을 테니 당연히 숨어야지!’ 아직 평범한 시민 1일 뿐이었던 과거의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분명, 정체를 들키면 쪽팔리니 감추는 히어로도 있을 거야. 히어로라는 건 멋있긴 하지만, 부끄러운 일도 많으니까.’
어때. 들어보니 상당히 리얼한 이유라고? 당연하지.
다름 아닌 나도, 그런 이유 때문에 정체를 감추고 다니니까!
“고마워요, 보니카 로즈!”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의 미소는 사랑스럽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히어로 명은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사랑의 전사 보니카 로즈’ 악의 사도를 전부 황천길로 보내기는커녕 사랑으로 교화시켜야 할 것 같은 이 별명이 내 히어로 네임이라니. 정말이지 들을 때 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꿈과 희망만 보고 자라도 모자랄 아이 앞에서 히어로가 한숨을 쉬어선 안 되는 일이지. 나는 억지로 표정관리를 한 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뭘.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거리에선, 주변을 잘 보고 길을 건너야 해.”
“네!”
“흠흠. 그럼 나는 이만.”
시민을 도와준 후 홀연히 사라지는 것 또한 히어로의 클리셰. 멋들어진 포즈를 취한 나는 누가 알아보면 큰일이니 최대한 평소 다니지 않던 길을 이용해 현장에서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길에 사건이 터져서 다행이다. 만약 외출하는 길에 사건이 터졌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모습을 감추는 것도 하지 못했겠지. CCTV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변신을 해제한 나는 흐르는 땀을 닦고 큰 골목으로 나서다가, 익숙한 그림자와 마주쳤다.
“앗! 시카코 누나!”
“어라. 토키야, 어디 가?”
먼저 아는 척을 하는 이 소년은 토키야. 이제 초등학교…, 몇 학년이더라? 어쨌든 히어로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남자아이고, 이 마을에서 ‘가면맨’이라는 히어로 명으로 나와 같이 활동하고 있는 동료이기도 하다. 물론 같이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팀을 이루어 함께 다니는 건 아니고, 활동 무대가 같다는 것뿐이지만.
“박사한테! 어제 싸우다가 벨트가 고장 난 건지 변신이 안 되는 거 있지? 누나는?”
“난 영화 보고 온 후 집에 가던 길이었는데…. 박사한테 간다고?”
그 미치광이 박사에게 간다고 하면 불안부터 든다. 아까 전까지 변신한 몸이라 지쳐있긴 하지만, 이건 동행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토키야, 그리고 유우키라는 소년까지 모조리 개조해 히어로로 만든 그 박사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친 인간’이다. 그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남의 동의도 없이 개조수술을 해놓고 정의의 히어로로 만들어 줬으니 고마워하라고 하질 않나, 나는 고등학생이니 그렇다 쳐도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초등학생들을 개조하질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악당 같은데, 정의의 히어로를 탄생시켰다는 부분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나도 같이 갈게. 너 혼자는 불안해서 못 보내.”
“으음, 불안 할 정도야?”
“솔직히 그 박사 이상하잖아. 허튼 짓 하려고 하면 변신해서 한 대만 치게.”
“그럼 좋아!”
역시 이렇게 어린 애들도 박사가 이상하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구나. 작게 한숨 쉰 나는 토키야의 손을 마주잡은 채 박사의 연구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못 본지 좀 되었는데, 뭐 하고 지내려나. 또 쓸데없는 희생자를 만들고 있으면 진짜 그 인간을 경찰에 신고해 버려야지. 물론 신고하기 전 히어로로서 한 대 쳐 주는 것도 잊지 않을 거고 말이다.
“오, 어서 와라고. 무슨 일이야 세트로? 흐흐흐흐.”
다행이 연구소에는 박사 외의 사람은 없었다. 안심한 나는 토키야랑 마주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토키야는 고장 난 벨트를 들고 후다닥 뛰어나갔다.
“이거, 겨우 공격 한 방에 고장 났다고요! 어떻게 된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일은 들었다. 소매치기를 잡았다던가? 상대가 각목을 휘둘렀다는데 벨트가 고장 난 정도로만 끝난 거면 운이 좋네! 수리해 줄 테니 줘.”
“뭐?!”
아니 왜 고장 났나 했는데, 저런 일이 있었나. 그것보다 저 반응은 뭐야?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려고만 한 나는 뻔뻔한 박사의 반응에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런 어린애가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는데, 겨우 히어로라는 이유로 저렇게 가볍게 넘어가려고 하더니. 역시 콩밥이 답이다. 이 양반은 말만 정의의 편이지 내면은 그냥 악당이야!
“아니 당신!!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지 않아?!”
“어이쿠!”
내가 멱살을 잡자마자 졌다는 듯 양 손을 들어 보이는 박사는 얄밉게 웃고 있었다. 진지함이라고는 1g도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위기의식도 없었던가? 나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박사를 거세게 흔들며 설교를 늘어놓았다.
“안 다쳤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걱정 해 줘야 할 거 아냐!!”
“진정 해라고, 보니카 로즈.”
“시끄러워!! 그리고 그렇게 부르지 마! 당신 말이야, 토키야랑 유우키에겐 그럴듯한 이름 지어줬으면서 난 보니카 로즈가 뭐야!! 쟤들은 히어로고 난 사이트 킥이야?! 아니면 프로토 타입이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누, 누나 진정해~!”
토키야는 내 허리에 매달려서 필사적으로 날 말렸지만, 내 분노는 이 정도로는 가라앉지 않는다. 나도 나름대로 참고 참다가 터진 건데, 쉽게 납득하고 물러설 수 있을까 보냐!
“시카코.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면 옆집에서 듣는다고.”
“옆집은 무슨, 이 연구소 근처에 민가도 없잖아! 히어로는 비밀스러워야 하니 뭐니 하면서 이런 구석에 연구소 세운 게 누구인데!”
“그래. 히어로는 비밀유지가 생명이니까! 잘 알고 있군, 시카코. 그럼 조금 더 조용히 하는 게 어때? 민가는 없지만 사람 사는 도시에 지어진 건물인데, 지나가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윽….”
저건 정말 누가 들을까봐 하는 말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네 정체는 얼마든 폭로할 수 있다.’고, 나에게 협박하는 거지. 그건 죽어도 싫다. 내가 보니카 로즈라는 걸 들킨다면, 그대로 방에 처박혀 죽을 때 까지 안 나올 것이다. 요즘은 영상 사이트에서도 우리들의 활약이 불법 촬영되어 업로드 되는 판인데. 정체가 까발려졌다간…!
나는 이를 꽉 깨물고 박사의 멱살을 놓았다.
“…얼른 수리나 해줘! 토키야나 유우키가 다치면, 그땐 정말 신고 할 거야!”
“그래. 그래. 거 참 정의로워 좋군. 히히히히.”
잔뜩 비꼬며 말한 박사는 가볍게 내 이마를 툭 치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아. 역시 한 대 치고 설교할걸. 잠깐 가라앉은 분노가 다시 솟아올랐지만, 내 눈치를 보는 토키야가 안쓰러워서 화를 내지는 못했다.
“…우린 고쳐질 때 까지 과자라도 먹을까? 누나가 사줄게.”
“앗! 응!!”
그래. 오늘도 후배들이 귀여워서 이 불합리한 히어로 생활도 참는다.
…얼마나 더 참아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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